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창작sf] 일곱번째 탈출자 1
게시물ID : readers_223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묻어가자
추천 : 1
조회수 : 28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0/31 04:47:55
우주의 끝이 온다면 어떻게 하지?
이 질문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은 약 1조2400억년 전이었다.
그 당시, 우주는 분명히 멸망을 향해가고 있었다.
우주의 모든 것이 식어버려서 생존을 유지할 에너지가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미 극도의 과학 기술을 가진 상태였지만 존재하지 않는 에너지를 생기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를 창조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의 길이었기에 나는 2천억년이나 우주를 탐험하면서 새로운 과학지식을 추구하였다.
블랙홀의 비밀과 웜홀의 존재마저 알아내게 되었다. 다른 평행우주로 통하는 웜홀이나 블랙홀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들은 단지 우리 우주의 다른 부분과 연결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에너지를 창조할 방법 역시 없었다. 죽음을 피할 탈출구는 없었다.
나는 '죽음과 삶' 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어서 내가 죽음을 추구하도록 정신을 개조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건 넓은 의미의 자살일 뿐이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체감하는 시간을 300배 가량 느리게 가도록 하여서
1조2400억년의 시간을 대략 400조년 정도로 느끼며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로 종말에 다다른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400조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살 수 있고, 또 그 시간동안 살아서 죽음에 다다를 수 있는지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도 청춘일 때는 죽음을 생각지 않고 남의 일로만 치부한다. 하지만 결국 죽게 된다.
나도 그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에겐 마지막 모험이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우주를 탈출하는 것이다.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우주에 남는 것, 우주 밖으로 나가는 것.
우주 밖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탈출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 탈출방법은 너무나도 큰 규모의 에너지가 들어갔으며(이로 인해 우주에 응집된 대부분의 에너지가 흩어져서 멸망이 훨씬 가까워졌다.)
이 우주에서 나 이외에는 누구도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과학기술을 통해 준비됐다.
그러니 나의 탈출방법을 이해하려거나 눈으로 보려는 시도 대신에,
아폴로 11호가 지구를 떠나 달에 착륙했던 그 모습을 상상하면 좋겠다.
단지 나의 경우에는 지구가 아니라 우주를 떠나려는 것 뿐이다.
이제 탈출까지 10초도 남지 않았다. 이 우주 밖에는 뭐가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신을 만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억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희열이 소름처럼 돋아나고 있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