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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치킨사태를 통해 살펴 본 기부모금 활동의 주의점
게시물ID : freeboard_10919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
조회수 : 4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07 19: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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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좋을 뜻을 가지고 기부를 받고 그 뜻을 실행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뭘까요?

뜨거운 정의감과 열정? 그건 당연한거구요. 이번 '썬더치킨사태'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냉철한 사업가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런 좋은 일을 하는데 있어 정의감과 열정, 뜨거운 감정들이 작용하는 부분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일의 시작에 함께하고, 모든 일이 마무리된 마지막을 함께하고, 자신과 뜻을 같이해 크고 작은 도움과 희생과 봉사와 기부를 해준 이들을 대할 때에만 함께하면 됩니다.

그 외 나머지, 일의 진행 과정 대부분에는 그저 냉정하고 냉철한 사업가의 마인드만이 필요합니다. 일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돈을 집행함에 있어 마치 소중한 내 돈처럼 최대한 아낄 수 있을만큼 아껴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하고, 공명심에 눈이 멀어 일의 성공보다 자기 유명세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단속해야 하고, 일의 진행을 위해 만나야 하는 업체들과는 철저한 계약/계산 관계 하에 교류해야 하죠.

이걸 못하고 흐지부지 흐리멍텅해지기 시작하면 답이 안 나옵니다. "나는 존나 좋은 일을 하는 훌륭한 사람이다"라는 환상에 취해 업체들과의 관계에서 '아 좋은 일로 하는건데 돈을 왜 요구해' 이런 갑질, 양아치질을 하기도 하고, 기부받은 돈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일 역시 엉망진창이 됩니다. '아 까짓거 좋은 일 하는데 쓰는건데 내가 버스탈거 택시 한번 탔다고, 무궁화 탈거 KTX 한번 탔다고, 날 더운데 시원한 음료수 한잔 사 먹었다고 뭐 어때' 이런 식인거죠. 누군가의 말처럼, 남의 돈 쓰는데엔 처음이 힘들지 한번 시작하고 나면 엄청 쉬워지는 법입니다. 그렇게 돈은 돈대로 흥청망청 나가기 시작하고, 일의 성공보다 자기 공명심을 채우는데 더 집착합니다. '대표이니만큼 좋은 일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라는 자기 기만하에 방송사 인터뷰를 하고 동네 마실나온 강아지 영역표시하듯 여기저기 찔끔찔끔 자기 이름을 남깁니다.

이게 일반적인 '좋은 뜻으로 시작한 기부 단체의 타락 과정'입니다. 뭐.. 기부나 봉사, 그런 단체를 만들고 이끈다는 것이 이렇게나 쉬운 일이 아니란거죠. 웬만한 능력으론, 그리고 웬만한 각오와 다짐으론 손대지 못할 일입니다. 그러기에 그런 일을 성공적으로 해 나가는 이들이 그렇게 칭송을 받는 것이구요.

이번 썬더치킨사태의 주동자는 자기 입으로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남이 좋은일로 이름 알리는게 부러워서 나도 해보고 싶었다...라구요. 일단 일을 시작한 동기도 불순해 보일뿐더러 그런 일을 진행할 그릇도 못되었던 거죠. 안타깝긴 하지만 횡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단순히 '안타깝다, 능력이 부족했을 뿐인데'로 넘어갈 문제는 아닐겁니다. 본인은 스스로 어려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20대 중반이면 일의 책임을 직접 져야 할 나이구요. 어쨌거나 이미 이번 일은 '해명과 사과'가 아니라 '수사와 판결'의 레벨로 넘어가야 할 거 같네요. 이 사건으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 의미있고 좋은 일을 하기 위한 기부 모금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왕 이렇게 된거 남은 의혹없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밝혀져 반면교사의 사례로 남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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