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던 중학교(여중)는 내가 입학했을 당시 대학 갓 졸업한 초임 총각선생님 대거 부임해 와 막 사춘기에 접어든 여학생들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어놨었음.
그 중 영어 선생님을 제가 참 많이 좋아했는데 잘 보이려고 바닥이던 영어를 미친듯이 공부해서 상위권으로 성적도 많이 올란 건 내 자랑.
아무튼 2학년 담임이 되게 해달라고 백일 기도를 드렸는데 정말 담임이 되는 기적이!!!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선생님에 대한 내 순정은 쿠크다스처럼 부셔져 갔음.
수업시작 종이 막 울리고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을 때 앞에 있던 친구하나가 입에 묻은 과자부스러기를 털었음.
그걸 과자먹는다 생각하고 그 작은 애를 배를 발로 차고 따귀 때리고.. 지금 같으면 폭력교사로 처벌받아도 할 말 없을 정도였음.
다들 무서워서 말릴 엄두도 못냈음.
설령 과자를 먹었다해도 그렇게 체벌해선 안되는데...
학생들의 인식도 그 이후로 부정적으로 변하고 선생님도 본인이 과했다 생각했는지 몇 달 뒤 저한테(전 반장도 임원도 아닌평범한 학생이었음) 그 때 자기가 왜 그랬는지 후회스럽다고 했음.
그러나, 정작 맞은 그 친구한테 사과했는지는...
이 선생님의 만행이 이게 전부가 아님. 이제부터 할 얘기가 핵심.
아침에 등교해서 자율학습을 하는데 갑자기 교실이 '변태다'하는 비명과 함께 소란해짐.
무슨 일인가 싶어 친구들이 보는 창쪽을 보니 학교 밖 저기 언덕쪽에 왠 바바리 맨이 성기를 막 흔들고 있었음.( 여중이라 심심치 않게 출몰)
교실이 소란스러우니 당연히 담임 출동.(그 땐 바바리맨이 사라지고 없었음)
왜 이렇게 시끄럽냐는 호통에 변태가 나타났다고 누군가 말함.
"그렇다고 해서 자율학습시간에 떠들면 어떡해!"
그럼 이제 15살인 여학생이 놀라서 소리지르지 디비드상 감상하듯 조용히 경찬할 수 있겠음?
반 애들 다 어이없어 헐~ 이런 얼굴이 됐는데 여기서 끝낼 담임일 리가 없음.
"그 변태가 뭘 했는지 말해봐."
나닛? 남자 선생님 앞에서 어떻게 그걸 설명하라고...
아무도 대답 못하니 담임은 애들을 하나하나 일으켜 물음. 그게 하필 내가 앉은 줄ㅠㅠ
내 앞에 앉은 애들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답 안한다고 딱딱한 나무 지시봉으로 정수리를 딱! 하고 강타.ㅠㅠ
점점 내 순서는 다가오고...
내 앞에 친구가 용기를 내 "바지를 벗고..." 까진 말했지만 뒷부분을 도저히 말하지 못하고 맞음.
이제 내 차례.
전부 다 말해서 이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지 했지만 나 역시 "바지를 벗고.."가 전부.
너무 수치스러워 말이 안나왔음. 당연히 내 정수리도 돌 깨지는 소릴 내며 불이 번쩍! 부싯돌을 이렇게 켜는가 싶었음.
계속해서 내 뒤에 애들도 일어나고 "바지를 벗고.."까지만 앵무새처럼 말하고는 머리를 맞음.
이 치욕의 시간이 다른 분단까지 미치는가 싶었을 때.
우리 줄 맨 뒤에 앉은 건장한 운동부 친구가(165될까말까였던 담임보다 체격 더 좋았음)사태를 드디어 종결! 이 친구 정말 멋졌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담담하게
"바지를 벗고 거시기 흔들었는데요."
그 말에 담임 얼굴 벌개져서 어버버 하고 교실 나가버림. 한동안 학생들한테 dog GR하는 빈도 줄음.
비록 내가 아닌 친구가 대신 해결했지만 당시엔 나름 시원했음.
돌아보면 그 일은 분명 성희롱이었고, 수치스럽기 그지 없는 일인데도 당시는(1980년대 후반) 지금처럼 성폭력에 대해 단호한 시대가 아니었음. 학교에서 교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학생들 성희롱 하던 때였음. 사실 성희롱이란 걸 당시는 인식조차 못했음. 지금이었다면 단언코 고발했을거임.
그 후 우리가 중학교 졸업 후 여학교(상고)로 전근갔다 들음. 그런데 내가 고교 졸업하고 대학 새내기 때 고3담임 만나러 모교 갔을 때 그 선생님이 있었음 ㅠㅠ 내가 졸업하던 해에 울 여고로 전근왔다고...
지금도 이 지역에서 교사하는 지 모르겠으나( 20대 초반까진 길에서 간혹 봄.(한1년 출신 고교 바로 뒤 아파트에서 살았음) 내가저런 인간을 왜 좋아했나 싶어 창피해 아는 체 안하고 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