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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속 엑소시즘, 그 실재와 허구③
게시물ID : mystery_72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마일015
추천 : 20
조회수 : 10770회
댓글수 : 43개
등록시간 : 2015/12/29 22:27:52

해당 기사에는 영화 '검은 사제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구마사제' 과연 있을까. 

지난해 로마교황청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제퇴마사협회(세계구마사제협회)를 처음으로 공인했다. 1990년 설립된 이 협회에는 세계 30개국의 가톨릭 사제 350명이 가입돼 있다. 흔히 퇴마사 혹은 엑소시스트(exorcist)라 불리는 이들을 두고 가톨릭에서는 악마를 쫓아낸다는 뜻으로 구마사제(驅魔司祭)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가톨릭대사전에 따르면 '구마'란 '사람이나 사물에서 악마나 악의 감염을 구축(驅逐)함' 곧 '몰아서 내쫓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악령에 사로잡힌 듯한 현상이 실은 무관할 수도 있고 신중을 기해야 하기에 교회법은 '구마'를 행하기 전 주교(혹은 교구장)에게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도 내내 친숙한 '퇴마'라는 용어 대신 '구마', '구마사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실제 구마에 들어가기 전 주교를 비롯한 가톨릭 고위 관계자들이 논의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영화 제작을 위해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관계자들을 만났던 제작사 영화사 집의 송대찬 프로듀서는 "구마는 일종의 고해성사 같은 것이기에 절대 밝힐 수가 없다. 그래서 더 비밀스럽다"며 "구마협회 등이 지금껏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악마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내용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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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검은 사제들' 스틸컷


◆'엑소시즘'에도 원형이 있다 

초대 교회 당시부터 사람이나 사물에게서 악령을 추방해 달라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는 구마식(驅魔式, Exorcism)이 있었다. 영화에서 직접 언급되고 또 변주되는 마태오 8장 28~32절처럼 성서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 구마를 행하는 대목도 나온다. 구마식은 악령을 불러내 떠나갈 것을 명령하는 것이 그 기본 형식이다. 사제의 집전으로 사물과 사람에 행해진다. 실제로 예배에 쓰이는 소금이나 물, 제구를 준비할 때는 물론이고 세례의식에도 구마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영화 속 구마식은 실제 알려진 가톨릭의 구마의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입혀 완성됐다. 십자가와 성수, 성유를 비롯해 결계를 치는 성소금 역시 실제 구마식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단강, 유프라테스강 등 여러 강에서 가져온 것으로 묘사된 종류별 성수들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 예수 그리스도가 거쳐 간 지역 등을 바탕으로 디테일을 더한 것이다.

송대찬 프로듀서는 "구마예식서에 입각한 기본적인 공식이 있다. '엑소시스트'나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등 대부분의 관련 영화들도 이에 입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구마식에는 기본적으로 2명의 사제가 필요하다. 구마사제는 직접 악마와 눈을 맞추지 않고 악마와 대화도 하지 않기에 보조사제가 있어야 한다. 또 '성 미카엘 대천사에게 바치는 기도'와 '해방의 기도'를 통해 악마를 불러내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게 해 부마자(마귀가 사로잡고 있는 사람)에게서 떠나라고 명령하는 과정을 거친다. 송 프로듀서는 "공식과도 같은 것이어서 이를 피할 수는 없었다"며 "만약 여기에서 변화를 꾀했다가는 도리어 욕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극 중에서 강동원 김윤석은 '성 미카엘 대천사에게 바치는 기도', '해방의 기도'를 라틴어를 비롯해 한국어, 영어, 중국어, 독일어 등으로 외우며 사실감을 더했다. 직접 영화를 본 가톨릭 관계자들도 실제 쓰이는 기도문이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쓰인 데 대해 흡족해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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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검은 사제들' 스틸컷


◆장미십자회와 12마물? 

그러나 '검은 사제들'에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깨알 같은 디테일도 상당하다. 초반부 언급되는 '장미십자회'와 이들이 쫓는 5000년 된 12마물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실제 장미십자회는 17세기에서 18세기에 걸쳐 유럽에서 활동한 반 가톨릭 비밀 단체의 이름이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비밀 결사인 탓에 각종 소설에 소재로 쓰였다. 18세기 말에 들어 소멸한 것으로 여겨지며 교황청 등 정식 가톨릭과도 무관하지만 2015년에 만들어진 '검은 사제들' 또한 이 비밀스러운 단체를 차용해 극에 흥미를 더한 셈이다. 함께 언급된 12마물 역시 흥미를 더하는 설정. 12라는 숫자가 자연스럽게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나 동양의 12지신 등을 떠오르게 한다. 

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는 "문제의 악마가 5000년 간 세계 이곳저곳을 떠돌았던 악령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라틴어, 중국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를 쓴다고 설정했다. 바흐 등이 언급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범띠가 영적으로 민감하다? 소머리 진 무당굿? 

'검은 사제들'은 가톨릭 신부의 구마식과 한국 샤머니즘을 적절히 접목해 더욱 눈길을 끈다. 흥미로운 대목 중 하나는 김신부가 보조사제를 선발하면서 '호랑이띠'를 조건으로 내세운 점이다. "영적으로 민감하다"는 게 이유인데, 사실 전적으로 상상력에 기댄 설정이다. 송대찬 프로듀서는 "한국적인 느낌을 주려 했다. 가톨릭에서 구마사제를 뽑으며 띠를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웃음 지었다.  

신부들의 구마식에 앞서 무당들이 신들린 판굿을 벌이는 장면을 빼놓을 수 없다. 줄거리와 무관함에도 임팩트가 상당하다. 장재현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기획 단계부터 과학이나 의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병을 고치기 위해 스님이 기도를 하거나 굿을 벌이는 한국적 설정을 집어넣겠다고 생각하고 자료를 조사했다. 젊은 무당이 소머리를 등에 지고 굿을 하는 강렬한 신은 그 과정에서 접한 사진에서 따 왔다.  

송 프로듀서는 "전국 각지를 돌며 무당굿을 찍은 한 작가의 사진 전시회에서 너무 앳된 무당이 소머리를 이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한국적이고도 시각적으로도 몹시 강렬한 이미지였다. 충격적인 장면이라 영화에서는 실제 사진에서 나온 느낌보다는 순화해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머리를 소품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무려 30kg에 육박하는 진짜 소머리를 여배우가 등에 지고 춤을 추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송 프로듀서는 "가볍게 특수 소품을 제작했다"며 "영화를 도와준 유럽, 미국 친구들이 해당 장면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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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검은 사제들' 스틸컷


◆마태오 8장 32절. 돼지와 강물.
 
극 중 최부제 강동원의 보살핌을 받으며 사랑을 듬뿍 받은 새끼돼지 '돈돈이'는 구마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마식에 돼지를 이용한다는 설정은 '검은 사제들'이 새롭게 선보이는 것. 예수 그리스도의 구마 장면을 묘사한 성경 구절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마태오(개신교에서는 마태복음) 8장32절은 '예수님께서 '가라' 하고 말씀하시자, 마귀들이 나와서 돼지들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돼지 떼가 모두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리 달려 물속에 빠져 죽고 말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유진 대표는 "실제로 돼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기가 가장 센 동물로 알려졌다. 그래서 고사를 지낼 때도 돼지머리를 상 가운데 놓는다"면서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에서는 처음 보는 설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http://star.mt.co.kr/stview.php?no=201511110814129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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