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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게 기다려온 애플펜슬에 대한 걱정과 기대
게시물ID : iphone_468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2
조회수 : 1798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5/09/10 16:40:00
개인적으로 디지타이저에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많이 질러봤습니다.

와콤은 예전 인튜3 사용해오다가 신티크 컴패니언이 발매됐을때 이거다! 하고 질러서 쭉 쓰고 있구요.
아이패드에 적당한 스타일러스가 없을까 했는데 와콤에서 인튜어스 스타일러스 2 내는거 보고 좋다고 질렀다가....그야말로 대실망쑈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ㅠㅠ

신티크 컴패니언(이하 신티크) 요 놈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며 작업용으로 써왔는데, 주 작업인 코딩 작업에 쓰기에는 과도한 사양과 과도한 무게(대략 2kg에 육박하는 무게에 13인치 주제에 맥북 15인치급의 덩치를 자랑합니다ㄷㄷ), 이래저래 불편한 옵션들 등등 불만이 많아서 작업용 노트북을 하나 더 물색했었죠. 그래서 선택한게 서피스 프로3 였습니다. 작은 덩치에 쓸만한 사양, 가벼운 무게, (그냥 대충 쓸만한 수준의 퀄리티기는 하지만) 타입 커버 덕분에 블투 키보드를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점 등등 나름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한가지 불만은, 포함된 엔트리그 펜이 영 아니올시다 란 점이었죠ㅠㅠ

다른 서피스 프로3 유저분들이 서피스 펜을 가지고 서피스 2 이전의 와콤 방식에 비해 딱히 더 나빠진건 아니라고 평을 하시는데, 서피스 2 이전의 와콤펜을 써본적 없어서 비교는 못하겠습니다만 가지고 있는 신티크 펜과 비교하자면... 비교하는게 신티크에 미안해 질 정도의 차이를 보이더군요. 엔트리그 펜이 반응속도와 딜레이 면에서는 와콤에 앞선다!라고는 하는데, 사실 신티크가 미묘하게 딜레이가 생기기는 하지만 그게 딱히 그림 그릴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어요(개인 차이가 있는 문제이고, 제가 전문으로 그림그리는 사람은 아니란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디지타이저 펜의 품질이나 사용성 면에 대해서는 반응속도/딜레이 문제는 일정 수준만 넘어선다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선을 긋는데 그려지는 선이 손 속도를 못따라오는게 막 눈에 확연히 보일정도라거나 하는 레벨만 아니라면, 약간의 딜레이가 생기더라도 다른 부분들에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봐요.

엔트리그 펜의 문제는 신티크에 비해 정확도가 확 떨어지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업무상 미팅을 할때 신티크와 서피스에 각각 원노트를 켜두고 빠르게 메모를 해보면 둘 다 어느 정도 필기가 가능한 수준은 충족시키지만, 종이에 쓰듯 자연스레 필기가 가능한 신티크에 비해 서피스는 뭔가 의식적으로 또박또박 적어야 하는 느낌이 듭니다. 화면 위에서 펜을 떼고 붙이고 손을 떼고 붙이고 하는 부분들도 자연스레 처리가 되는 와콤에 비해 엔트리그는 그 부분에서 오작동도 많이 일으키구요. 게다가 (이건 펜의 문제인지 서피스 자체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기기 방향을 가로 세로 변환하면 가뜩이나 미묘하게 부정확한 펜 초점이 더 어그러지는 느낌이 듭니다. 엔트리그 펜은 적당한 메모 수준의 사용성 외에는 쓰기 꺼려지더군요.

물론 이건 사용자의 편의와 무지막지한 가격을 모두 희생해가며 펜 성능에만 몰빵한 와콤 하이엔드 제품군과 가벼운 필기 위주의 옵션 레벨로 제작된 엔트리그 펜을 비교한다는게 불공평한 부분이 있지만, 일단 보급형 디지타이저 시장이 아직까지는 사용자들이 마치 종이에 그리듯 자연스러운 사용성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실 와콤이라도 뭐 훌륭한 사용성을 다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위에 적은 것 처럼 인튜어스 스타일러스 같은 괴 제품은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거의 10만에 가까운 가격) 정말 처참한 성능을 보여주니까요. 게다가 와콤 하이엔드급 제품군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 말한 그 '자연스러운 사용감' 단 하나만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하고 있죠. 어마어마한 가격(신티크 컴패니언 가격이 250을 넘나듭니다. 최상급 옵션이 아닌데도요ㄷㄷ), 흉하게 넓은 베젤, 줄일 수 없는 기기 두께, 화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정확도가 떨어지는 문제 등등 단점이 더 많을 정도죠. 와콤이 내는 물건 중에서 와콤의 이름값을 할만한 제품은 와콤 특유의 기술을 사용한 물건들 뿐입니다. 펜과, 펜이 움직일 바닥판(혹은 화면) 양쪽에 모두 와콤 특유의 기술이 적용된 방식이요. 펜 보다 바닥판 쪽에서 처리할 일이 훨씬 많기에 바닥판에 여러 제약이 들어가게 됩니다. 두께도 두꺼워지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단차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완화시키기 위해 화면 밖에 잉여 센서를 설치해둘 공간을 넓게 잡아두죠. 그래서 필연적으로 베젤 두께가 두꺼워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신티크 컴패니언이 13인치 화면을 가지고서도 맥북 15인치급의 기기 크기와 두께를 자랑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_-.. 만약 바닥판에 이런 기술이 없이 펜에만 이것저것 기술을 넣은 물건(예를 들면 iOS용 인튜어스 스타일러스 펜 같은 것들..)이라면 와콤의 이름값을 전혀 못하는, 와콤 특유의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물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디지털 기기에 유저들이 펜으로 자연스레 필기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디지타이저 기술이 향후 빠르게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만 아직까지 갈길이 매우 먼 상황입니다. 화면 위에 '마치 종이에다 그리듯 자연스럽게' 디지털 펜을 그리는 그 느낌은, 최소 수백짜리 전문가용 기기에서나 느낄 수 있는 맛입니다. 게다가 그 기기는 비싸고, 두껍고, 무겁고, 위에 말한 기술적 단점들이 포함된 상태죠. 화면에다 직접 그리지 않는 방식의 타블렛들도 전문가용은 수십만원대 가격을 호가합니다. 요즘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스마트폰/태블릿PC용 각종 디지타이저들에 대해 그런 자연스러운 필기감을 기대하고 구매했다가는 실망할 수 밖에 없죠. 뭔가 말로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아날로그의 자연스러운 느낌'을 완벽하게, 아니 완벽까지 갈 것도 없이 비슷하게라도 디지털로 구현하기에는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함이 많다고 봅니다.

여튼 그런 점에서 이번에 애플이 아이패드 전용 디지타이저 펜을 들고 나온 점은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 부분이네요. 애플에선 일단 딜레이 없이 바로바로 반응해준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는데, 정작 제 생각엔 그게 딱히 장점으로 내세울 부분인가 싶어요. 반응속도는 일정 이상 레벨(딜레이가 미세하게 생기더라도 딱히 사용 중에 거슬릴 정도만 아닌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그보다는 정확도나 자연스러운 필압(필압 감지 레벨 최대치가 몇단계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가 강하고 약하게 누르는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해 주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 등의 사용성을 얼마나 잘 표현해줬느냐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일단 펜 자체만으로 필압 감지라거나 여러 기능을 구현한게 아니라 화면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처리하는 기술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와콤이 자기네 특유의 기술을 적용한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들의 차이가 여기 있거든요. 어느분은 단순히 와콤 펜이 아니니까 보나마나 엉망일거다 라고 단정을 지으시기도 하던데, 와콤도 자기네 특유의 기술을 적용한 물건이 아니면 사용성 엉망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적용하려면 베젤은 엄청 넓어야 하고(화면 크기에 비해 기기 크기가 엄청나게 커짐) 두께도 두꺼워야 하고 무게도 손해를 보게 되죠. 가격도 훨 높아질 가능성이 높구요. 와콤 특유의 기술을 적용한 물건이 되려면 그야말로 그림그리는 용도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한 기기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패드가 그렇게 되어선 안되겠죠; 일단 애플이 직접 손본 압력감지 화면과, 그에 대응되는 필압감지 디지타이저라는 면에서 새로운 기술의 새로운 제품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고 봅니다. 화면과의 연계된 필압감지 기술이라는 점에서 일단 기대해 볼 이유가 하나 생길테구요, 애플이 그간 보여준 높은 수준의 유저 경험 제공 능력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요소라고 봅니다.

다만 뭐 걱정되는 부분은 위에 말했듯 디지타이저 기술들이 아직까지 유저들의 기대만큼 자연스러운 사용성 구현을 하지 못하는 수준이라는 점이 제아무리 애플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극복할 수 있겠느냐 하는 우려죠. 갤노트건 와콤 타블렛이건 디지타이저 많이 만져본 사람들이야 이 기술이 아직 미숙하다는 걸 알고 그 불편함에 어느정도 적응을 한 상태이지만 디지타이저 사용을 거의 하지 않은 대다수의 일반 대중들에게 디지타이저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은 편일 겁니다. 종이에 자연스레 뭔가를 그리듯 화면 위에 그릴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는게 당연하죠. 글쎄요, 제아무리 애플이라 할지라도 한걸음에 그정도까지 해냈을지는 의문이네요. 너무 기대치를 높게 잡는 것은 실망감으로 돌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일단 시중 샵에 전시용으로 풀리는 날을 기다렸다가 직접 사용해보고 결론을 내리는게 맞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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