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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삭제 논점 정리
게시물ID : phil_127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ishCutlet
추천 : 4
조회수 : 54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11/28 15:42:44
글삭제 논쟁은 크게 4가지 결론이 있다고 봅니다.
   1) 글 삭제는 자유다. 누가 뭐래도 글쓴이가 자유롭게 삭제할 수 있다.
   2) 글 삭제 할수는 있으나, 어느정도 제한될 수는 있다.
   3) 글 삭제를 해서는 안된다.
   4) 삭제할 글은 아예 작성해서는 안된다.

4번의 주장은 글 작성의 권리를 제한 하는 등, 형평에 맞지 않는 극단적인 주장이라,
아마 그렇게 표현하셨던 분도 실제로 그리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대부분 분들은 표면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이 1번이나 3번이더라도
2번 정도 결론에는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2번의 '어느정도'의 제한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크게 차이가 나겠습니다.

이를테면 '본삭금'체크한 글만 삭제하지 않으면 된다, 댓글 달린 글은 삭제해서는 안된다 등등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1번 주장에 가까운 쪽은 '본삭금 체크하지 않은 글은 자유롭게 삭제해도 된다'
3번 주장에 가까운 쪽은 '댓글이 달린 글을 삭제해서는 안된다' 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위의 주장을 단순화하여 1번=글삭제 찬성 3번=글삭제 반대로 놓고 글을 진행하겠습니다.



글삭제 반대의 근거 중 가장 핵심적으로 떠오른 내용은,
(댓글이 달린 글의 삭제 등)무분별한 글삭제는 암묵적인 규범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
글삭제 찬성의 입장에서 이에 대한 반론은 암묵적인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암묵적인 규범의 존재라는 것이 논증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암묵적'이라는 말 그대로 명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백한 근거를 대기는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공공질서 규범이 암묵적인 것이라고 할때,
어디 그런 법이라도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힘듭니다.
참고로 새치기는 법에 저촉되는 경범죄로서 벌금을 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새치기가 잘못된 이유를 법에서 찾지는 않습니다.
규범이 법제화 된 것이지, 법제화 됨으로서 비로소 규범이 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실, 글을 함부로 삭제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가(=본삭금) 존재하니,
글을 함부로 삭제하면 안된다는 것이 사회적 규범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다만 본삭금이란 제도는 제한의 정도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본삭금을 걸지 말지도 작성자 본인이 정하도록 되어있고,
본삭금을 걸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타인을 배려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버스를 탈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라는 것이 법으로 강제되어 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자발적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암묵적인 규범의 존재에 대해, 글삭제 반대 입장에서 제시 되었던 근거는
입장 바꾸어 댓글 작성자가 기분 나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글삭제 찬성 입장에서는 댓글 작성자가 기분나쁘다는 것은 개인의 감정일 뿐 규범의 존재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구요.
이 부분이 지금 이상한 쪽으로 튄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서 저는 글삭제 반대측의 주장은 어느정도 타당한 주장이라고 봤습니다.
본삭금을 걸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물으면 질문자가 대답만 듣고 글삭튀를 하면
답변작성자가 불쾌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몇번 본적이 있습니다.
즉, 글삭제 반대측의 주장은 근본적으로 본삭금 제도의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도 답변이 작성된 질문글은 변경/삭제가 불가능도록 되어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개인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본문 작성자가 본문의 작성/게시/변경/삭제에 대한 권리를 가지듯이
댓글 작성자 역시 마찬가지의 권리를 가지는데, 본문 작성자의 본문 삭제가 댓글 작성자의 게시할 권리와 충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보았습니다. 즉 개인 감정이라는 것이 어떤 이상성향이나 취향에 의한 예외적 결과가 아니라,
어느정도 보편성, 타당성을 가지는 일반적인 감정이라는 생각입니다.



최종적으로 저는
글 삭제는 자유롭게 하되, 댓글이 달린 글은 가급적 댓글 작성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댓글작성자들의 양해를 구하거나,
글이 새로운 글들에 묻혀서 어느정도 게시물로서 효용을 다할 때까지 삭제를 미루는 등 최소한의 조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성자의 신변 노출 등,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면 댓글작성자의 권리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삭제도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글삭제에 대한 규범이 존재하더라도 상당히 미약한 규범이므로, 반드시 그에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반복적인 글삭제는 타인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으므로 그로 인한 제재(=사회적 비난)가 따를 경우엔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이런 논지와는 또 별개로, 제가 주장하고 싶었던 바는 논쟁과 감정적 싸움은 분별해야 하고,
합리적인 대화나 토론을 하려면 주장하는 주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하는 내용을 비판해야 한다는 겁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박과 상대방에 대한 비방은 다른 겁니다.
반박 때문에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건 멘탈이 약한 것이고 토론할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비방에 대해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건 멘탈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글삭제 논쟁이 대단한 이권이나 중요한 가치관이 걸린 문제도 아닌데 이게 감정싸움으로 번질만한 것도 아니고,
여기서 정치질이니 어쩌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도 잘 이해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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