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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진지공사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576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7
조회수 : 15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9 11:28:42
미리 한줄 요약 : 재미없음.

"소대장님. 이번에도 우리 쥐잡듯이 부려먹으며 진지공사하실겁니까???"
전반야근무를 마치고, 행정반 앞에서 연초를 태우며 소대장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분대당 고참 2명씩은 있는 짬딸리는 분대장들과 
임관하여 처음하는 진지공사에 의욕충만한 3사출신 소대장의 콜라보로 작년 추계 진지공사는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작업도 하기싫고 노하우전수도 귀찮은 고참님들과 
교범대로 해야한다며 나를 따르라!!!라고 이등병들 데리고 리어카끌고 가서 탄약고 주위의 초A급 떼를 떠왔다가 다른중대 중대장한테 죽빵맹이 날아갈뻔한 우리 소대장때문에(모르면 좀 물어봐...그런 걸로 쏘가리라고 무시 안해. 미워도 우리 소대장인데 갈굼거리를 물고오고 그래.)
분대장들은 누구 한명이 엉엉 울어버리자. 그럼 꿈에서 깨어날지도 몰라. 닝기미. 라며 불평불만만 쌓여가고...
종국에는 작업상태를 보고 감동한 중대장이 하루 날잡고 소대장과 분대장들을 중대에서 하루 죙일 군장돌며 쉬게하고 
다음 타겟은 자기들이라는 위기의식이 똥병장고참들의 봉인을 풀고 흑염룡을 소환하여 진지공사를 간신히 마무리했던 아름답고 지옥같았던 작년을 떠오르니 소대장한테 감히 이렇게 묻게 되었다.

후계자양성이라며 하루종일 밀착마크하며 갈구던 옆소대 소대장이 참모가 되어 본부로 가고서야 우리를 풀어줄 수 있었고, 
곧 결혼하여 거기에 더 풀어진 소대장은 씨익 웃는다.
"내가 미쳤냐? 작년 그 난리를 또 치게???"
"ㅋㅋㅋㅋㅋㅋ. 그럼 저희한테 맡기실랍니까???"
"ㅋㅋㅋㅋㅋㅋ. 너네 또 무슨 수작부릴려고???"

사실 우리 소대 에어리어의 초소 진지는 선배님들의 치밀한 시공덕에 후버댐버금가는 내구력을 자랑했고,
(파견온 공병아저씨가 감탄함. 공구리 섞은거 같은데??? 주고 의심해-_-)
역대 중대장 행보관들의 명절날 온김에 김장도 좀 하자는 시어머니같은 닥달에 새벽의 산 속 이슬에도 초소 진지 무너진다고 보수하러 나가야해서...
우리에게 진지공사는 그저 근무 좀 꼬이고, 점심을 취사장 밖에서 먹는 귀찮은 행사일 뿐이었다.
거기다 초소들은 내가 전역하고 다음 달에 다 신형으로 교체하기로 계획이 잡혀서 손댈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중대에 있어봐야 중대장한테 털릴게 뻔한 소대장과, 행보관과 작업을 해야하는 우리들은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중대장과 행보관의 눈을 피해 분대장들과 상병실세들은 탁구장과 보일러실등을 오가며 역적모의를 했다.
뭐 그래봐야 선임분대장이며 삐대는데는 제갈량 주유 사마의급 지략을 발휘하는 내 뜻에 동기와 후임들은 ㅇㅇ하며 동의할 뿐이었지만...
"아무것도 안하면 진지공사 가라로 배운 후임들이 추계진지공사때 욕본다. 
그러니 하나는 때려부수고, 새로짓는다. 원래는 3일 이상 잡는 작업이지만, 이틀안에 끝낸다. 
왜??? 내맘이여. 바보도 이틀이면 배워. 나는 3일 걸렸지만...
이제 주말빼고 남은 9일을 어떻게 안걸리고 놀고 먹느냐인데..."

"어이!!! 2분대장."
"예. 2분대장."
"너네 내무실이나 그런데 작업은 안하는겨??? 왜 죄다 에어리어로만 튀고 그래???"
"아하하하하. 행보관님. 오해십니다. 조만간 진지공사대비해서 일이등병들한테 알려줄것도 있고...진지공사 핑계로 배수로나 까는 짓 안할려고 미리 손볼대도 있어서 소대원들 미리 투입시키는것 뿐입니다."
"그래도 몇명은 남겨놔. 봄오니까 화단 한 번 정비해야겠어."
"그...근무대기자들 활용하심이..."
그렇게 이빨을 까며 행보관님의 오해와 의심을 조금이나 불식시키고, 나는 소대전령을 불러서 당분간 나는 오후근무 넣지말라고 했다.
나는 화단작업이 정말정말 싫었다

"여~땡보오셨는가????"
"아이씨...한번 작정하고 작전과장한테 올려줘??? 아저씨네 소대 2주동안 뺑이치게 만들어줄까???"
"왜 이래. 우리가 하루이틀 아는 사이도 아니고..."
총과 삽보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더 많이 잡고 잡무와 업무에 시달리느라 햇빛을 못봐 얼굴은 허옇게뜨고 체력이 부실한게 너무 짠해보여, 간식 좀 나눠먹고 위병소에서 눈으로 보는 커피 무관심통과시켜주고 하다보니 친해진 작전과 아저씨가 초소 진지 상태 디카로 찍어서 보고하려고 그 쓰러질듯한 몸을 이끌고 헉헉대며 올라오자, 나는 바로 대기초소로 그 친구를 끌고 들어갔다.
"카메라 줘. 우리가 찍을께. 좀 쉬다 내려가. 아저씨 온다고 과자랑 음료수도 내 돈주고 사왔어."
"안돼. 작전과장 또 소령진급 안될거 같애서 엄청 예민해. 실금 하나라도 있음 다 찍어오래. 다 작업시킬거라고."
"아아. 걱정마걱정마. 아저씨도 내 성격 알잖아. 빨리 내려가봐야 딴 일 할거 아냐? 어차피 야근도 할거고. 딱 30분만 자고가. 30분 뒤에 깨워줄께."
안그래도 야근에 시달려 잠이 부족한 작전과 아저씨는 그렇게 음료수 한모금 곽과자 하나를 비우고는 모포를 덮자마자 코를 골기 시작했다.
"와. 작전과 카메라 좋은건데 말임다???"
디카에 관심많은 이등병이 있어서 카메라를 잡게하자마자 하라는 개인화기 제원도 못대던 놈이 디카 제원을 읊기시작한다. 
바로 초병근무수칙과 초소브리핑을 물어보고 어버버하게 하여 그 입을 다물게하고는 초소진지를 촬영하게 한다.
역시 카메라를 아는 놈이라 그런지 멀쩡한 초소진지도 다 쓰러져가는 폐급으로 보이게 잘도 찍어댄다. 
너 정훈병같은거 노려보지 왜 보병으로 왔냐고 물어보자, 보병은 전방만 지켜"보"느라 보병인줄 알았다는 말에 사진이나 잘 찍으라고 했다. 
한잠 잘자고 일어난 작전과 아저씨는 사진찍어놓은걸 확인하고 나에게 보고서에 쓸 내용들을 물어보고는...
"우와...아저씨네 소대 작업할거 장난아니겠는데??? 내가 잘 써서 올릴께."라며 연예인 걱정하는 일반인의 눈빛을 보이고 옆 중대로 넘어갔다.

내가 그렇게 소대장과 딜하고, 행보관님의 손아귀에서 소대원들을 최대한 빼내고, 보고서내용마저 조작하는 동안...
작업반장 내 동기는 소대원들과 멀쩡한 초소 진지에 마른 흙을 발라대고 그 주위에 흙더미를 흩뿌리며 최대한 낡아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초소진지의 멀쩡한 비치물은 대기초 주위에 비닐로 몇겹을 싸서 잘 묻어두고, 작년 추계 진지공사때 만들다가 만 비치물을 가져다놓으니...
훌륭한 폐급 초소 진지가 되어버렸다.
작년 진지공사때 초소비치물을 만들다가 에잉 제기랄!!! 이게 무슨 쓸떼없는 짓거리야!!! 차라리 유격을 한번 더 가고 말지!!!라고 했다가...
진짜로 훈련일정꼬여 말년에 유격을 갔던 고참이 내 원한이 서린 물건이니 버리지 말고 1년만 가지고 있어라...라고 하고 전역하고...
그 고참의 부탁...아니 까먹고 정비실에 처박아뒀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작업거리를 하나 더 줄어들게 되어...
그 인간은 진짜 말하는대로 다 되는 양반이라고 선견지명 쩐다며 깊이 탄복하였다. 
(그리고 그는 흔한 주갤럼이 되었습니다...이 형도 이제 정신차려야 할텐데...)

며칠 후, 부대장님과 참모들이 진지공사를 앞두고 보고서대로인지 확인하러 에어리어 둘러보시러 올라오셨다. 
독립중대라 평소엔 왕이지만, 부대장님 오시면 이방이 되는 중대장횽과 
그 사이 결혼하여 신혼여행다녀오느라 에어리어가 어찌된지 모르는 소대장과 
말년에 무슨 진지공사냐고 치질로 의무실에서 삐대려다 들켜서 부대장 1호차타고 같이 복귀한 맞고참이 함께 올라왔다.
"야~이거 지난 겨울에 눈 좀 많이 오고 바람 좀 많이 불더니 여기는 정말 쑥대밭이 됐네."
부대장님도 경비대장님도 작전과장님도 혀를 끌끌 찼고, 
중대장횽은 머리를 조아리며 쇤네가 부족하여 이리 되었습죠. 이 놈들을 단도리하여 싹 복구시키겠습니다요.라며 송구스러워했고,
신혼여행간동안 의무실에서 삐대는 10여일 동안 에어리어에 도대체 뭔 일이 있었냐며 나에게 눈치를 주는 소대장과 맞고참에게 남들 몰래 소매로 초소벽을 스윽 닦고 보여주니...이거 완전 미친거 아니냐는 눈빛으로 엄지를 처억 올려보였다.



그렇게 진지공사가 시작되었다. 
어차피 처음 2~3일은 진짜로 진지 하나 때려부수고 신축하려했기에 
미리 수공구병에게 빅팜을 처맥여놔서 타소대보다 여유롭게 A급 장비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은 짬으로 찍어누름.)
진짜로 처음 2~3일은 맞고참빼고 투고인 나와 동기까지 총동원되어 다음 진지공사때 주축이 될 일이등병들에게 
진지는 어떻게 쌓아올려야하고 작업병은 어느 비율로 배치해야하며 떼는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떠와야하는지, 어디어디에 초병을 배치해야 불시에 튀어올라오는 간부들을 감시할 수 있는지 등등을 알려주며, 제대로 진지를 만들어올렸다.

그렇게 진지 하나를 새로이 신축하고...
오늘은 짬이고 뭐고 기어이 A급 삽과 곡괭이를 확보해야겠습니다. 김병장님. 이라며 눈에 불을 켜고 몰려든 타소대 후임들에게...
그동안 우리 소대가 욕심을 부렸으니 양보할께. 너네가 좋은거 써^^.라며 생긋 웃어주고 수공구실을 나서주었다ㅋㅋㅋ.

에어리어에 올라가자 판초우의와 대기초에 숨겨놓은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폴대와 빨랫줄로 간이천막을 세웠다. 
그리고 한 쪽에는 전령이 짜놓은 "작업조"와 "경계조" 근무표가 붙었다. 
작업조는 적당히 관절에 무리가 안가게 공구와 빗자루를 들고 초소 진지의 그 마른 흙들을 털어댔고,
경계조는 에어리어 올라오는 길이 훤히 보이는 고가초소로 군것질거리를 싸들고가서 초소비치물 정비하는 척 하며 불시에 올라올지 모르는 간부들을 감시하였다. 이걸 또 선후임으로 붙여서 보내면 고참은 처자고 후임만 근무아닌 근무를 서게되니 동기들이나 맞선후임으로 붙여서 보냈다.
족구도 하고 피구도 하고 007빵 마피아게임등등등 할 수 있는건 다하며 놀았다. 그것도 억지참여가 아니라 그냥 잠이나 자고 싶은 사람은 그 간이천막에서 자게 하며 푹 쉬었고, 우리가 조심하는건 불시에 올라오는 간부와 놀다가 신나서 자기도 모르게 지르는 환호성 정도였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한번은 경계조로 간 상병 두 놈이 고가초소에서 그렇게 쉬고도 또 풀침을 하는 사이에 부대장과 작전과장이 올라오고 있었다. 
때마침 경계조 교대하러 가던 일병 둘이 부대장과 작전과장을 발견하게 되었다. 
올라온다는 말이 없으니 개방심하여 고가초소로 가던 둘은 워키토키는 없고 소리치면 당연히 들키게 되니 순간 얼어붙었다가...
올라오는 길 중간에 세워둔 리어카를 한놈은 끌고, 한놈은 뒤에서 잡아주며 뭐를 옮기러 가는척 하며, 
부대장님이라고 어마어마하게 큰 목소리로 경례를 하여 저 멀리 있던 우리에게 간부가 오고 있음을 알렸다.
그렇게 두 분이 올라오셔서 본 건 열심히 지휘하는 소대장과 작업 중인 소대원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 먹고놀자판을 벌이다보니 소대장과 병장들의 지출이 너무 커지는것도 위기이긴 했다.

착실하게 에어리어의 진지공사를 예정보다 일찍 마쳐, 중대에서 행보관과 작업까지 하게 된 옆소대와 달리,
우리 소대는 다가오는 부대체육대회대비 족구와 피구 전지훈련을 하고 내려왔다.
물론 내가 주도한 아이디어(꼼수)이긴 했지만, 상상이상으로 지난 2주일간의 비밀이 지켜지는 모습은 씁쓸함을 금할 수 없었다.

미안하니 한번은 소대가 에어리어 안 올라가고 중대에 남아 행보관님 작업을 뒤집어 쓰자...물론 나 전역한 다음에...라며 
오늘도 환자발생없음. 고민있는 분대원없음. 분대막둥이 부모님과 통화함. 여자친구랑 통화못함(사유: 여자친구없음)
이라고 쓴 분대원관찰일지를 덮고 소대장한테 보고하러 가자고 다른 분대장들을 불러 소대장연구실로 갔다.
내 고민으로 국방부시계 더럽게 안도네.라고 적고 싶었지만 꾹 참고, 부분대장에게 분대장 넘기게 해달라고 징징거렸고, 
중대장님이 넌 전역하는 날 견장넘기라고 하셨어. 나한테 좀 고만 징징거려.라는 소대장의 핀잔을 오늘도 들었다. 




그리고 정말로 우리 소대는 중대에 남아 행보관님과 작업할 일이 없었다.


진지공사끝나고 1주일 뒤, 남자는 주먹이라는 중대장횽의 두뇌없는 가위바위보에 4스타 방문 중대로 선정되었고
4스타 걸으시기에 우리소대 에어리어가 그나마 본부와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로 우리 소대가 당첨되어
우리는 2주짜리 진지공사를 놀고먹고는, 한달동안 진지공사...아니 방어선을 새로 구축해야했다.
(베스트간 포스타오신다고 했던 뻘짓...아니 작업이야기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98272)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쓰던 내 일기장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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