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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아십니까?' 쫓아다니면서 방해했던 이야기.
게시물ID : soda_8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드라쿤
추천 : 16
조회수 : 1886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08/22 20: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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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닥.. 사이다썰은 좀 아닌듯합니다

친구와 점심 약속을 한 휴일날, 약속시간까지 집에서 잉여롭게 뒹굴거리고 있느니
차도남스럽게 조조영화 솔플이라도 뛰어보자~
하고 박차고 뛰어나온 그날..
그날이 어느 누군가에게 재앙같은 하루를 선사하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약속은 점심늦게 2시가량인데 영화는 11시약간 넘어서 끝나고...
친구와 만나려면 아직 2시간 이상이나 기다려야 하는 참담한 현실속에서
멘탈이 나가 울산 L백화점 광장의 벤치에 앉아 구름구경이나 하며
잉여로운 놈은 집에 있든 밖에 있든 잉여롭다는 진리를 되새기고 있던중,
갑자기 벤치옆자리에 누군가 앉더군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바로 옆에 앉길래 순간 만나기로 한 친구가 빨리 왔나.. 라고 생각할뻔 했으나
정신차리고 다시 보니 아무리 봐도 생판 처음 보는 호리호리한 아저씨..
아니나 다를까 어께에 갑자기 손을 올리며
"학생, 요즘 잘 안 풀리는 고민이 있지 않아요? 얼굴을 보니 음기가 서려있어서 걱정되네요"
......
항상 뻔할 뻔자로 듣는 그 레퍼토리에 질려 쫓아내려던 순간..
이 아저씨로 무료한 시간을 조금이나마 때워보면 어떨까 하는 명안이 떠올랐습니다.
아마.. 그 아저씨에게는 안된 일이었겠지만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면서 홀려가는 척 해주고 있다가
"그런데 우리집안 대대로 교회다녔는데 제사안지내는데요?"
"이 근처 땅값 비싸던데 어디에다 제삿집(?)차려서 하세요? 월세 안 비싸요?"
"근데 제사상에 뭐뭐 올려요? 맛있는거 있으면 먹어도 되요?
"그런거 올리는거면.. 대충 원재료값은 XXXXX원 정도면 되겠네요. 내가 장봐가서 만들어다가 차려도 되죠?"
등등 공세를 이어나가자 '어;;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으로 이걸 더 꼬셔봐야 하나, 포기해야 하나..
하고 겁나게 동공지진하는 사이비에게
"근데 아저씨 이거 한명 데리고 가면 수당 얼마 벌어요?"
라고 막타 날리자 급정색하면서 일어나려고 하는걸 팔을 잡아끌며 앉혀서
"에이 얼마 받는지 말해봐요, 그럭저럭 돈은 좀 되나봐요? 대낮부터 이러는거 보면? 아니면 이런거 하고 살 리 없는데 그쵸?"
하자 급기야 뿌리치고 도주하는 사이비.
멀어져가는 뒤통수에다 대고
"아저씨! 이런거 하지말고 제대로 된거 하고 사세요!!"
하고 밝은 앞날을 빌어주고 30분도 못 때운 내 자신의 어리석음을 곱씹다 헌혈의 집을 발견하곤 헌혈을 하러 갔습니다.
시간도 죽이고 헌혈도 하고 사이비도 내쫓고 해피엔딩....이 될뻔 했으나..

얼마후 넘쳐나는 에너지와 혈기를 뽑아내고 코코아를 5잔째 먹고 나와서 친구와 만나기로 한 아까 '그 장소'로 되돌아가던중
아까 그 사이비를 다시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정말 기가 약해보이는 어린 친구를 붙잡았는지 희희낙락하더군요.
살살 걸어가서 어께에 손을 탁 올리며 
"아저씨, 그거 수당 쏠쏠하냐구요~"
하자 '이런 XXXXX' 하는 표정으로 다시 도주하는 사이비.
어린 친구에게 저런건 걍 무시하고 갈길가면 떨어진다고 조언을 해서 보내고
흡연장소로 옮겨 담배를 태우며 예정보다 늦을거 같다는 친구를 욕하고 다시 광장에 돌아오니
이번엔 저 멀리서 눈 마주치고 굳어버린 사이비,
"얼마 버는지좀 가르쳐달라고!!!!!" 
하고 반갑게 소리치자 다가와선 '그만좀 해라, 나한테 왜 이러냐고, 얘기좀 하자' 고 하며 붙잡으려길래
180에 90덩치에 어울리는 똘끼발랄한 표정과 목소리로 "싫어요~☆ 엄마가 모르는 아저씨 따라가지 말랬어요~"라고 말해주고
백화점안으로 도망쳤다가
좀 있다 다시 나와서 누구 붙잡고 있으면 달려가서 풀어주고
완전 경찰과 도둑 놀이.
두 어명정도를 더 그렇게 풀어주고 나자 늦은 친구가 드디어 도착했다고 전화오더군요.
"아저씨~ 나 이제 갈게~ 그런거 하지 말고 똑바로 살아요~"
라고 막타 넣고 도주.

저는 역시 시간때우기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해야 즐겁다는 교훈을 얻었고
그 사이비는 평생 기억에 남을 개같은 하루가 되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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