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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철]은 로또에 당첨됐다.
게시물ID : readers_229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먹고파
추천 : 10
조회수 : 39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2/01 16:45:34
 세후 30억. 빚을 갚고 나니 29억. 통장에 찍힌 0의 개수를 확인하며 하루 종일 실없이 웃었다.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자지 않아도 정신이 멀쩡했다. 
 지하 단칸방에서 벗어나 서울 입성. 남은 자금 20억. 2년만 놀자 생각하며 일단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비행기에 올라타 승무원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하늘로 올랐다. 곰팡내나는 단칸방에서 살던 것이 불과 3달 전 일이라는 게 실감이 안난다. 구질구질한 인생아, 이제 작별이다. 

 감았던 눈을 뜬 순간 가장 먼저 보인건 시름시름 앓고 있는 형광등이었다. 한쪽이 희끄무레해진 형광등을 맥없이 쳐다보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일켰다. 몸을 담싸던 고급 담요는 어디가고, 누렇게 뜬 이불이 있는 건가. 밝게 웃어주던 어여쁜 승무원은 어디가고, 표정 하나 없는 옷걸이대가 서 있는가.
 깔깔한 입안에서 곰팡내가 난다. 코 안이 바짝 말라있다. 무기력한 몸뚱이를 일으켜 세워 창문을 열었다. 보이는 건 주인댁 고급 외제차 바퀴. 어디선가 바퀴벌레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온다. 
 "102호 총각, 102호 총각. 안에 있죠? 월세 때문에 얘기할 게 있는데."
 바퀴벌레 소리다.
 희철은 다시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 큰 바퀴벌레가 바깥에서 소리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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