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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무덤가.
게시물ID : panic_841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7
조회수 : 311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0/27 0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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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냥 내일 가져다 드리면 안돼요?”
 
난 내 앞에 놓인 보따리를 바라보며 어머니께 말했다.
 
“내일 새벽같이 올라가야돼.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다녀와.”
 
난 한숨을 쉬고는 음식이 담긴 보따리를 들고 길을 나섰다.
 
명절을 맞아 찾아온 시골집에서 빈둥빈둥 하던차에,
 
어머니께서 정말 귀찮은 일을 떠넘겨 버렸다.
 
걸어서 삼십분쯤 거리에 있는 마을 어르신 한분께 명절 음식을 드리고 오라는 것.
 
가족들조차 찾지 않아 홀로 외롭게 사시는 분이시기에
 
우리 할머니께서도 자주 이런식으로 신경 써주신다고 했다.
 
그 덕에 난 시골집에 내려오는 날이면 제법 오래 산길을 걸어야 하는 그곳을
 
음식을 싸들고 다녀와야 했다.
 
오늘은 시간이 좀 늦어 조용히 넘어가나 했는데 안타깝게도 그렇게는 되지 않을 모양이다.
 
난 하는 수 없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들으며 느릿느릿 산길을 걸어갔다.
 
 
 
 
 
 
 
늦장을 부린 탓에 어르신 댁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주변이 충분히 어두워진 상태였다.
 
어르신께서 주시는 용돈을 못이기는 척 챙겨 넣은 후,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해는 완전히 저물었고, 산길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져 버렸다.
 
휴대폰 불빛에 의지 하여 조심조심 걸어가자니 슬슬 공포심이 몰려왔다.
 
누가 따라오는 상상에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에도 흠칫 놀라길 여러번...
 
오늘따라 이 산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음악소리를 더 크게 한 뒤, 제발 길만 잃어버리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미 집에 도착했어야할 시간이었다.
 
걱정했던 대로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기분 나쁘게도 주변은 무덤들이 간간히 늘어서있었다.
 
평소엔 별 생각없이 보던 무덤도 이런 상황에서 보니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평범하게 세워진 비석들 조차 무언가가 그 뒤에 숨어있을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욱 불안한 것은 이제 핸드폰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휴대폰 불빛도 없이 산길을 되집어간다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휴대폰이 꺼지기 전에 길을 찾아 뛰어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
 
무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음악을 끈 탓에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조용히 들리는 여자의 낮은 웃음소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누가 왜 이런 곳에서 웃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사람일거라 믿지만 아닐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난 아무것도 모른척 천천히 몸을돌려 그곳을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서너 걸음쯤 걸었을까?
 
갑자기 무덤쪽에서 들리던 그 소리가 뚝하고 끊어졌다.
 
그에 반응하여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췄다.
 
소리가 나던 뒤쪽에는 풀벌레 소리조차 없이 고요했다.
 
그 적막감이 너무나 소름끼쳐 다시 앞으로 걸어가려던 그 순간....
 
뒤쪽에서 나에게 다가오는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당장이라도 뒷머리가 낚아채질 것 같은 기분에 난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쪽에선 나를 쫒아 뛰어오는 소리가 생생히 들려왔다.
 
급하게 도망치던 나는 얼마 못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아파할 겨를도 없이 급히 뒤쪽으로 불빛을 비춰 날 따라오는 것의 모습을 확인했다.
 
하얀 옷이 흙투성이인 여자.
 
그 여자는 한쪽팔을 기괴하게 휘두르며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흘러내린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충혈된 눈은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었고,
 
한쪽다리가 마치 다친 것처럼 절뚝거리며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오싹한 모습에 난 비명을 지르며 일어서서 다시 미칠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 정확히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작정 달리다보니 집 근처였고 마당에 들어서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날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자초지종을 묻는 가족들에게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내 말을 끝까지 들은 할머니께서는 그 여자의 정체를 알고 계신 듯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어젯밤에 내가 본 여자는 귀신같은건 아니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어린 아들과 단둘이 사는 아주머니인데 남아있는 가족이 없다보니,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아들을 끔찍하게 아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전 아들이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버렸다고 한다.
 
그 충격으로 아주머니는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밤만되면 정신을 놓고 광인이 되어 떠돌아다닌다고 했다.
 
귀신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난 그다지 웃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길. 뒷좌석에 기대어 어젯밤 일을 생각했다.
 
나를 향해 달려오던 아주머니의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때에는 공포심에 알아채지 못했지만 한손을 미친 듯이 흔들던 그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의 다른 한손에는 무언가 들려있었다.
 
흙투성이의 어린아이 시체.
 
광인이 되어버린 아주머니는 밤마다 아들의 무덤을 찾아가 맨손으로 무덤을 파내었던것 같다.
 
내가 무덤가를 지나던 그때 들렸던 웃음소리는.
 
아주머니가 아들과의 재회를 기뻐하며 내는 웃음소리 였을 것이다.
 
앞으로는 시골집에 내려와도 절대 그 산길을 다시 갈수 없을 것 같다.
 
 
 
 
 
 
 
아니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쯤 정신이 돌아온 아주머니가
 
자기 손에 죽은 아들의 시체가 들려다는걸 알게 되었을 거란 것이다.
출처 자작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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