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인박해 때 천주교도 수사와 처형 책임을 맡은 자는 포도대장 이경하였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을 고문하다 죽이는 게 귀찮아진 그는 물 묻힌 종이를 얼굴에 덮어 질식사시키는 새로운 ‘살인법’을 발명했는데, 여기에서 ‘도무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2. 사람을 죽이려 얼굴에 붙인 종이를 ‘도모지’라 했고, 이 말이 변해서 ‘도무지’가 됐습니다. ‘도무지’ 때문에 죽은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었던 거죠. 당시 이경하의 집은 낙동에 있었는데, 그래서 그의 별명이 ‘낙동염라’였습니다.
3. 이경하가 너무 잔인무도하여 원성이 자자하자 사람들이 대원군에게 그를 내치라고 진언했습니다. 그러나 대원군은 “그가 잘 하는 짓이 사람 죽이는 것밖에 없다는 건 나도 잘 안다. 내가 그를 중용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4. 야당 대표와 서울시장이 공산주의자, 친북행위자임을 ‘확신’한다는 사람을 방문진 이사장으로 임명한 대통령의 뜻이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더러 있습니다. 그 뜻은, 대원군이 살인마를 포도대장에 임명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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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인들을 모시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답사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시관 안에서 일본경찰이 유관순을 고문하는 디오라마를 보고 나서 한 분이 그러더군요. “일본 놈들, 정말 죽일놈들이야. 사람을 저렇게 잔인하게 고문하다니.”
2. 그분에게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그 악습을 청산하지 못해 박종철도 고문당하다 죽었잖아요”라고 말했더니 이번에는 “어떻게 일본 놈과 한국 경찰을 비교할 수 있어? 고문 안하고 빨갱이를 어떻게 잡아?”라며 펄펄 뛰더군요.
3. ‘인권’을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인권을 존중해야 할 사람’과 ‘인권 따윈 무시해도 좋을 사람’으로 나누는 순간, 이미 ‘고문 기술자’가 될 준비를 완료한 겁니다.
4.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을 학살한 자들이나,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을 고문한 친일경찰들이나, 이근안 같은 고문기술자들이 특별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들은 사람을 고문하고 죽여 자기 ‘확신’을 입증하려 한 권력자들의 평범한 하수인이었을 뿐입니다.
출처 : 역사학자 전우용 트위터
도모지(塗貌紙) -도무지
塗(바를 도) 貌(얼굴 모) 紙(종이 지)
[유사어] 폐일언(蔽一言)
얼굴에 종이를 발라 누군지 알 수 없게 죽인다는 뜻에서, 이러니저러니 할 것도 없이, 또는 전혀 라는 의미로 쓰임.
황현(黃玹)의 매천야록(梅泉野錄)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근세(近世)의 방언(方言)에 ‘도모지(都某知)’라는 말이 있다. 말 머리에 서서 ‘폐일언(蔽一言)’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 ‘대체로 아무개 누구를 아는가?’ 라고 물을 때, 가히 말할 것도 없이 알지 못한다고 이르는 것일 뿐이다. 대원군이 나라를 맡고 있을 때 살육(殺戮)을 감행하여 천주학과 화폐위조 이외에 비방(誹謗), 괘오(詿誤), 나직(羅織)에 연좌되어 죽은 자가 천여 명이나 되었다. 포도청(捕盜廳)의 형졸(刑卒)들이 살인하는 것에 질려서, 무릇 연좌된 자들을 상대로 백지(白紙) 한 장을 그 얼굴에 덮고 물을 뿜어 종이를 적시면 죄수의 숨이 막혀 잠시 뒤에 곧 죽었다. 이를 해석한 자가 이르기를 ‘도모지(都某知)’란 ‘도모지(塗貌紙)’라고 하였다.
(近世方言,有都某知三字, 做話頭猶曰, 蔽一言, 謂大都誰某知, 不知可勿論云爾. 雲峴當國, 果於誅戮, 邪學, 盜鑄以外, 坐誹謗, 詿誤, 羅織死者, 又千百數. 捕廳刑卒, 厭於殺人, 凡坐者, 至以白紙一張, 擢以掩其面, 噴水傳之, 囚息不通, 須臾便絶. 解之者曰, 都某知者, 塗貌紙也.)
[출전] 黃玹의 <梅泉野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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