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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몇년 전에 있었던 약 사이다.
게시물ID : soda_13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붉은달의밤
추천 : 4
조회수 : 155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9/11 21:04:56
과거 회상이니까 수필형식의 반말조로 하겠음요.
 
수능시즌이 다가오니까 생각나는 10년이 훌쩍 넘은 먼 과거의 고3때가 생각난다.
국민학교 6년을 천둥벌거 숭이처럼 들판을 뛰어 놀기만 하던 내가 중학교때도 정신 못차리고
놀기만 하다 중3때 겨우 정신차려서 1년 벼락치기로 겨우 인문계를 턱걸이로 들어 갔지만
다시 머리에 꽃을 꽂은 사람마냥 정신줄을 내려놓고 2년을 허송세월로 지내버린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마지막 수능모의고사를 치고 400점 만점에 160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손에 쥐고서야
집나간 정신이 돌아와 초인종을 미친 듯이 눌러대었고 그 소리에 현기증 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그렇게 돌아온 정신이와 손을 잡고 미친 사람마냥 공부하던 1년.
 
고3의 나는 미치광이처럼 공부에 매진했던 것 같다. 그래도 워낙 기초가 없다보니 점수는 쉽게 오르지 않았다.
수학과 영어는 정말 내가 하는 노력에 침을 뱉고 도망가는 지경이었다.
그래도 국어와 수탐2는 희망이라는 것이 보였었다. 그래서 죽어라 국어와 수탐2에 매진했더랬다.
그때 하루 용돈이 점심저녁 밥값과 차비를 합쳐서 5천원이었는데 저녁을 300원짜리 빵과 200원짜리 우유로 때우고
걸어다니면서 돈을 모아 그 돈으로 문제집을 사서 풀었었다. 연말이 되니 내가 풀었던 문제집이 이마트봉투 큰걸로 5봉투가 넘었었다.
대부분 언어영역과 수탐2관련 문제집이었다. 언어영역은 너무 많이 풀어서 나중에는 새로산 책의 대부분의 문제가
내가 풀었던 다른 책의 문제와 중복되는 걸 알게되어서 지문을 안읽고 문제만 보고도 답을 맞출 수 있었다.
 
이렇게 미친듯이 공부하는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가 있었으니 반에서 중간 이상의 등수(조금 상위권)인 녀석이었다.
나는 수능 전까지도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으니까..ㅎㅎㅎ
 
이 녀석은 항상 수능모의고사를 치면 나에게 와서는 몇점이냐고 계속 캐물었고 내가 밝히기 싫은 점수를 억지로 들춰보고는
 
" 노력은 반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놈이 점수는 개판이네. 머리가 나쁜가보네. 그냥 포기해라~ㅋㅋㅋ"
 
하며 항상 나를 놀려대기 바빴고 그렇게 놀려대면서 자기 점수를 말하며 자랑하기에 바빴다.
 
나를 깔보는 시선에 화가 나기는 했지만 화보다는 이녀석은 왜 자기보다 훨씬 못하는 녀석과 비교하는 걸까??
나같으면 나보다 잘하는 녀석과 비교해서 더 노력할려고 애쓸텐데..하는 어의없음이 더 컸다.
 
그렇게 수능 전날까지 나는 그녀석의 비웃음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비웃음을 듣던 나는 결국 수능점수는 270점대였다. 뭐 공부 잘하는 분들이야 그게 뭐냐. 그것도 점수냐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반에서 꼴찌 다음이었던 내가 저 점수로 반에서 중위권 이상으로 올라갔으니까 노력한 만큼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해 수능은 어려워서 공부잘하던 친구들이 점수가 평소와 같거나 하락했던 걸로 알고 있다.
 
사실 나는 암기력이 꽝이다. 친구가 그랬다. 내가 암기력만 좋으면 세계정복했을 놈이라고..
암기력이 안좋은 대신에 잔머리가 발달해서 공부도 전략을 세워서 전략적으로 공부해서 점수 올렸으니까..
암튼 저 점수로 지잡대 4년제 대학을 갔다. 3학년 초에 담임선생님은 취업반을 권유했었는데 말이다..ㅎㅎㅎㅎㅎ;;;;;
 
여기서 중요한 것!! 그녀석은 어떻게 됐냐고?? 220점 받았다.
점수가 나온날 선생님이 피나게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내게 박수쳐주라고 해서 박수를 받은 나는
쉬는 시간에 그놈한테 가서 그녀석이 한 그대로 해봤다.
 
나                  : " 야! 몇점 받았냐? "
그놈               : " 말걸지마라! 열받으니까! "
옆에 있던 친구 : " 절마 220점 받았단다. 냅두라. "
나                  : " 뭐고. 1년 내내 내한테 그리 잘난체 하더만. 내보고 머리 나쁘다 하고. 잘난체 했으면 그 값을 해야지. ㅋ"
그놈               : " 마! 죽고싶나 "
나                  : " 아니~ 그게 아니고 힘내라고~ 힘~ ㅋㅋ"
 
그놈은 결국 재수했다나 어쨌다나. 재수했는데도 성적이 별로였다나 어쨌다나.
난 수능점수 나오던 날이 내 인생에서 제일 사이다였던 것 같다.
 
대학 적성에 안맞아서 중간에 때려치고 다른 일 하는 건 안자랑~ㅋㅋ
그래도 대학 동기들 중에는 돈 많이 받는 놈에 속하는 건 쪼금 자랑~ㅋㅋ
 
다들 계획을 잘 잡아서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가끔 사이다처럼 시원한 날 몇번 찾아와요~
모두 힘내서 잘 살아봅시다~
출처 내 마음 속 낙엽한장에 적힌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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