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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는 처녀가 예수를 낳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베스트글 반박)
게시물ID : mystery_67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백의후예
추천 : 11
조회수 : 4824회
댓글수 : 141개
등록시간 : 2015/08/21 17:40:30

*해당 글에도 리플을 달았지만 댓글이 너무 많아져서 따로 글을 작성합니다.

 

 

성서학계에선 오래 전에 정리된 이야기인데 이게 회자되는 게 참으로 이상하군요. 도킨스가 뭔가 중요한 떡밥저럼 부풀려 놨지만 성서학계에서는 이미 종결된 이야기입니다.

 

1. almah는 딱히 처녀든 아니든 젊은 여자를 통칭하는 표현 맞습니다. 다만 고대 유대 사회에서 젊은 여자는 보통 혼인하지 않는 여자에게 쓰는 표현이었고 혼전순결을 중요시하는 문화 상 혼인하지 않은 여자는 대부분 처녀였죠. 용례 상으로 봐도 성경에서 almah는 혼인 전의 여성에게만 쓰입니다.(창세기 2443절 참조) 어휘적으로 같은 표현은 아니지만 지칭하는 대상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2.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성경의 가장 널리 쓰이던, 그리고 지금도 쓰이는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역에서는 이 단어를 처녀를 뜻하는 parthenos로 번역했습니다. 아마도 상술한 이유에서가 아닐까하고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 뼛속까지 보수적인 유대인이었던 70인역의 번역자들은 처녀가 아닌 젊은 여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마 생각조차 하지 못 하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녀혼인하지 않은 여자가 지칭하는 대상이 다를 수 있다는 건 상당히 현대적인 사고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고대 유대 사회에서는 젊은 여자? 당연히 처녀겠지라고 생각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3. 중세까지만 해도 성경 번역과 연구는 그리스어 번역본인 70인 역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세까지만 해도 히브리어 성경을 바로 읽고 번역할 수 있을 만큼 고대 히브리어에 대한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 시대만해도 이미 히브리어는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는 언어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랍비들이나 사제 계층만이 성경 연구 및 전례적 필요로 공부해서 사용할 뿐, 히브리인들조차 아람어나 그리스어를 더 많이 사용했고 성경도 아람어 성경인 타르굼이 더 널리 읽혔습니다. 게다가 아람어의 영향으로 히브리어에 변화도 많이 일어나 이사야 예언서 집필 당시와 예수 시대의 히브리어가 동일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사야 예언서와 예수 시대 사이에는 약 700여 년의 간극이 존재합니다. 700년이면 언어와 문자에 어마어마하게 큰 변화가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우리가 쓰는 한글이 창제된 지 700년이 안 되었는데도 이미 창제 당시의 한글과 우리가 쓰는 한글이 얼마나 다른지를 생각해 보세요) 오늘날 성경을 히브리어에서 직접 읽고 번역할 수 있는 것은 고고학과 언어학의 발달로 수많은 성경 사본이 발굴되고 이를 통해 고대 히브리어의 복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4. 70인 역이 번역을 처녀로 한 이상 70인역을 기준으로 했던 중세까지의 모든 성경 연구서 및 번역본들은 불가타본부터 에라스무스에 이르기까지 당연히 70인역을 따라 처녀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5. 근대 이후 고대 히브리어의 번역이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히브리어 본문과 70인역 사이의 번역 문제가 불거졌고, 이에 따라 오늘날의 성경 번역본 중 히브리어에서 직역한 번역본들은 대부분 원문대로 젊은 여자라는 번역을 택합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새번역 성경에서도 젊은 여자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영어판 성경에서도 70인 역을 기준으로 과거에 번역된 킹제임스 같은 경우는 “a virgin shall conceive, and bear a son”으로 “virgin”을 쓰고 있지만 2011년 개정된 NAB“the young woman, pregnant and about to bear a son”으로 “young woman”을 쓰고 있습니다.

 

6. 한마디로, 리처드 도킨스는 이걸 뭔가 중요한 떡밥처럼 써 놓았지만 사실 전혀 새로운 사실도 아니고 이미 학계에선 본래의 젊은 여자가 맞는 것으로 결론이 나서 진작부터 성경 번역에 반영하고 있던 사안이라는 겁니다. 다만 여전히 70인역을 기준으로 번역한 옛날 번역들이 통용되고 있기에 수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을 뿐이죠. 최신의 번역본들은 대부분 젊은 여자라는 번역을 택합니다.

 

7. 그럼 과연 성경에는 처녀가 예수를 낳았다는 말이 없을까요? 아닙니다. 루카 복음서 126절부터 38절까지의 예수 탄생 예고 이야기는 예수를 잉태할 당시 마리아가 처녀였음을 분명히 전해줍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남자를 알지 못 하다“ἄνδρα ογινσκω는 명백하게 처녀임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8. 마리아가 처녀로 예수를 잉태하였다는 그리스도교의 전승은 이 루카 복음의 기록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이사야서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처녀는 엄연히 젊은 여자에 포함되는 개념이기에 이사야서의 예언을 예수와 연결시키는 전통적인 해석 역시 틀린 것이 되지 않습니다.

 

9. 고로 이 논란은 별로 중요한 떡밥도 아니고 성서학계에선 이미 다 정리가 끝난 내용이며 그것과 별개로 처녀가 예수를 낳았다는 표현은 루카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그리스도교의 신앙에 별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루카 복음서도 엄연히 성경이므로 원래 성경에는 처녀가 예수를 낳았다는 말이 없었다.”는 이 글의 제목은 엄연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녀의 잉태는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기에 구라라고 생각하거나 일종의 비유적 표현, 혹은 신화적 서술이라고 완곡하게 생각하시는건 자유입니다. 하지만 엄연히 성경루카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성경에 없다라고 하시면 곤랍니다. 내용을 믿건 안 믿건 써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될 수 없는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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