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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리뷰
게시물ID : movie_514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팍
추천 : 1
조회수 : 4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21 10:04:46
2015년 12월 19일 오전 집에서 봤다.

한국에서만 유독 흥행을 한 영화라는 기사를 보고 이 영화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이 영화는 굉장히 영리하다. 주인공은 30대 젊은 여자 CEO이고 주요 갈등은 주인공과 전업주부 남편 사이에 생긴다.
인턴이라는 제목의 타이틀롤을 맡은 사람은 70세 노인이다. 이 노인은 주인공 조력자 역할을 한다.

보스를 모시는 70살 인턴이라는 설정은 영화기획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바꾸기를 적용한 것이다. 거기에다 숨겨진 주요 갈등으로 밖에서 일하는 여자와 안에서 살림하는 남자를 대비시켰다. 이 또한 기획의 바꾸기를 적용시켰다. 같은 이야기라도 위치가 바뀌어지면 이야기의 방향, 깊이, 느낌이 달라진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관객에게 새롭게 느껴지게 된다.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건 주인공과 인턴이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이 보이는 포스터는 관객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영화에서 하고 있는 이야기와 팔려고 하는 마케팅 포인트가 다르다. 하지만 오묘하게 잘 버무려져서 본편과 마케팅이 따로 노는 많은 한국영화는 다르게 영화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이야기는 갈등이고 갈등을 어떻게 풀까가 관객에게 주는 즐거움이다. 어떤 관람객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고 한다. 앤 해서웨이가 로버트 드 니로를 괴롭히면서 갈등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얼마나 재미 있나. 당하던 젊은 처자가 늙은 악마 메릴 스트립을 대신해서 자신에게 찾아온 로버트 드 니로를 괴롭히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역버전으로 생각하고 관람을 했던 사람들은 실망했을 수도 있다. 포인트는 이 젊은 여자 CEO를 바라보는 노인의 시선에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은퇴한 노인은 뒷방 신세다. 이것은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노인의 지혜는 빛이 났다. 노인은 대가족을 이끄는 어른이고 모두가 노인을 존경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노인이 설 자리는 급속도로 줄어든다. 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대갈등이 심하다. 급속한 산업화, 세상은 굉장히 빨리 돌아가고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자신의 방식을 고집한다. 특히 6,70년대 어려운 삶을 겪고 8,90년대 영광의 세월을 거친 세대라면 말이다. 현실은 빡빡한데 노인들은 과거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요즘 사람들은 노오오오력이 부족해"라고 말이다. 젊은이들은 그 말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왜냐구 노인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 시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인턴]의 로버트 드 니로는 다르다. 물론 미국에서도 우리나라 같은 꼰대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접어 두자. 로버트 드 니로는 관찰한다. 젊은 여자 CEO를 모시는 인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관찰이 이야기를 만든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앤 헤서웨이는 로버트 드 니로의 말을 듣는다. 그것은 극 초반 열심히 일하는 앤 헤서웨이를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한민국 노인들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를 한번쯤이라도 관찰한다면 노오오오력 따위의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노인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남들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남들을 돌아볼라치면 자기 몸과 가족을 먼저 돌보라고 말한다. 그런 시선 때문에 갈등이 넘쳐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갈등은 크지 않다. 굉장히 신파적이고 소소한 갈등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설 수 있었던 것은 늙은 인턴의 관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는 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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