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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둘, 남동생 하나23- 한 달 좀 지났는데
게시물ID : humorstory_4397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103
조회수 : 11010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5/08/14 01: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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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나뿐인 남동생을 성격을 설명하자면 온순하고 착하다.
성질이 없는 건 아닌데, 자신의 전공분야에만 성질을 부리는 편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성질이랄 것도 없이 순두부처럼 연약하고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는 애다.
그래서 기센 누나와 형들 사이에서도 트러블없이 잘 지내는 편이다.
 
애기 때도 눕혀 놓으면 자고, 깨서도 울지도 않고 혼자 방바닥을 기어다니다가 지쳐서 잠들고 그랬다고 한다.
좋게말하면 순한거고 나쁘게 말하면 둔감한거다.
사람에 대한 의심도 없는 편이고 곡해해서 듣거나 하는 꼬인 성격도 아니라 수작을 부리는 편도 아니다.
일단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다...
 
초등학교때, 검은 승용차에 탄 아저씨가 막내에게
 
아저씨: XX초등학교 어디야?
막내: 저기 길 내려가면 있어요~
아저씨: 그럼 차에 타서 같이 갈 수 있어?
막내: 네!
 
하고 차에 탈 뻔했는데, 큰오빠가 집에 오다가 발견해서 (어쩌면) 막내동생을 못보게 되는 일은 없었다.
 
자취를 하게 된지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일이다.
그 때는 우리가 집에서 밥조차도 해먹지 않았는데, 계속 말했듯 밥 할 사람도 없었고 밥솥도 없었다.
집 앞 3분 거리에 백반집이 하나 들어 왔는데, 중년의 자매 2분이 운영하는 작은 가게였다.
집밥과 흡사한 백반은 두 이모님의 기분에 따라 그날 그날 메뉴가 바뀌었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맛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이모님들이 손님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아서 우리 넷은, 혹은 둘 가끔은 혼자, 종종 그 집에서 밥을 먹곤 했다.
 
하루는 막내가 혼자 그집에서 밥을 먹게 됐는데, 손님도 없고 해서 막내랑 대화를 하게 됐다고 한다.
(대화가 매끄럽지 않은 것은 막내의 증언을 토대로 썼기 때문입니다)
 
이모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러면 넷이 사는 거고?
막내: 네~
이모님: 부모님은 안 계시고? (해석: 돌아가신거니?)
막내: 네. (해석: 따로 사세요)
이모님; (충격) 아, 그래... 그래... 얼마나 됐어? (해석; 돌아가신지 얼마나 됐니?)
막내: 한달 좀 지났는데.
이모님: 얼마 안 됐네.
막내: 근데 체감으로는 오래 된거 같기도 하고.
이모님: 원래 그래. 나도 그랬고.
막내: 아 그러셨어요?
이모님: 한달 정도면 아직 눈물나고 그럴때지.
막내: 눈물은 안 나는데... 여자들은 울고 그래요?
이모님: 이런 일에 남자 따로고 여자 따로겠어. 다 마찬가지지. 부모 떠나는건.
막내: 나중에 보면 되니까요.
이모님: 많이 보고싶어?
막내: 보고싶죠.
이모님: 저런. 일 년 지나면 괜찮아지고, 이 년 지나면 좀 더 나아지고 그래.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막내가 계산을 하려고하자, 이모님은 돈은 됐다고 반찬 필요하면 언제든 오라고 했다고 한다.
가끔 우리가 지나가면 이유없이 아련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시거나,
호박 말린 거, 직접 딴 방울토마토, 식당 반찬 등을 주시곤 하셨다.
왜 우리가 이렇게 예쁨을 받는지 그 때는 몰랐고 시간이 조금 흘러서 알게 됐다.
 
몇 번을 신세를 져서 큰오빠가 케이크를 사가지고 간 적이 있었는데, 이 과도한 친절과 안타까운 눈빛에 대해서 알았지만
차마 부모님께서 본가에 계시다고 말을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나중에 작은오빠가 막내를 데리고 가서 해명을 했고, 사과를 드리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 (가끔 반찬을 주신다)
 
때때로 이런 막내의 성격이나 기질이 걱정이면서도 저 친구 특유의 장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말귀는 잘 알아들었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우리는 넷이고, 하나는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다. 그래도 우리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가족이다.
출처 말귀가 어두운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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