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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SNS를 본다.
게시물ID : readers_22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ravan
추천 : 4
조회수 : 4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04 0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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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SNS를 본다.
 

   습관적이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올리는 SNS에서 그는 그저 구경꾼일 뿐, 주인공은 될 수 없다. 그런데 왜 그는 매일같이 SNS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까?
 
    그는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시간은 새벽 12:10분을 막 넘어가고 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그는 그러지 않는다. 그는 내일도 논다. 취업준비생. 그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싶다면 당신은 그를 백수라 부르면 된다. 후줄근한 추리닝에 앞에 쌓인 캔과 담배. 아마 내일 아침에 컴퓨터 앞의 쓰레기들은 치워지겠지만 그는 별다른 기분을 못 느낄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치워버리고 싶은 것은 그 자신이니까.
 
   그가 SNS를 들어가본다. 역시, 다들 멋들어진 사진을 올려놓았다. 분명 학생일 때에 본 모습이 겹치지만 그것뿐이다. 그들은 푸른 하늘 아래에서 웃었다. 사무실에서 일했다. 맛있는 저녁을 먹었고 친구들과 함께 밤을 보낸다.
 
   그곳에 그의 자리는 없다. 그는 방구석에서 멍하니 SNS를 바라볼 뿐이다. 새로 고침, 새로 고침, 새로 고침. 분 단위로 새로운 소식이 올라온다. 그와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와 상관없는 사진이다. 무의미하지만 그는 멈출 수가 없다. 무언가 몰입하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냥. 별 다른 이유는 없다. 그는 그냥 SNS를 확인한다.
 
   그는 그들을 질투했다. 그들은 그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자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 생각났다. 그는 게을렀다. 그는 노력하지 않았다. 남들이 도서관에서 공부할 때 그는 술집에서 술잔을 비웠으며 그들이 토익학원을 다닐 때 그는 방구석에서 되도 않는 글을 썼다. 그 결과가 나타난 것뿐이다.
 
   한 때 그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었다. “꿈조차 없는 개미들, 나는 너희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오만이었다. 그는 값어치가 없다. 현재 그는 낙오자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울분? 아니다. 그냥 질투다. 그러면서도 다른 감정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그것을 양심이라 부를까 하다 그만 두었다. 그는 그것을 한심함이라 불렀다.
 
   한심함이 말했다.
 
   “어때? 기분은?”
 
   물으나 마나다. 질투와 한심함이 섞이면 비참함이 나온다. 남에 대한 것, 나에 대한 것. 회색빛에 가까운 것들이 합쳐진다. 그들을 질투하고 스스로 한심하다. 그러면 나는 뭔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비참함을 곱씹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일찌감치 포기할걸.”
 
   누군가 말했다. 포기는 배추 샐 때나 쓰는 말이라고. 그는 그 말을 한 사람을 찾아가서 멱살을 붙잡을 참이다. 만나기만 한다면 그의 면전에 대고 외칠 참이다. 포기할 수 있는 사람은 정녕 위대한 사람이라고. 자신의 한계를 알고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정말 위대한 것이라고 말할 참이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 없다.
 
   질투가 났다. 그는 한심한 사람이다. 그는 무엇인가. 새로운 일이 없으니 그도 SNS에 무언가 올릴 수가 없다. 나이에 맞는 위치에 그는 없었다. 그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언젠가 그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그는 아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한참 앞에 가 있을 것이다. 그는 한참 뒤쳐져 있을 것이다. 그는 그들처럼 SNS에 사진을 올릴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시간에 어울리지 않는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그것이 가장 무서웠다. 그는 울지 않는다. 눈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조금씩 조금씩 말라갔다. 이제 와서 흘릴 눈물 같은 건 그도 모르게 우울의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마음이 아프지 않다. 그냥 불편하다. 남을 질투하는 것도 습관적,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은 관성적, 비참함은 익숙해져버린 그다.
 
   그는 SNS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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