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59년생이시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되었을 때 우리 아버지는 겨우 5살.
박정희가 사망할 당시 아버지 21살.
그러니까 자아가 형성될 시기부터 성인이 될 때 까지 아버지의 대통령은 박정희였다.
게다가, 아버지의 공식 학력은 국졸이다.
당신 나이 20살이 거의 다 된 나이에서야 중학교를 다녔다는 것은 알았지만 졸업했다는 말은 못들었으며
내가 어릴 적 아버지가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것을 얼핏 알았지만 역시 패스했는지는 듣지 못했다.
아버지가 대학교에 와 본 것은 나의 대학교 졸업식 때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그리고 1살차이신 우리 어머니) 또래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이상
박정희 정권의 어두운 면을 알 수 없었으며
비판하는 법, 저항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신 것이다.
자아가 형성될 무렵부터 가치관이 확고해지는 시기까지 "위대하신 박정희 대통령 각하"만 알고 계신 아버지, 어머니께
박정희는 말 그대로 아버지요, 신이다.
제발 손자를 위해서라도 박근혜만큼은 뽑지 말아달라던 아들에게
말로는 "알았다." 하시면서도
개표 방송을 보시면서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와 딸이 둘 다 대통령이 되었다. 2대가 대통령이다."라시며 뿌듯해하시던 아버지의 그 표정을
불쌍하리만큼 순진하신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평생 책이라고는 가까이 하신 적 없는 아버지가
국어대사전 두께만한, 박정희 평전을 집에 꽂아 두신 그 광경을 생각하면
아버지가 불쌍하고 서글퍼 눈물이 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