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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를 못하셨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1240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단풍금
추천 : 11
조회수 : 874회
댓글수 : 51개
등록시간 : 2015/10/24 17: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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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저희 부모님께서 친할머니와 함께 10년정도 식당을 운영하시다가
 
작년 여름? 한 8월쯤부터 가게 정리 하시고 할머니께서 이제 나이도 많으시고 하셔서 좀 쉬시려고
 
한 1년정도 쉬시는 중인데요..
 
아버지께서 취업준비생?시절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하던것에 미련이 남으셨는지
 
저한테 요새 공인중개사 시험은 어떻게 치는지 물어보고 하시면서 e모 인강사이트 수강을 1년정도 하셨거든요
 
매일 식당 일만 하시고 하는거 보다가
 
저 수능 공부할때만큼 열심히 공부 하시는거 보니깐 뭔가 좀
 
감회가 남다른?느낌이더라구요 ㅎㅎ
 
포스트잇 막 벽에 붙여 두면서 계속 보시고
 
친구분들 술자리 연락 오는데 괜히 바쁘다면서 자리 피하시고 ...ㅎㅎ
 
(근데 또 괜히 그렇다면서 시험 얘기는 안 하시더라구요 ㅠㅠㅋㅋ)
 
저는 지금 공익근무 중이라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정말 제가 고3때 저렇게 공부했으면 내로라 하는 대학에는 그냥 들어가지 않았겠나 싶을만큼
 
진짜 열심히 공부 하시더라구요 ㅎㅎ..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 못 하셨던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아니면 저랑 동생이 수험생활 할 때 식당 운영하면서 제대로 못 챙겨줬다고 생각하시는지
 
매일매일 참 어릴 때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투덜대시면서도 손에는 기출문제집 인쇄한거 들고 계신거 보면서
 
원래도 아버지 대단하신분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뭔가 더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제가 나름대로 좀 더 도와드리려는 마음에
 
수험생들 필요한 학용품?이나 적절한 시계 등등
 
제 경험에 따른 진심어린..조언들을 열심히 해 드렸거든요
 
 
뭐 사실 공인중개사 시험 잘 쳐서 합격 하더라도 그런 쪽으로 일을 하시진 않을 수도 있겠지만
 
좋아하던 어떤 한 분야에 저렇게 집중해서 공부하시는 모습 보니깐 아들로써 그래도
 
시험 결과는 잘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어머니는 어디 가서 찹쌀떡? 같은것도 사 오시고 ㅎㅎ
 
저도 제 수능날 생각하면서 초콜릿 같은거 사서 오늘 새벽에 전해 드렸습니다 ㅎㅎ
 
입실이 8시30분까지라던데 여기가 조금 시골이라 최대한 가까운 시험장에서 응시하도록 원서 써 드렸는데도
 
새벽 6시에 출발하셔서 겨우 도착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ㅎㅎ..
 
(시험은 대구에서 응시하셨는데 저희 집은 대구에서 한시간 반 정도 떨어져있는 곳입니다)
 
 
저는 오늘 집에 있다가 아버지께서 시험 끝나시면 오후에 같이 식사나 하게 맞춰서 갈 생각으로
 
아홉시 조금 전에 일어나서 있었어요, 어머니께서는 새벽에 같이 가셨구요.
 
저는 열두시쯤 버스 타고 갈 생각으로 우리 마을 버스터미널 쪽으로 열한시반쯤 도착해서 버스 기다리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해주시더라구요
 
전화 받았더니 아버지랑 같이 저희 마을로 돌아오고있는중이라고 얘기를 하시면서
 
아버지께서 신분증을 안 갖고 가셔서 시험을 못 쳤다고 얘기를 해주시네요 ..
 
 
어머니 아버지께서 새벽에 출발하셔서 여덟시쯤 도착하셨는데
 
요새 시험은 핸드폰도 못 갖고 가게 한다면서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핸드폰을 맡기고 시험장에 입장하셨는데요
 
아버지께서 항상 핸드폰 가죽케이스에 운전면허증이랑 카드 하나 끼워 다시니고 현금은 그냥 들고 다니시면서
 
지갑을 따고 안 갖고 다니셨거든요..
 
어머니께서는 시험이 두시반에 끝나니 그때까지 기다리면서 그냥 근처 목욕탕에 가서 목욕 하시려고 가셨었구요
 
아버지께서는 여덟시에 시험장 들어가셔서 계속 기다리다가 주위 수험생들이 신분증 꺼낼 때 놓고 온 걸 알았다고 하시네요
 
아버지께서는 그 때 평생 처음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껴 보셨다고 얘길 하시네요 ㅠㅠㅎㅎ
 
결국 시험은 못 치고 그냥 나와서 어머니 목욕 하시는동안 기다리다가 만나서 같이 나오셨다고 하시는데
 
 
정말 너무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네요..
 
 
집에 도착해서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해서 점심 먹으러 갔다가
 
원래 낮술을 안 하시는분인데 오늘은 술을 많이 드셔서 조금 전에 집에 왔네요..
 
 
사실 나는 이번 시험 잘 치든 못 치든 생활하는데있어서 바뀌는건 없을것이다
 
돈 벌려고 11년동안 가게 일하는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 열심히 해 본걸로 뿌듯하다
 
시험 못 친건 아쉽지만 나중에 너랑 니 동생 무슨 시험 치러갈때
 
신분증 못 챙겨가진 않게 챙겨 줄테니깐 그걸로 된 거 아니냐 하시면서 얘길 하시는데
 
정말 너무 안타깝고 아쉽고
 
화도 나고 슬프고 그러네요 ..
 
 
제 시험은 아니지만
 
또한 열심히 취업준비 하시는분들만큼 절실하고 필요한 시험도 아니셨지만
 
아들로써 참 너무 아쉽습니다
 
그냥 허허 웃으시면서 됐다 하시는데
 
정말..너무아쉽습니다 ㅎㅎ..
 
 
 
아버지께서 이제는 진짜로 좀 휴식을 취하고 놀러도 다니시게 하고 싶은데
 
아들로서 어떻게 좀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아버지께서 낚시 하러 다니시니는걸 정말정말 좋아하시는데
 
식당 일 하시고 하면서 계속 바쁘셔서 그런지
 
제가 초등학생때 몇번 가 본거 말고는 잘 기억이 안나네요..
 
낚싯대도 다 낡아서 이젠 못 쓸텐데 어디서 빌려서 갈 수는 있을지..
 
 
야구 경기 관람하시는것도 정말 좋아하시고 작년에도 직관은 못해도
 
식당에 켜놓는 TV에서는 항상 야구경기중계를 틀어놓으시던 분이었는데
 
올해 아직 남은 경기중에 아버지께서 좋아하실 경기가 남아 있을까요.. (삼성, 롯데쪽을 많이 보시는거같더라구요)
 
 
..
 
 
사실 저도 매년 수능 시험때마다 들리는
 
수험장 잘못 찾는 학생, 수험표 두고 온 학생, 핸드폰 제출 못해서 적발된 학생 등등
 
뉴스에 나올때마다 좋은 얘기는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우리 아버지께서 이런 실수를 하신걸 보니까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ㅎㅎ..
 
 
사실 지금도 뭐 괜찮다고 하시면서 티내시지 않으려고 하시는거 같긴 한데
 
속은 얼마나 타들어가실까요 참 너무 안타깝네요 화도 나고 으휴.ㅠㅠㅍ
 
 
제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수험표에 신분증 챙겨 드릴걸 싶기도 하고
 
휴..ㅠㅠ,.ㅠ
 
 
이제 수능도 3주가 채 안남았던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그냥 그렇다고 해도
 
아직 미성년자인분들이 수년 십수년을 공부해 온 시험에서
 
응시를 못 하거나 하시면 정말
 
정말정말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클지 상상도 못할꺼같습니다 ..ㅠㅠ
 
 
...
 
ㅎㅎ
 
 
다음달 수능을 비롯한 각종 시험 수험생분들
 
열심히 공부 해 오신만큼 멋진 결과 기다리실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사소한 실수도 하지 않게 꼼꼼히 준비 하셔서 시험 잘 치고 오시길 바랍니다
 
 
그 외 다른 우리 오유인분들도 주말 잘 보내시구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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