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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도중 중간에 나왔던 이야기
게시물ID : freeboard_10904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햇빛쿠키
추천 : 1
조회수 : 25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0/07 00:06:02
때는 바야흐로 1993년.

본의아니게 수능 1세대라는 자격을 득한 저는 전무후무한 한 해 수능을 두 번 칠 수 있는 호사를 누렸습죠.

6월의 1차 수능, 11월의 2차 수능. 두 시험 중 높은 점수를 택하여 지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혹 자는 두 번 기회가 있으니 좋다 하고 혹 자는 일년 내내 풀 버닝모드라 죽음의 레이스라 하던 그 해.

저는 사실 공부에 재능이 없었습니다. 내신은 거의 바닥이었지요.

다만 이과 주제에 국어만은 나쁘지 않아서 수능이라는 제도는 정말 구원과도 같았습니다.

당시 만점은 200점, 그리고 언어영억 점수가 무려 60점 ㄷㄷㄷ

6월의 1차 수능 때 언어영역을 1개 틀려 58점을 받는 기적적 찍기 덕택에 130점을 받았는데요.

사건의 11월의 2차 수능 때 일어났습니다.

저는 부산고등학교 출신입니다. 지금이야 흐지부지 뒤켠으로 밀려났다지만 당시엔 경남고등학교와 라이벌 관계였습니다.

하필 고사장이 경남고등학교...

1교시 언어영역 시험 전에 저는 시계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다행히 감독관 선생님이 종료 10분 전에 말해주겠다고 하셔서 안심하고 열심히 시험지에 체크하고 다시 한번 확인하고 했었지요.

10분 전에 OMR 카드에 옮기겠다는 생각으로요... (지금 생각하면 ㄷㄷㄷ)

그 때 갑자기 종료 벨이 울립니다. 선생님이 까먹으셨는지 말씀을 안하셨네요.

아직 OMR 카드는 백지입니다. 시험지를 걷기 시작하는데 부랴부랴 선생님께 말씀드려봅니다.

"알겠다, 그런데 여기서 이러면 안되니 교무실로 같이 가자."

황망히 선생님을 따라 교무실로 갔습니다.

교무실로 들어가니 교감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물어봅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그 선생님은

"그런 건 교실에서 해결해야지 일단 교무실 들어오면 끝이야, 안돼!"

감독 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시며 절 쳐다보시는데 황망함에 울음도 안나오면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2교시 시험 전에 가방을 챙겨 나왔지요. 필살기를 봉인당한 채 나머지 

아무도 없는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교문을 지나칠 때 즈음 그 많은 어머니들의 눈빛도 아직 생생하네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2차 수능은 난이도 급상승이라 대부분이 1차 결과로 지원하는 상황이라

제겐 별다른 타격이 없었습니다는 결론이네요.






하지만 22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씩 안돼! 돌아가! 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에 잠이 깨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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