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학게에서 토론이 꽤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저는 상당히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게시판 분위기를 부드럽게 유지하고 건전한 토론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몇 가지 원칙들을 제안합니다
1. 도배하지 말 것
만약 누군가가 게시판에 글을 연속으로 올려 도배하게 되면 그 사람의 글의 노출도가 다른 이들보다 과하게 커진다는 점만으로도 다른 토론 참여자들, 혹은 다른 게시판 이용자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한 사람당 게시판 한 페이지에 몇 개의 게시물. 같은 뚜렷한 기준을 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소한 한 가지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일련의 주제와 관련된 내용을 댓글로 충분히 쓸 수 있는 경우, 즉, 화제가 바뀌지 않는 경우에는 해당 게시물에서 모든 토론을 마무리했으면 합니다. 하지만 화제가 바뀔 경우에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예컨대, 이전에 게시글 삭제 논쟁에서 nagarjuna님이 암묵적인 규범에 대하여, 타자의 윤리학은 존재하는가 같은 글들을 새로 쓰셨던 적이 있는데, 그와 같은 방식으로 새로운 게시물을 만드는 것은 용납될 듯 합니다. 왜냐하면 최초의 토론은 글삭제를 하면 안 된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도였지만 그것이 암묵적인 규범이란 어떤 것인가? 라는 새로운 화제를 가진 토론으로 전환되었고, 다시 레비나스나 칸트 등의 철학을 인용하는 '타자의 윤리학'에 대한 토론으로 발전했었기 때문입니다.
2. 글 제목에 특정인의 닉네임을 언급할 때 공격적인 뉘앙스를 띄지 말 것.
토론을 이어가는 도중에 특정인에게 장대한 개념을 설명해야 할 경우, 또한 그 개념이 화제전환성이 클 경우에는 게시물을 새로 만들 필요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때 그 글을 쓰는 목적 중 하나는 본래 그 개념을 설명해주고자 했던 특정인에게 해당 게시물을 노출시키는 것이므로, 글 제목에서 특정인의 닉네임을 언급하게 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추가로 사족을 더 달자면, 오유는 일반적으로 닉네임 언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이것은 친목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던 것이었고, 게시판에서 분탕치는 누군가를 신고할 목적으로 닉네임을 언급하며 저격하는 것은 허락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닉네임 언급의 예외 규칙으로 토론 중 특정인에 대한 불가피한 언급을 허락했으면 합니다. 이는 친목 방지라는 본래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므로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꼭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특정인의 닉네임을 언급할 경우 절대로 공격적인 뉘앙스를 띄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Dribint님 안 고마우세요?" 같은 식의 제목으로 특정인을 도발하는 것은 토론 분위기를 날카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저격은 근본적으로 분탕질이나 분란 조장에 가까운 것이 되겠지요. 꼭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글 제목을 통해 누군가를 이처럼 공격하는 것은 댓글에서 공격하는 것보다 특히나 더 위험할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글 제목은 토론 참여자가 아닌, 다른 게시판 이용자들에게도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토론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게시판 분위기 전반을 흐릴 수 있는 행위는 꼭 자제해야 합니다.
3. 겸허한 자세로 토론하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토론을 할 때 절대 흥분하는 일 없이 겸허한 자세로 임했으면 합니다. 이 게시판에 박사 이상의 학위를 가진 교수님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직업으로써 철학을 하는 전문 철학자라기보다 철학적 탐구심을 가지고 더 배우고자 하는 학생, 그리고 자신의 이론을 정립해나가며 알리고자 하는 젊은 학자의 입장에서 게시판을 이용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이론에 자부심을 가지되 그 역시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이 토론을 통해서 더 완벽하게 다듬겠다는 자세로 토론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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