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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그 오빠
게시물ID : humorstory_442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19
조회수 : 2074회
댓글수 : 82개
등록시간 : 2015/12/21 03: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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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중1때였다.
그때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
공책에 필기하는 고등학생 오빠들의 멋진 팔뚝을 보기위해
시험기간 사람이 몰릴때만 독서실을 애용하곤 했다.
 
내가 다니던 독서실은 남녀가 한 공간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월정액 이용을 하는 고시생들을 빼고는
대부분 하루에 300원씩 요금을 내며 이용하는 곳이었다.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요금이 매우 저렴했고
때문에 주변 학교 학생들로 늘 붐볐다.
 
지하에는 매점이 따로 있었는데
매점 또한 공부에 지친 영혼들이 당을 보충하는 곳이 아닌
연애의 장으로 탈바꿈한지 오래였다.
 
나 역시 멋진 팔뚝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매점을 수시로 드나들곤 했는데
어느날 매점 한 구석에서 모여 춤 연습을 하는 오빠무리들을 발견했다.
 
그 중 교복바지에 빨간 후드티를 입고
멋드러진 팔뚝으로 윈드밀을 돌던 오빠가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나는 그 모습에 단숨에 사랑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날부터 독서실 출근이 시작됐다
빨간 후드 오빠가 늘 앉는 자리 근처를 사수하기위해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미친듯이 뛰어서 독서실로 향했다.
 
그러기를 한달여.
점점 나의 마음은 깊어져갔고 급기야 상사병에 시달리며
빨간 후드를 입고 지나가는 남학생들만보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눈과 다리가 풀리곤 했다.
 
하지만 아무리 독서실을 다녀도
빨간 후드 오빠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관심을 끌 수 있을까.
문제가 무엇일까.
몇날며칠을 고심한 끝에 아주 어렵게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원시적인 옷차림과 자연그대로의 순수한 이목구비였던 것이다.
뒤늦게 문제를 깨달은 나는 어떻게 하면 빨간 후드 오빠의 눈에 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비슷한 빨간 후드를 사입기도 했고
쌍꺼풀 수술을 해달라고 어렵게 말을 꺼내려다
"쌍..."에서 주저하는 바람에 후드러맞을뻔도 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쌍꺼풀 수술대신 눈썹으로 아령을 들어올리며 눈근육을 키웠다.
 
그래도 역부족이긴 마찬가지였다.
빨간 후드 오빠의 눈동자가 예전에 비해서 나를 향하는 횟수가 늘어나긴 했으나
동공은 늘 흰자의 맨 오른쪽으로 쏠려있었고
그나마 나를 봐주는게 어디냐면 좋아하던 그때
저게 바로 째려보는 눈동자의 정석이라며 친절히 알려주던 친구의 눈동자를 찌르기도 했다.
 
그렇게 시름시름 빨간 후드 오빠 앓이를 하는 시간을 길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이제는 내가 대소변도 잘 가릴줄 안다고 칭찬하시며 백화점에서 내 옷을 사오셨다.
 
와우.
 
평소 내가 입고싶었던 잘빠진 청바지였다.
이것만 입고 나타난다면 빨간 후드 오빠도 헤드스핀을 돌며 내게 돌진할 것만 같았다.
그만큼 나는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다.
 
다음날.
조금이라도 다리가 길어보이기 위해
청바지를 갈비벼까지 끌어올려 입고
위에는 짧은 티 하나만을 걸쳐입고 독서실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꽂혔다.
 
후후. 옷이 날개라더니
정말 날개가 돋으려는 것인지 어쩐지 자꾸 등이 가려워지는 느낌이었다.
자신감을 한아름 끌어안은채 독서실에 도착했다.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 둘러보니 빨간 후드 오빠의 자리엔 책이 어지럽게 늘어져있었다.
자리에 없는 것으로 보아 매점에서 나를 향한 구애의 헤드스핀을 연습하는 모양이다.
나를 한달음에 매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빨간 후드 오빠가 정면으로 마주쳤다.
순간 심장이 멎을뻔했지만
오늘은 내가 슈퍼스타, 긴장하지 않은 척 도도하게 매점으로 가서 외쳤다.
 
"달키우유~ 원 팩이요"
 
나의 도도한 모습때문이었을까.
빨간 후드 오빠는 좀처럼 내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남자들이란...
 
새침하게 딸기우유에 빨대를 꽂아물고 돌아서는 그때였다.
매점 구석을 청소하던 수녀님이 나를 불러세웠다.
 
"저기 학생? 잠깐만 나좀 볼래?"
 
수녀님도 나의 아름다움에 취했는지 손에 있는 빗자루까지 떨어트려가며 나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돌아선 그때
수녀님이 내 손을 잡아채며 귀에 속삭였다.
 
"지퍼 열렸어. 학생."
 
이런씨.
 
밑을 내려다보니 지퍼가 훤히 열려 정월대보름 둥근 보름달처럼 벌어져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나의 빨간 팬티...
빨간 후드 오빠와 빨간 색이라도 커플로 하고싶어 남몰래 수줍게 장착한 나의 빨간 팬티였다.
 
등 뒤에서는 빨간 후드 오빠의 비열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고
내 얼굴은 빨간 팬티보다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그 독서실에 가지 않았다.
14살 꼬꼬마의 순수한 첫사랑은 그렇게 빨간 팬티처럼 붉게 타올라 한 줌의 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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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글이다.
블로그에 썼던 글을 가끔 복사해서 나르곤 한다.
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글이지만
가끔 지나간 글들을 게재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처럼 바지 지퍼를 열고 노을진 강가를 걷던 날이라던가....................흐흐그흑흐그흐긓그흐긓ㄱ
 
오늘 빤쓰는 검정색이었다.
살색보다 안도감이 드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건 어린 시절 울다 웃어봤던 3000만 어른들만 안다는 우리들만의 비밀..! (찡긋)
 
 
 
 
출처 윈드밀 돌던 그 오빠의 어깨를 바라보며 떨리던 희끄무레 죽죽 탁한 My 동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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