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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어떤 남자가 뜬금없이 모금함을 들이밀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0921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혼자뜨는달
추천 : 0
조회수 : 2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07 20:47:20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어요.
카메라맨을 대동하고 버스정류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모금함을 들이밀더군요.

제게도 왔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그가 무슨 말을 건네며 그런 짓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순간적으로 마치 너를 찍고 있다. 모금을 하지 않으면 너는 굉장히 나쁜 놈으로 기록되겠지. 라는 투의 기운이 느껴졌었어요.

제가 당시에 체격은 깡 마른 체격이었는데 인상이 굉장히 날카로워서 늘 화가 났느냐, 집에 무슨 일 있느냐는 안부를 아침인사로 받던 시절이고, 어두운 데서 인상 쓰고 있으면 사람 하나 죽이고 난 표정이란 극단적인 소리도 듣던 때였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어이가 없어서 노려봤더니 그냥 휙 돌아서더군요. 카메라를 향해 어깨를 으쓱하면서, 뭐라고 떠들더라고요.

기분이 나빴습니다. 마치 "뭐 세상에 착한 분들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저런 분 의외로 많아요. 제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식으로 떠드는 것 같았어요.

요즘 같으면 쫓아가서 카메라 테잎 내놓으라고 했을 텐데 그 때는 초상권이나 이런 것에 인식이 희박했던 시절이기도 했고
워낙 황당한 일을 당한지라 당황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기에 분을 속으로만 삼키며 그냥 넘어갔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박카스 상자 정도로 보이는 크기에, 흰 종이로 포장해서 '모금함'이라고 써붙인 그 성의없는 박스를 믿을 수 없었어요.
그런 박스를 들고 다니면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카메라를 불쑥 들이대곤, 모금을 강요하는 그런 인간이 그 돈들을 제대로 된 용처에 쓸 거라고 믿는다는 건 바보 같은 일이라고요.

착사모 사건을 보면서 문득 그 때 일이 생각나네요.

언젠가 그래도 그 사람은 정말 순수한 의도였을 수 있잖아. 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말이죠. 그 때 제 선택은 옳았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사회복지모금도 횡령사건이 일어나는데, 일개 개인 따위를 믿기엔 시대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 이름을 숨긴 신월동 주민 한 분은 구세군에 매년 1억씩 4년을 기부하셨다는데, 자기 이름을 건 누군가는 그런 짓을 벌이고 있네요.

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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