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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얼어 죽은 이야기
게시물ID : animal_1422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홍시와연시
추천 : 3
조회수 : 73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0/02 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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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잠도 안 오니 제가 경험한 썰 하나 풀어보려고 합니다.
 
 
때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한창 우리집이 도둑고양이와의 전쟁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길고양이라고 단어를 바꾸는 모양이지만 그시절엔 그랬습니다.
 
 
이 고양이와의 역사는 꽤 길었습니다.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시절 집천장에는 쥐가 살았습니다.
 
그런데 삼백육십오일 이십사시간 마라톤을 하던 쥐떼들이 쿵 하는 어느 묵직한 소리와 함께 조용해지더군요.  
 
그것이 우리 가족과 고양이와의 첫 대면이었습니다.
 
 
그 고양이는 쥐가 없어지자 어머니와 아버지가 키우는 십자매, 호금조를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새가 좀 많아서 개체수 조절도 필요했던 참이었습니다.
 
귀엽긴 하지만 새똥냄새가 지독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어머니 아버지에겐 용납될 수 없으셨나봅니다.
 
하긴 한두번도 아니고 하루걸러 하루 일이었고 잡아먹었으면 새장문이라도 닫고 갈것이지 닫지도 않아서 늘 잡으러 다녀야 했거든요.
 
또 어머니는 애들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따뜻한 이불 속에 품어 나을 때까지 금이야 옥이야 하셨으니 말이죠.
 
 
그래서 결단 하셨죠. 전쟁을 하시기로.
 
그리고 전쟁에는 승자 패자도 없이 가장 약한 놈들만 피해를 보죠.
 
그게 바로 그 고양이의 새끼였습니다. 어미는 잡지 못한 걸로 알고 있고요.
 
 
그날 아침은 흐렸고 추웠고 바람이 꽤 불었습니다.
 
새벽에 빗속에서 잡혔던 고양이 새끼는 자기 어미가 잡아 먹었던 십자매 새장에 갇혀 오들오들 떨고 있었습니다.
 
작았고 어린만큼 동그랬습니다.
 
똥내 났지만 나름 정들었던 새의 원한따위 한방에 날릴 정도로요.
 
 
어머니에게 키우자고 했다가 호되게 혼남과 동시에 눈물을 머금고 학교로 추방당해야 했습니다.
 
꺼내고 싶고 만지고 싶고 내꺼 하고 싶었던 그 고양이를 두고 말이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학교로 가주마. 하지만 돌아오는 그 순간 넌 내 다락방에서 사는 거야...!  
 
 
학교에 가서 수업은 듣는둥 마는둥 고양이 낙서만 하고 있었는데
 
하늘이 날 도왔나. 태풍때문에 조기 하교를 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가 갇혀있던 새장은 비어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더군요. 죽었다고.
 
 
제가 학교에 있었던 시간은 세시간도 안됐었습니다.
 
생명이란게 참 쉽게 가더군요.  
출처 학창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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