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만남
게시물ID : humorstory_4423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서유리열파참
추천 : 1
조회수 : 5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25 18:38:13
옵션
  • 창작글
 
사람의 몸은 쉬고싶을 때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본능을 거부하지 않고 충실히 따랐지만, 이상하게 몸이 더 무거워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눈을 뜬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달 모양 스티커가 형광색 빛을 뽐내며 반겨주었다.
이성은 어서 일어나야 한다고 외쳤지만, 평소 지론이 내킬때 하자인 나는 가볍게 무시했다.

"후우.."

나는 숨을 크게 내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창가밖엔 누군가 웃고 떠드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아 X발.."

내 입에선 자연스레 육두문자가 흘러나왔다. 황금보다 귀한 토요일을 이렇게 날리다니..
나는 자연스레 컴퓨터를 부팅시키고 의자에 앉았다. 이성은 어서 공부를 하라 외쳤지만, 역시 가볍게 무시했다.
어느새 손은 마우스를 잡고 포인터는 LOL을 향해 다가갔다.

"아..오늘 주말이라 트롤 존X 많을텐데.."

입은 걱정이였지만, 본능은 못 속인다. 생각만 했을 뿐인데 벌써 로그인 후 빠른 게임을 찾기 시작했다.
큐는 금방 잡히고 챔프 선택창이 떴다. 누구보다 빠르게 탑이라 외쳤지만 나 빼고 전부 챔프를 고른 후 레디를 해버렸다.

"아나.."

머리도 무거운데 게임까지 안 풀리니 하기가 싫었다. 트롤을 해버릴까 생각했지만, 양심에 찔려 게임 시작전에 닷지 후 컴퓨터를 꺼버렸다.
공부를 해야되지만, 하기 싫었다. 아니 평소에도 공부를 안했다. 수능은 내년인데..
내 성적은 중간, 그렇다고 운동을 잘 하는 것도 아니였으니, 내 위치는 지나가는 남고생1 이였다. 물론 모태솔로다.
수능 준비를 해야되지만 세상은 재밌는 것 투성이였다. 내가 만약 다이어트를 한다고 했으면 맛있는 음식이 널린 이 세상을 원망 했겠지.
 
나는 부엌으로 가서 시원한 냉수 한 잔을 먹었다. 크 물맛이 이렇게 달았나?
한동안 컵을 잡고 고찰을 하고 있을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야 돼지!"
 
날카로운 고음이 내 귓가를 때렸다.
 
"닥쳐 못생긴 년"
 
파블로프의 개처럼 내 입은 반사적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신이 프로그래머였다면, 정말 기가막히게 코딩을 한 것 같았다.
동일한 코더의 밑에서 클래스를 이어받아 만들어놨지만,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남매라는 시스템까지 구현한 것
그리고 그 시스템 덕에 흔히 말하는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오타쿠들이 이득을 보았다. 현실은 시궁창도 저리가라 할 것처럼 더럽지만 말이다.
 
"그거 내 컵인데 왜 니가 쓰냐?"
"니께 내께 어딨어 그냥 다 내꺼지 이년아"
 
오늘따라 내 반응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이러지 않았나?
나의  X같은 논리에 당황한 동생은 입술을 오물거리다 결국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쾅'
 
"아..문 살살 닫아라 X년아"
 
입만 안 열고 있으면 참 귀여운 여동생이라고 생각한 나는 방으로 들어와 바람이라도 쐴 요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야. 나 나갔다 온다."
 
동생의 방 앞에서 외쳤지만 묵묵부답이였다.
 
'흠..평소와는 반응이 다른 것 같은데..?'
 
나는 낮잠을 자고 난 후 기분 탓이라고 생각 한 후 서둘러 현관문을 열었다.
문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보니 마침 층수가 우리집 13층이였다.
속으로 쾌재를 울리고는 누군가 버튼을 누를세라 빠르게 내려가기를 눌러 엘리베이터에 탔다.
1층을 누르고는 나는 머리 모양을 정리할 심산으로 엘리베이터에 붙어있는 거울을 봤다.
 
"아 X발 여드름!"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쩍쩍 갈라진 대지 위, 풀 한 포기가 짠 하고 나타났지만 아쉽게도 시대를 잘못 정했다.
흉년을 맞이한 농부에게는 황금보다 귀한 풀 일테지만, 아쉽게도 나는 장래희망이 농부는 아니였다.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이마에 양손 검지를 위치시킨 후 다가올 고통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톡'
 
아주 잘 여문 여드름 이였는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노란색 액체가 거울로 튀었고 예상했던 고통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참담한 전투의 실상을 보여준 듯 나의 이마에는 빨갛게 자국이 남았지만, 다시 없을 흉악한 적을 제거한
개선장군이 된 것처럼 뿌듯한 마음을 품고는 1층에서 내렸다.
 
"으 춥다 X발"
 
곧 다가울 동장군께서 기지개를 핀 듯 날씨는 꽤나 쌀쌀했다. 곧 겨울이고 신년이니 말이다.
나는 옷을 단단히 여미고 발걸음을 옴겼다.
 
'저벅저벅'
 
목적지도 없이 그저 천천히 나아갔다. 늘상 보던, 특별한 것 없는 배경의 연속 이였다.
말 없이 서있는 가로수 하며 그 밑을 즐겁게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 몇가지의 색으로 통일된 바닥돌
나름 깔끔한 남색 빛 아스팔트, 어두운 골목길, 정적을 깨는 하이톤의 비명 소리.. 비명소리?
 
"꺄아아악"
 
상념에 잠긴 나의 뇌가 달팽이관을 후드려패는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세요!"
 
고개를 돌려 소리의 진원지를 찾으려 애썼지만, 주변의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에 묻혀 정확히 밝혀내기 힘들었다.
평소라면 이어폰을 끼고 소리를 최대로 올려 못 들은 척 지나갔겠지만, 오늘따라 나의 발목을 잡는 소리가 무척이나 신경쓰였다.
 
"놔주세요!"
 
다시 한 번 들린 하이톤의 비명소리, 진원지는 골목길이였다.
나는 지체없이 그 안으로 있는 힘껏 발을 놀려 몸을 움직였다.
 
'파팟'
 
평소에 운동을 등한시 하며 숨쉬기 운동과 손가락 놀림 그리고 대뇌망상을 무림지존 급으로 연마한 나였다.
헌데 저질 체력의 대명사라 불리는 내가 우사인 볼트가 빙의한 듯 오히려 몸이 가벼웠고 날랬다.
 
"놔주세요 제발.."
 
정장 세명이 여자 한 명의 팔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가려 하고 있었다.
 
"멈춰라!"
 
삼류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가 내 뇌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요망한 입으로 바로 전달되었다.
나의 외침에 정장 세 명이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다. 하나 같이 덩치가 우락부락한, 좋게 말해서 헬스 트레이너가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
나쁜 말로 어깨라고 불리는 험악한 인상을 가진 장정 셋이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나는 그들이 다가올 때 다리가 풀릴 뻔 했지만, 끌려갈 뻔 한 여자가 눈에 밞혀 간신히 버티어냈다.
 
"뭐야?"
 
그들은 내 대사에 맞춰 역시 진부한 대사를 날렸지만, 행동은 진부하지 않았다.
 
'슈욱'
'퍼억'
 
순간, 눈 앞이 번쩍인다 싶더니 내 몸은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상황을 인지하기 전인지 고통이 다가오진 않았지만 여자 앞에서 볼품없이 쓰러진 것이 분했다.
나는 재빨리 일어선 뒤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이 개X끼들아! 남자 셋이서 쪽팔리지도 않냐!"
 
역시나 오늘은 뭔가 잘못된거 같았다. 뇌가 낮잠을 자고 대신 가슴이 명령을 내리는 것 같았다.
나의 되도 않는 도발에 그들은 잠시 히죽거리더니 나에게 쇄도해 왔다.
 
'퍼억퍽퍽'
 
사방에서 주먹과 발길이 쏟아져 내렸다. 별빛이 내린다를 몸으로 표현한 그들의 신들린 몸짓에 나는
최대한 웅크려 급소를 보호했다. 효과가 있는건지 그렇게 큰 고통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위이이이잉'
 
한참을 그렇게 샌드백처럼 뚜드려 맞고있을 때,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쳇, 튀자"
 
마지막은 어쩔 수 없는 악당인지, 진부한 대사를 읇조리며 도망갔다.
나는 누워서 그들이 가는 소리를 들은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포옥'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누군가 뛰어와서 나에게 다가와 포옹을 했다.
검은색 긴 생머리가 1차적으로 눈 앞에 보였고, 그 다음에는 가슴과 등에 닿는 따뜻한 감촉, 화룡점정으로 좋은 샴푸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며
마치 추운 겨울날 전기장판 위에 이불을 덮고 귤을 까먹는 것처럼 시각,촉각,후각으로 날 편안하게 해주었다.
 
"괜찮아?"
 
내 귓가에 울먹이는 가녀린 목소리에 나는 청각까지 정복당하고 말았다.
은쟁반에 옥이 굴러간다는 소리가 무색할만큼 그 목소리는 매우 매력적이였다.
 
"아..네.."
 
조금 더 이렇게 안기어 있고 싶었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그냥 이대로 지구가 멸망하거나 외계인이 쳐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외라는 것이 있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마음 속에 짐승 한 마리는 키우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나는 그 누구나에 들어간다.
허나 하늘은 나의 바람을 들어주기 싫은지 잠시 뒤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십니까?"
 
그녀는 포옹을 풀고 경찰들에게 다가갔다. 내가 맞을 때 경찰을 부른 듯 싶었다.
하긴 이 삭막한 세상에 지목당하지 않으면 그저 남일이라 생각하고 무심한 듯 지나가는게 일상다반사이니 말이다.

나는 소소한 행복을 앗아간 경찰을 속으로 열심히 까며 그녀의 모습을 천천히 관찰했다.
편안하게 입은 듯 청바지와 하얀색 운동화, 외투는 검은색 패딩. 키는 대한민국 남성 키보다 약간 작은 키. 그리고 찰랑거리는 검은색 머릿결
전체적으로 비율이 매우 좋았다. 머리도 작고 다리가 저렇게 길다랗고 쭉 뻗은걸 보니 말이다.
 
한참을 망부석처럼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경찰들을 보내고 뒤돌아보았다.

심장이 멎는다, 혹은 금새 사랑에 빠진다는 금사빠 아니면 시간이 정지했다 라는 온갖 미사여구를 붙일 수 있는 상황이였다.
그녀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게 모여있어 귀여운 인상을 풍겼다.
석류의 색깔을 고대로 옴겨놓은 듯한 붉은 입술, 높은 코 그리고 서글서글하지만 눈꼬리가 처진 살짝 물기를 머금고 있는 눈.
한걸음 한걸음 나에게 다가온 그녀는 걱정스런 눈빛을 띄며 나에게 말했다.
 
"정말 고마워"
"아..아니 뭘요.."
 
제대로 눈을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얼굴이 화끈했고 귀까지 그녀의 입술처럼 붉게 물들어 가는게 느껴졌다.
그녀는 나의 반응에 개의치 않은 듯 몸에 묻어있는 흙먼지들을 털어주었다.
 
'탁탁'
 
어릴 때 놀이터에서 흙을 온 몸에 뒤집어 씌운채 집에 들어갔을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 부모님이 어디서 이렇게 구르다 왔냐며 화를 내셨는데..
 
"전 괜찮아요."
"응"
 
그녀는 단답을 하고는 마치 세탁소 직원이 된 것 마냥 내 옷을 깔끔히 털어주려 혈안이 되있었다.
 
"어디 안 다치셨어요?"
 
어느새 그녀는 내 눈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있었다.
 
"응 덕분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반칙이였다. 귀여운 얼굴로 싱긋 웃으며 좋은 목소리로 내 귓가를 희롱하다니
계속 그녀와 있고 싶었다. 순수한 욕망이 내 안에서 꿈틀거렸다. 치킨 한 마리를 내 뱃속에 구겨 넣고 싶다고 생각한 것 보다 더
 
"저..저기.."
 
한참을 머뭇거리며 용기를 내어 그녀를 불렀다.
 
"응? 왜?"
 
그녀가 숨을 내쉬는게 느껴졌다. 어느새인가 그녀는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눈은 정말 맑았다. 나같은 오물 투성이가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때라도 묻힌다면 대역죄인이 되어 연옥 끝자리에 갇혀 평생을 사죄해야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그녀는 다시 한 번 싱긋 웃으며 손을 내 양 볼에 대었다.
 
"우린 다시 만나게 될꺼야."
"..네?"
 
갑자기 주변 배경이 무너져내렸다. 뭐지? 내가 꿈이라도 꾸는건가..? 꿈?
 
"아..안돼"
 
내가 꿈이라는 걸 인식한 순간부터 가속도가 붙은건지 순식간에 배경은 무너져갔다.
그녀의 미소가 슬프게 느껴졌다. 주변은 점점 어두운 배경으로 대체되어 갔다. 제대로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건 오직 그녀와 나 뿐.
 
"기다릴게"
 
점차 우리의 모습은 발 밑부터 먼지가 되어 사라져갔다. 답답했다. 떠나보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제발!!"
 
그녀의 몸이 사라질쯔음 비명성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보았다.
익숙한 천장, 형광색 달 모양 스티커 잘 기억하고 있는 내 방이였다.

"하..하하.."
 
허탈했다. 주먹을 움켜쥐고 펴 보았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 고통이 순식간에 뇌를 강타했다.
인정하기 싫었다. 그저 꿈이라니. 꿈이였을 뿐이라니. 시계를 보니 이제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와 부엌으로 갔다.
식탁에는 쪽지가 하나 있었다.
 
'오빠! 엄마가 반찬 해놨다고 챙겨서 먹으래!
나는 친구들과 놀러 나간다! 안녕!
                          - 깜찍한 동생- '
 
"하..하하.."
 
꿈이였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내가 못되게 굴어도 웃어주며 못난 나를 오빠가 최고라며 추켜세워주던 동생이 떠올랐다.
그리고 찬란하던 태양빛은 점차 저물어갔다.
 
 
<배경음을 켜시고 보면 좋아요>

<youtube> MonsterCat [Summer Was Fun - Run To You (Feat. Meron Ryan)]

- 에필로그 -

시간은 참 빠르다. 어느샌가 나도 수능을 끝마친 갓 20대가 되었다.
아 물론 점수는 썩 좋진 않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버스에 몸을 싣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밖을 바라보았다.
길거리에서 붕어빵 같은 먹거리를 파는 상인, 서둘러 집에 귀가하려는 가장으로 보이는 아저씨들
하하호호 웃으며 떠드는 학생들, 혹은 연인들. 모두 제 행복을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나는 홀린 듯 바닥을 치던 성적을 올리려 노력했고 운동도 겸 했다.
만약 그때의 상황이 다시 나에게 닥친다면 제 몸 하나 건사하지도 못한다는게 얼마나 분한건지 느꼈으니. 살도 조금 빠지고 단단해졌다.
덕분에 학교에서 조금이나마 주목 받게되었다. 어두운 포스를 풀풀 풍기며 히키코모리 같은 녀석이 1년만에 확 달라졌으니
지금도 20살이 된 기념으로 술집에 가자며 호출을 받고 가는 길이다.
 
'음?'
 
번화가 구경은 사람 구경이 역시 제맛이라고 생각하던 나는 어느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어느 여자를 보았다.
 
'그녀다..!'
 
꿈 속에서 만난 그녀, 다시 만나고 싶었고 다시 만날거라 말했던 그녀였다.
옷차림도 같았다. 청바지 운동화 검은색 패딩. 그리고 찰랑거리는 검은색 생머리
생각이고 자시고 나는 버스기사님한테 멈춰달라 외쳤지만 어느새 버스는 다음 정거장으로 달리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벨을 누르고 뒷문에 섰다. 초조했다. 그녀가 버스를 타고 가면 어쩌지?
길이 안보였었다. 그저 꿈에서 나타난 인연을 어떻게 만난단 말인가?
개척자들도 개척을 할 때 현실에 있는 것을 찾아 나서지 꿈에 나타난 것을 쫒지는 않지 않는가.
허나 지금은 달랐다.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실날 같은 길이 보였다.
비록 순식간이지만 머릿속에 있던 모습과 뚜렷하게 일치했다.
 
어느새 버스가 멈추고 나는 버스카드를 찍지도 않은채 황급히 뛰어갔다.
엄청난 인파속에 양해를 구할 새도 없이 내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몸이 무거웠다. 그때는 우사인 볼트처럼 내달렸는데..
한 명, 두 명 스쳐지나갈 때 마다 정신이 없었다.
마음이 다급한 탓인지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했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
한참을 내달린 끝에 나는 그녀를 보았던 정류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보았다. 꿈 속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온 것 처럼 똑같은 모습을.
심호흡도 하지 않고 그녀 앞에 똑바로 섰다. 신선한 공기는 내 몸으로 들어가 탁한 숨으로 변질 되었지만
그만큼 정신은 온전히 뚜렷해졌다.
 
"저..저기.."
 
건장한 사내가 갑자기 들이밀면 당황할 법 한데, 그녀는 개의치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예의 그 미소를 나에게 보여주었으니까.
그때와 변함없는 건 그녀만이 아니였다. 나 또 한 귀가 새빨게진 것을 느꼈으니.
영화의 한 장면처럼 주변은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녀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 끝 -
출처 머릿 속 망상 어딘가.
[메모장에 쓰고 붙여넣기 했더니 가독성이 떨어지네요..]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