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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
게시물ID : panic_849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ukbi
추천 : 0
조회수 : 112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2/09 20: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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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유게로 갈까 공게로 갈까 살짝 고민하다 여기에 씁니다....
 
때는 한 20여년 전 서울역에서 실제 겪은 일입니다..
 
 
그땐 당연히 서울역 구역사(일제시대때 지어진 건물)가 출입구로 이용되던 때였으며 간간히 1층 로비에서 전시회 같은것도 했었다...
 
뭐 전시회라기 보단 그냥 벽에 그림같은걸 대충 걸어놓고 지나가면서 훝어보는 정도 였지만...
 
어느날 우연히 그앞을 지나치다 한 그림에 필이 박혀 그만 넋놓고 그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는 겨울이였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오~익스큐즈미~"
 
고갤 돌려보니 눈부신 새하얀 오리털파카를 입고 머리에는 무스같은걸로 한것 멋을낸채 한손가락으로 자동차키를 돌리고 있는 약간 나이먹은 오랜지족같아 보이는  왠 아저씨가(당연히 한국인)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하고 있는 것이였다...
 
"예? 저한테 말씀하시는 거에요?" 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서 미리 밝혀두지만 난 절대 동남아틱한 스타일이 아니다ㅜ.ㅜ
 
내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되묻자 그는 미쳐 몰랐다는 것인지 어쩌면 알고 있었다는 것인지 모를 이상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아~ 한국인 이시구나~ 아이구 다행이네... 지금 제가 동냥을 나왔거든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역앞에 널린 노숙자들이라도 쉽게 할수없는 말을 지금 내눈앞에 부티 철철 넘치고있는 멀쩡한 닝겐이 차키를 돌리며 너무나 당당히 시방 뭔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난 너무 어이가 없어서 다시 되묻지 않을수 없었다..
 
"네? 동냥이요???"
 
그러자 그는 마치 내가 진짜 외국인이라도 되는듯 한음절씩 강조하며 찬찬히 다시 말했다...
 
"네~ 동.냥.이요~ 동.냥."
 
내가 잘못들은게 아닌걸 확인한 나는 뭔가 졸라 깨림직했으나 이 미친닝겐을 상대할필요가 없으므로 돈없다 하고 바로 그자리를 떴다...
 
좀가다 뒤돌아보니 그는 내또래의 다른 이에게 다가가 다시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그후로 난 친구들을 만나면 우스개소리로 내가 살다살다 동냥하는 사람을 많이 봤어도 이런 미친 닝겐은 첨봤다하며 말하고 다녔다...
그럼 친구들이 다 빵터졌다..
 
그렇게 우스운 경험담 정도였는데....
 
 
요근래 문득 이런생각이든다...
 
혹시 그가 말한 '동냥'이 구걸이 아니라  '동정(童貞)을 구하고 있다...(니 동정을 팔지 않을래?)'라는 뜻의 일종의 은어 같은 것이 아니였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아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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