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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명소
게시물ID : panic_851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6
조회수 : 5436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12/21 21: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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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온몸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난 눈을 떳다.

 

내 시야엔 나무로 만든 듯한 오두막의 천장이 보였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뼈 몇군데가 부러진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일어났는가? 아직은 움직이기 어려울 걸세. 그냥 누워있게.”

 

억지로 고개를 돌려 보니 노인 한분이 나무로 만든 조악한 탁자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하늘이 도운걸세. 아무리 나무에 떨어졌다지만, 그 높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도 살아있다니 말이야. ”

 

아무래도 내 자살계획은 실패였던 모양이다. 

 

아버지의 사업실패. 엄청나게 불어난 빚. 뿔뿔이 흩어진 가족. 

 

최후의 선택을 했지만 그마저도 실패를 해버리고 말았다.

 

 

 

이곳 외진 오두막에서 홀로 약초를 캐며 지내고 있다는 노인은 나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잘 알겠지만 그 절벽은 세상을 등지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 

 

그러다 보니 약초를 캐러 올라갈 때 간간히 안타까운 장면을 보게 된다네.”

 

노인의 말처럼 그 절벽은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했다.

 

“그럴 때 마다 그 불쌍한 사람들 시신 수습을 하곤했지. 명복도 빌어주고 말이야.

 

이곳은 외진곳이라 경찰들도 늦장을 부리거든.”

 

자살명소가 된 것에는 경찰이 찾아오기 힘든 이유가 큰 듯 했다.

 

사실 내가 굳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역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였다.

 

 

 

상황이 어찌 되었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로 했다.

 

“우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제가 사는게 영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내 말에 노인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닐세. 맘쓰지 말게. 항상 엉망이 된 시신들만 보다가 살아있는 사람을 보니 오히려 반가울 지경이었네.

 

내 이곳에 오래 있었지만 그 절벽 아래서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었거든.”

 

 

 

말을 마친 노인은 쟁반에 무언가를 담아 내게 가져왔다.

 

“아직 큼직한 고기를 씹기는 힘들테니 잘게 썰어서 죽을 끓여보았네. 힘들겠지만 한술 들게나.”

 

쟁반에는 김이 모락 모락 나는 고기죽 한 그릇이 맛깔나게 담겨있었다.

 

여전히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지만, 몹시 배가 고팠기에 끙끙거리며 죽을 먹기 시작했다.

 

잔뜩 들어간 고기는 고소하고 독특한 맛을 냈다. 

 

적어도 소고기나 돼지고기 인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 맛있네요 어르신. 이거 무슨 고기에요?”

 

내 말에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입맛에 맞나? 아마 자네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을 거네. 제법 귀한거니 더 묻지 말고 마저 들게.”

 

도대체 무슨 고기일까 생각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고 다시 죽을 먹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자 난 혼자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 

 

오래 신세를 지는것도 죄송스러우니 빨리 회복해서 돌아가기로 했다.

 

자살을 하건 아니면 다른 길을 찾건 그것은 이곳을 떠난 후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때 문이 열리고 노인이 들어왔다. 

 

한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옷은 피와 흙으로 엉망이 되어있는 상태였다.

 

 

 

놀란 표정의 나를 보자 노인은 이야기 했다.

 

“그 절벽에 다녀오는 길이네. 또 안타까운 일이 있었지. 이번 젊은이는 자네처럼 운이 좋지 못했어.”

 

창문 밖으로 피투성이 천에 덮여있는 무언가가 살짝 보였다. 

 

시신을 올려놓고 천으로 감싸서 끌고 온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있자니 아무래도 자살은 다시 시도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수습할테니 걱정말게. 입맛이 떨어지지 않았으면 식사준비를 하겠네. 이제 고기정도는 쉽게 씹을수 있을 것 같으니 제대로 한상 차려줌세.”

 

“아. 네. 매번 감사합니다. 어르신.”

 

시신에게서 눈을 떼고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옷을 갈아입고는 분주하게 움직여 저녘을 준비했다.

 

어느새 오두막 안은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다.

 

 

 

쟁반에 차려진 고기반찬을 배불리 먹고 나서 다시한번 노인에게 물었다.

 

“어르신. 정말 이 고기 무슨고기에요? 제가 먹어본적 없는건 확실한데 진짜 맛있네요.”

 

내 말에 노인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찬장을 뒤적였다.

 

“너무 놀라지는 말게.”

 

노인은 식탁으로 무언가를 툭 던졌다.

 

 

 

 

 

 

 

“토끼 가죽일세. 이만큼 털이 고운 동물도 드물지. 어릴 때 덫을 만들고 고기를 손질하는걸 배웠다네. 어떤가, 토끼 고기 맛이 마음에 들었는가?”

 

작고 하얀 털가죽을 보고 있자니 왠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뭔가 대단한 것 일줄 알았는데 토끼라니. 

 

노인은 이어서 말했다.

 

“게다가 자네를 위해 특별한 조미료도 넣어봤다네. 더 맛있었을 게야.”

 

잠시 의아해 하던 나는 갑작스레 어지러움을 느끼며 침대로 쓰러졌다.

 

 

 

 

 

 

 

노인은 리어카를 끌고 호수로 향했다.

 

친구가 많은 손자를 볼때마다 뿌듯한 감정이 들었지만

 

숫자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먹을걸 마련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낚시꾼들을 불러오는 것도 한계가 있어 고심하던 차에 좋은 묘안을 떠올렸다.

 

근처 절벽을 자살명소로 만들면 시신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시신에서 머리만 잘라내어 준다면 식구도 더 늘지 않을 것이다.

 

 

 

 

이 청년이 살아있어 조금 당황했지만 어차피 손주 식사 때까지는 며칠 더 있어야 한다.

 

얼마간 보살펴 준 뒤 적절할때 약을먹여 머리를 잘라내면 그만이었다.

 

마침 운 좋게 시신이 또 하나 생겼으니 오랫만에 푸짐하게 챙겨 줄 수 있을 것 같다.

 

피 냄새를 맡았는지 벌써 녀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손주의 모습을 잠시 찾아보던 노인은 새카맣게 몰려있는 인면어들을 보곤 금세 포기했다.

 

노인은 리어카에서 시신을 꺼내어 호수로 던져 주기 시작했다.

 

모든 시신을 던진 노인은 호숫가에 앉아 인면어들이 시신을 뜯어 먹는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자살명소 - 부제 : 인면어 두번째 이야기] 마침.







by. neptunuse

출처 적월 - 공포 카페
http://cafe.naver.com/moonof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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