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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컬러텔레비전에는 특이한 역사가 숨어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70년대 중반 이후에 컬러텔레비전을 다량 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에는 팔지 않고 전량 해외에 수출만 하고 있었다. 충분한 기술력을 갖추고 생산까지 하고 있었는데 왜 우리나라는 80년에 들어서야 컬러 시대를 열게 되었을까.
그것은 대통령 박정희의 지시 때문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가 될 때까지 방송을 미루라는 명령이었다. 국민소득 운운보다 더 큰 이유는 국민들 간의 위화감 조성이었다. 흑백텔레비전도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컬러까지 보급된다면 빈부 격차에 대한 반발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별히 농민과 빈민을 언급하며 내린 이 같은 지시는 뜻밖의 효과를 가져왔다. 대통령이 가난하고 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정치를 한다는 이상한 감격 같은 게 국민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농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갔던 것이다. 지금도 나이든 농민들이 기억하는 박정희에 대한 향수는 그와 같이 농민들 편에 섰던 대통령이라는 신화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출처 | http://hankookilbo.com/v/060ac6ec49ba46eb9b0b63c9325d02e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