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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알터/망상주의/손발주의/아무튼다주의] 늑대
게시물ID : mabinogi_133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르고
추천 : 17
조회수 : 1103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10/22 01: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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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모든 망상의 시작 ↓
 
알멍.jpg

 
※ 팬픽같은 거 써본지 벌써 십수년... 이젠 중2병 졸업할때도 되었지만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변태인 것을 나이값 따지지 말자고 생각해봅니다.
※ 저퀄주의-지하철에서 그분이 오셔서 갑자기 쓴거라...
※ 다시보니 손발리 오그라든다. 내일 아침에 이불 차다 삭제할지도... 근데 활처럼 휘었다는 너무 유명한 드립이라 한번쯤 써보고 싶었음.
※ 사실 저는 굳이 고르자면 톨비쉬.
 
 
 
 
 
 
 
 
 
 
 
 
 
 
 
 
 
 
 
 
 
 
 
 
"...그래서 여기에서 이쪽으로 사도가 뛰었는데 보통 이런 때는 우웅 하는 파열음이 생기지만, 가끔 소리가 안 들릴 때도..."

아브 네아 호수 근처에 나타난 사도를 퇴치했던 임무 이야기를 들려달라던 알터는 아무 종이에나 슥슥 대충 그린 내 사도 그림을 보며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사실 내가 그렸지만 이건 기르가쉬가 아니라 숫제 바퀴벌레를 그려놓은 것 같은데도. 
눈빛을 반짝이며 내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고개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셰퍼드나 말라뮤트,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큰 개가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할 만큼.


"조장님, 조장님! 톨비쉬 님이 찾으셔요!"


바스락바스락 저 적갈색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쓰다듬는 감촉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카나가 달려오며 부른다. 퍼뜩 정신이 돌아온다.


"선지자가 뭔가 게이트 바로 앞에 흔적을 남겼나 봐요, 조장님. 톨비쉬 님이 잠깐만 와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알았어. 그럼 잠깐 갔다올테니 기다리고 있어. 이건 갔다 와서 다시 얘기하자, 알터."

"네, 밀레시안님!"

정말로 머리를 쓰다듬을 뻔 했다. 갔다올게- 하고 인사하면 멍! 하고 짖는 리트리버가 떠오른다. 
알터는 개과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카나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톨비쉬는 잠깐이라고 했지만, 조사는 간단하지 않았다. 흔적은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고 생각보다 길었다. 
톨비쉬와 나는 아발론 게이트에서 꽤 멀리까지 이어진 흔적을 따라 조사를 나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별 소득도 없이 게이트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자정이 훌쩍 넘어 있었다.

지금쯤이면 모두들 자고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발소리를 죽여 조용히 걷고 있었는데, 테이블 위에 작은 램프 불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침대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리니 흔들리는 불빛 뒤로 의자에 웅크려 앉은 인영(人影)이 보인다.

"...알터?"
 
"밀레시안님!"

불편한 의자에 웅크려 앉아 꾸벅꾸벅 졸던 알터가 벌떡 일어났다. 아, 또 큰 개가 생각나고 말았다.
현관 앞에 앉아 있다가 주인이 돌아오면 기쁜 듯 일어나 달려가는 하얀 사모예드.

"아직 안 잤어? 불편하게 왜 거기 앉아 있어."
 
"그렇지만 기다리라고 하셨잖아요."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하곤 머리는 부스스한 까치집 꼴을 하고서 담뿍 웃는다. 아차 싶다.
잠깐이라는 톨비쉬의 말에 별 생각 없이 뱉은 소리였는데, 솔직히 내가 그런 말을 했었나도 싶은데, 안쓰러움과 미안함과 죄책감이 가슴을 간질인다.
저 기다렸어요 하고 써 있는 듯한 알터의 눈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 그만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아니... 아... 미안해. 그게 흔적이... 생각보다 길어서... 부엉이를 보낼 걸 이렇게 늦어질 줄 모르고... 아니 그래도 이렇게 늦는데
그냥 들어가서 자야지... 왜..."

뭐라 변명할 말이 없어 목소리는 웅얼거리고, 가린 손 밑에서 시선은 갈 곳이 없다.
중얼중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것저것 주워 섬기는데, 차가운 손이 다가와 얼굴을 가린 내 오른손을 떼 냈다.

"밀레시안님, 밀레시안님. 저 좀 봐요."

겨우 눈을 맞추자 알터가 싱긋 웃었다. 밖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내 손목을 잡은 알터의 손이 차갑게 굳어 있는 게 미안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괜찮아요. 저, 선지자가 아발론 게이트 바로 앞까지 왔었다면 금방 못 오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무사히 돌아오셔서 기뻐요."
 
정말로 원망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눈빛으로, 알터는 나를 보고 웃었다.

"그렇지만 저... 약속대로 기다렸으니까, 그러니까 상을 주세요."
 
"상?"

알터는 순식간에 성큼 다가와 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잡았다. 초록색 눈에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림자가 어렸다.

"저 여기 밖에서 추웠으니까... 그래도 기다렸으니까, 오늘 잠들 때까지 같이 있어 주세요. 따뜻하게."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싶은데, 알터는 그대로 다가와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쿵. 까치집 머리의 소년은 사라지고 내 앞에 나타난 남자 때문에, 내 심장은 발끝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


언제,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낮까지만 해도 분명 내 앞에 있었던 맑은 눈의 갈색 머리 소년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언제나 맑고 예쁜 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어둡게 일렁이는 저 초록색 눈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알터는 천천히 [검열삭제]. 부드럽고 따뜻한 [검열삭제] 입술을 [검열삭제] 거칠게 [검열삭제] 입천장을 [검열삭제].
크고 단단한 손이 등줄기를 쓰다듬자 내 몸 속 어딘가에 있는 실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숨이 가빠오고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아 밀어내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늘 갑옷을 입고 있어 몰랐었다. 그저 어린 소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열심히 단련한 팔도, 넓은 어깨와 등도 놀랄 만큼 단단하다.

"으흑, 알터, 잠깐, 잠깐만 기다려."

거침없는 ​손길에 숨이 턱 막혀 다급하게 불러도 아랑곳없이 [검열삭제] 알터는 내 정신이 아득하게 멀어질 때쯤에야 겨우 [검열삭제] 나를 바라보았다.

"싫어."
 
"뭐?"
 
"잠깐만 기다리기 싫다고요."

어둡게 달아오른 초록색 눈은 이쪽을 뚫어지게 보면서도 알터의 손은 [검열삭제]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밀레시안님은 아무것도 몰라요. 그래서 날 마치 어린 동생이나 강아지 보듯 하죠.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난 오래 전부터 늘 이런 걸 상상했어요. 나는... 당신이 날 그렇게 보니까, 착한 소년이 되어보려고도 했는데, 이젠 싫어.
나는 당신이 톨비쉬 님과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질투가 나. 오늘도... 일찍 못 들어올거라고 생각했다는 거... 거짓말이에요.
기다리라고 했으면서 안 돌아와서 입이 바작바작 타는 줄 알았어. 돌아오면... 돌아오면 가만 두지 않을거라고."
 
"흐윽."

으르렁거리면서, 알터는 왼손으로 나의 양 손목을 잡아 [검열삭제]. 훅- 하고 남자의 체취가 밀려온다.
나도 모르게 발끝이 오므라들고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귀가 멍멍하다.

"나를... 나를 봐요. 나를 봐 줘요."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깊은 초록색 눈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은 미숙하지만 나는 이제 그를 도저히 소년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았다.
큰 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는 알터의 눈은 마치 아주 오래 전 소용돌이 언덕에서 마주쳤던 흰 늑대의 그것 같다.
알터의 [검열삭제] 내 [검열삭제] [검열삭제] [검열삭제]. 천천히, [검열삭제] [검열삭제].

"밀레시안님, 사랑해요."

그리고 알터는 [검열삭제] [검열삭제]. 
다시금 정신이 아득해지고, 나는 [검열삭제] 정신을 잃기 전에 간신히 어릴 적에 읽었던 백과사전 한 줄을 떠올렸다.
 
늑대. 학명 Canis lupus chanco. 식육목(食肉目) 개과의 포유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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