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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는 항상 위로 향해야 한다.
게시물ID : sisa_6310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홀리스카이
추천 : 1
조회수 : 26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6 11: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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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금 한국사회가 겪는 경제/사회적 문제는, 그 구조에서 기인된 게 많다. 우리 대부분은 제도를 만들고,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인이 아니다. 그 안에서 다들 적응하고, 살아남으려 발버둥을 칠 뿐이다.


지금 한국에서 세대간 갈등이 극심해지는 큰 요인 중 하나는 다들 돈이 부족해졌기 때문일 거다. 산업화 시대가 종료되고, 모든 산업 분야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가 되었다. 사람의 직접적인 손길이 필요한 일거리들은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기술의 발전은, 인류 역사상 유래없는 편리한 시대로 우리를 인도했지만, 이제 우리는 그 대가를 치루고 있다.


넘치고 넘치는 편리하고 좋은 물건들, 잘 짜여지고 생활하기 아주 편리한 거대도시. 이 거대한 자동화된 시스템 속에서 버튼을 누르고, 클릭을 할, 이 모든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할 사람들은 단 몇 명뿐이면 족하다. 이 풍요로운 시대 속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자연히 줄어만 갈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전후 너무나 빠른 경제성장으로 세대간 인식차이가 엄청나다. 30년 기준으로 단순하게 부모자식 간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그 둘의 정서 차이는 최소 1.5세대를 넘어간다. 우리와 우리 아버지 세대는 너무도 다른 사회 분위기와 제도 속에서 각기 살아왔으며, 간극이 엄청날 수 밖에 없는 교육수준의 차이가 있다. 시대의 변화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모두가 다른 삶을 겪었다. 아버지가 해주는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가, 딸과 아들의 삶에 많은 부분 맞지 않게 되버린 셈이다.


하지만 역동의 세월을 거쳐 이젠 노인이 된 그들도, 앞으로 살아갈 날은 길다.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생존을 위해선 반드시 돈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삶에 필요한 소득을 채워줄 일자리는 내게 마땅치 않다. 그래서 우리가 평생을 살아오며 일궈내왔던 재산, 부동산. 아니면 남들이 배불려가던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그 부동산. 그 불멸의 아파트 신화가, 마지막 남은 내 인생의 동아줄인거다. 노인들 입장에선 아주 유효한 생존전략이다. 월세라도 받아야 남은 삶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전세금을 올리든, 매매 차익을 노리고 계속 신규분양을 받든,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결국 이 프레임이 작동하도록 수십년간 견고하게 이러한 제도를 설계해온 그들이 있다. 사람은 위험에 빠지면, 일단 내가 살고 봐야된다,라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아주 잘 아는 그들이.


이 서울이라는 거대한 대도시 안에서 주거빈곤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20만명이 넘어가도, 노인들은 청년들이 꼬박꼬박 내주는 월세가 필요하다. 걔네들이 무슨 일을 하건, 월급을 얼마 받건, 미래 설계는 하건 말건 그 것은 내 알바가 아니다. 그게 아니면 내가 앞으로 20~30년을 더 살아갈 방법이 없다. 돈이란 건 돌고 도는 거니까 이 것은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일인거다.


하지만 진실은, 그들이 벌어들이는 그 불로소득은 아무런 사회적 가치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돈이다.


지금 시대의 청년들은 풍요의 시대 속에서 유년 시절을 안락하게 보냈지만, 이제 남은 건 장기침체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위에 설계된 사회를 살아나가야 한다. 그리고 세대 전체가 다음 세대를 기를 능력을 키우지 못한채, 그렇게 연명하는 청춘이 되어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모두 잃어버리게 생겼다.


사회가 더이상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이들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아왔던 그 유산의 가치는 누가 인정해주나? 그 유산도, 재산도, 이 '사회'가 유지가능해야 의미가 있는 것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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