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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평소보다 못 본 수능 때문에 고통받을 친구들에게.
게시물ID : gomin_15489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생이지지
추천 : 3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14 10:44:20
안녕 학생들!

베오베에 수능을 못 봐서 너무 마음에 상처받은 글을 보고 글 솜씨는 없고 잘난 놈도 아니지만 글 한 번 써 봅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지금 내년 1월 국가고시 앞 둔 대학생입니다.
우리 학생분 글 보니 정말 7년 전 생각이 너무 나서 글을 씁니다.

저는 분당에서 살았고, 문과 였습니다.
내신 모의고사 항상 제 생각에는 분과 후부터는 학교 1등만 했던거 같구요 
고3때 6월 모의고사는 분당 10등안에 들었던걸로 기억합니다. 
9월,10월, 11월도 얼추 목적에 있던 대학들이 가시권이었구요.
※ 야 임마 자랑글이냐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결국 재수했습니다.... 그리고 저 때나 우쭐대지 지금은 어디가서 저딴 소리하면 최고의 ㅄ이죠 그럼요 
그리고 저 성적을 뽑기 위해 제가 좀 둔한게 있어서 한 달에 200이상의 사교육비가 없는 형편에 아부지가 빚 지면서 지출하셨습니다.

그렇게 수능날이 오고 전날 서울대 무슨 과 갈까 고민하면서 잤더지요..(미친놈ㅋㅋㅋ)..

그런데... 국어 듣기부터 하는데 뭔가 꼬였다?란 삘이 확오더군요. 
점수가 정말 가관이었어요
국어는 듣기에서만 3개 틀리고 문법에서만 2개 그래서 89점이었던가... 1점 짜리도 틀렸던 거 같습니다. 
수학은 아직도 기억나네요... 7년 전 점수가 .. 1번 3번 6번 11번 하고 뒤에꺼 몇 개틀려서 81점
영어는 그냥 좀 해서 94인가
그 때는 서울대 갈려면 사탐 4개와 제2외국어를 해야해서 준비하였는데 
윤리 국사는 50점이었던거 같은데 경제 사회문화??인가가 3등급,,, 얄궂게도 아랍어는 1등급이더이다ㅏ.. 하 참... 공부도 안한과목이....

수능 끝나고 저녁에 밥먹는데 과외쌤부터 학년부장 담임 친척들 어머니 아버지 지인분들 줄줄히 부모님께 전화가 오는데 정말 죽고싶더이다
그 당시에 저희 집은 제 방에 베란다가 딸린 구조였는데 
씻고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는데 
아 저기로 뛰어내려도 별로 안 아플꺼 같단 생각이 생에 처음으로 들더라구요
별 생각없이 베란다 앞에 섰는데 뛸까? 란 생각이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들고
차마 부모님 생각에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 저렇게 사람은 자살하는나 싶어서 섬뜩합니다...

그 날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지요
다음날 학교 가야하는데 주변 사람보기가 얼마나 자신이없던지
집 전화선 다 뽑아버리고 제 핸드폰 박살내 놓고 그렇게 3일은 짱박혀있던거 같습니다..
3일째 되는 날 밤에 부모님이랑 얘기하는데 나무라지는 않으시고 
아직도 기억나니다 그 말..

"아가 엄마아빠는 일단 너가 너무 수고했으니까 푹 쉬었으면 좋겠다. 그 동안 못 했던거 하면서 조금 쉬고 다음일은 생각해보자 .." 라고 말씀하시는데
맘이 애리고 찢어지더이다 ... 부모님 나 때문에 경제적으로 그 개고생을 했는데 나무랄 수도 있는데 저렇게 말씀해주시는게 너무 감사해서

4일째부터는 정신차리고 생활했더라지요

정신 차리니까 "왜 나는 망했는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곰곰히 1주일 정도 생각해보는데 결론은 그것이었습니다.

내가 실력이 부족했다. 나는 수능에 포커스를 맞춘게 아니라 모의고사와 내신에 포커스를 맞췄구나...

야 임마 모의고사랑 수능이 우찌 다르냐 하시는분들 많으시겠지만
제 공부스타일은 암기형입니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외워버리죠 나도 모르게 .. 그 기본 원리를 떠올리는게 아니라 
모의고사 내신은 그것이 잘 먹힙니다. 문제를 보면 어디서 다 봤던 문제와 비슷하죠
수능은 그게 안되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말로만 듣던 출제자의 의도를 몰랐던 것이죠 

딱 이 생각 드는데 그 다음날부터 도서관 같습니다. 수학을 교과서 하나 들고가서 천천히 보는데 아 진짜 유레카가 아닙니까 
나는 잔 기술만 많았지 진짜 실력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재수학원 가기까지 1달정도? 인가 수학 교과서만 오질라게 봤던거 같습니다.

교대에 있는 학원 다녀서 분당선타고 편도 40~50분 걸리니 아침 6시마다 꼬박꼬박 인나서 다녔습니다. 
거기 같더니 별 오만놈들 다 있더라구요 ... 경북 1등한 놈,, 고대 경영대 붙고 서울대 간다고 온 놈,, 뭐 외고들은 널렸구요
세상 넓다는 것도 배우고 겸손도 배우고 궁뎅이 붙이는 법도 배우고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 
공부하면서도 진짜 나는 고3때는 꼬꼬마 바보였구나 생각도 하루에 수십 번씩 했구요

이렇게 재수 수능은 무난히 봤던거 같습니다.
재수 때 열심히 공부한 걸로 내공도 늘어서 과외로 4년 정도 생활비 충당했구요 
어느 덧 이제는 졸업이고 인생 2막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고3 여러분 저도 수능 망하고는 수능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으로는 받아지지 않더라구요 ....
저건 다 잘 된 놈들이 하는 결과론적인 얘기이다.. 
재수할 때 친구들 보면 원하던 대학 간 놈도 있고 낮춰간 놈도 있고 3수한 놈도 있고 그런데 지금 이제 졸업할 시즌이 되니 
음.... 수능은 정말 인생의 전부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강력히 듭니다. 
물론 대학을 잘 가면 인생을 조금 수훨하게?는 살 수 있습니다. 그건 절대 부정할 수 없죠. 
허나 그것이 내 생을 행복하게 해주냐는 별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보다 더 어른들도 항상 이 말을 해주시면서 수능생을 위로해주셨습니다. 어른들말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수능이 전부가 아니란 말은 옳은 것 같습니다. 
재수를 하시던 다른 길을 찾아보시던 지금 이 상황때문에 좌절하시고 자기 자신을 놓치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고많으셨구요 푹 쉬쉬고 앞으로 우리 열심히 살아봅시다 

그럼 이만 .

출처 7년 전 제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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