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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장기왕(들)
게시물ID : military_60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가입:2011-09-21 방문:2675)
추천 : 18
조회수 : 2101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12/30 13:14:05
어느 부대나 간부들은 병사들이 다칠까봐 전전긍긍하더라(아닌데도 있다고 한다.)
좁은 곳에서 군생활했기에 직접본 것은 적지만,
육해공해병대에 병-부사관-장교-군무원 출신 지인들이 있어 들어본바로는...
역시나 우리 행보관님이 甲이셨다.

축구 한판 농구 한게임 밖에 동시에 소화하지 못하는 좁디좁은 독립중대연병장. 
20대 끓어오르는 혈기를 분출할게 그것밖에 없는 병사복지의 사각지대 표본급 독립중대인지라,
비가 오던 눈이 오던 날이 좋던 달빛에 공만 보이면 축구든 농구든 족구든 탁구든 체력단련장이든 뭐든 몸을 움직여댔다.

체육전공 ROTC중대장횽이야, 자기 특기적성인지라 회식없으면 우리랑 공차고 들어가곤했지만,
우리 행보관님은 우리가 공놀이만 하면 물가에 새끼를 내놓은 어미마냥 안절부절하셨다.
작업 좀 할라치면 조금만 이슬비만 내려도,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안개가 조금만 껴있어도, 서리라도 내려있어도, 일교차가 5도 이상만 벌어져도,
이런 악천 후에 작업은 무리아니냐며 투덜대기나 하는 놈들이, 
공찰때는 천둥번개가 쳐도 뛰어나가싸돌아다니니 행보관님이 이뻐할래야 이뻐할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행보관님이 진급에 눈이 멀어그러는것도 아니셨다.
부사관의 최고계급은 원사는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다시었고, 정년은 이제 손가락으로 꼽을만큼만 남으신 분이었다.
중대장횽도 나랑 군생활 수십일차이밖에 안나는 말년ROTC였고, 
진급에 조큼 목을 맬거라 생각했던 3사출신 소대장도 축구를 (정말 좋게 봐줘도 잘하는편은 아니었음)좋아하는지라, 이러다 다쳐서 진급못하면 내 팔자지 뭐ㅋ 내 밑으로는 다 발안보이게 뛰어ㅋ라고 하던 유쾌한 사람이었다.
그저, 젊은 시절, 여느 군인들처럼 축구를 즐겨하시던 행보관님은, 축구하다가 크게 다치셔서 군생활 접을뻔했던 자신의 경험때문에, 우리가 공차다가 다치는걸 극도로 경계하실 뿐이었다.
그래서 다른 간부들 점호와 달리, 행보관님 점호는 다친다고 구보도 없었고, 국군도수체조도 딱딱 끊어서하면 다친다고, 어느 아침 중국의 공원에서 태극권을 즐기는 중국인들마냥, 흐느적거리며 해야했다. 

이거 중대에 내 편은 없군.이라며 행보관님은...
우리가 뭔가 공놀이만 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연병장 간이단상에 올라가 우리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시다가,
경기가 과열되어 조금이라도 위협적인 동작을 선보인다치면 "이 새끼가!!!!!"라며 경기 중인 연병장에 난입하여,
즉시 가해자의 구렛나룻을 잡고 연병장 밖으로 내치어 퇴장시키셨고, 그런 일이 한 경기에 2번이상 벌어지면, 바로 몰수게임을 선언하셨다.
(원사한테 뒷덜미잡혀 끌려나가는 소위 본 적 없음 말을 마세요.)
군대축구란게 드로인 코너킥 핸드볼 말고는 경기가 멈출 일이 없는데, 우리 중대는 행보관님의 "이 새끼가!!!!!"라는 호통소리가 레프리의 휘슬소리와 같았다.

20대 혈기에 조금만 승부욕이 가열되면 최하가 피보고 조금만 더 나가면 금가고 뿌러지는게 군대축구인지라,
그러다 정말 크게 다치면 행보관님은 급히 자신의 차에 환자를 싣고 시동을 걸며 어딘가로 전화하셨다.
"위병소!!! 나여!!! 지금 환자나가니까 위병소에 바리게이트 다 치워!!!"
그렇게 행보관님+선탑 서무계+환자+환자놈 분대장 넷이 읍내병원으로 내달려 행보관님 사비로 치료를 받고,
중국집에서 행보관님이 사주시는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으며, 국문을 당하는 대역죄인의 심점으로 행보관님의 추상같은 꾸지람을 들어야했다.
의무실을 두고 읍내병원으로 간 이유는, 군의관횽 전공이 "피부과"라...행보관님이 미리 양해를 구해놓았고...
분대장만 10개월을 한 나는, 머리가 생각한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 운동신경제로 몸치들만 모인 분대를 이끌던 죄로, 자주 행보관님과 읍내로 동행하는 편이었고, 그만큼 혼이 났다.

복귀하면 군장도 돌아야지. 휴가도 짤려야지. 다친 놈 수발도 들어야지. 다친 놈 경계작전도 땜빵나가야지...
다친 놈한테 야. 잠이 오고, 밥이 넘어가냐? 며 분대원들은 그 놈 밥타오고, 침구류 정리해주고, 빨래 돌려주며, 츤츤댈뿐이었다.



그렇게 환자가 발생하면, 스읍~어쩔 수 없지. 조심히 뛰어놀아야겠어.가 아니라...
우리 행보관님은 중대에 동그란 것은, 각자 몸에 달린 두짝들 빼고는 다 수거해서, 당신의 차 트렁크에 싹 다 싣고는 퇴근하셔버렸다.
당시에는 그런 표현이 없었지만, 지금 러시아 푸짜르의 대유럽압박카드인 "잠가라밸브"에 버금가는 "잠가라트렁크"였고, 효과는 엄청났다.



그러던 어느 겨울. 단 한 주만에 
축구하다 갈비뼈 금가서 웃지도 못하는 놈.
농구하다가 발목을 삐어 발목두께가 허벅지만큼 된 놈.
탁구하다가 어깨빠져서 군인 주제에 앞에 총도 못하는 놈.
벤치프레스하며 힘 빡주다가 혀 제대로 깨물어 안그래도 바쁜 취사병에게 죽을 만들어 대령하게 만드는 놈.
까지, 다양한 환자가 발생하여 행보관님이 제대로 흥!!칫!!뿡!!!하게 만든 때가 있었다.

어지간하면 체력단련장이랑 탁구까지는 금하지 않으셨는데, 탁구채도 다 수거해가고, 체력단련장 열쇠까지 들고가셔버려서, 
다들 몸이 근질근질해서 죽으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작업나가서 그 엄동설한 땡땡언 땅에 삽질 곡괭이질도 몸쓰던 애들이 서로 하겠다고 달려들고,
자진해서 연병장에서 수십바퀴 뜀걸음하는 애들이 나타났고,
거의 명절때만큼 PX매출이 발생하자, PX관리관이 뭔일났냐며 매일 찾아오곤 했다.

운동좋아한다고 잘못 소문이 나서, 매일매일 강제로 뽈을 차야했던 나는,
매일 내무실 방바닥에서 뒹굴거리는 본래 휴식모드로 들어갈수 있게되어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 짓도 삼일이 넘어가자,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하릴없이 뜀걸음도 해봤는데, 늦게 배운 담배에 맛들려 개꼴초였던 시절이라, 연병장 반바퀴가 내 한계였고,
돌아가신 할아버지도 얼핏 뵌것같고, 일단 너무 추워서 다시 내무실로 들어왔다.

내가 그렇게 몇분 만에 내무실로 들어오자, 일이등병들이 긴장을 했다.
오랜 분대장 생활 중이라, 몸이 한가하면 일단 일을 만들어 잔소리하는 스타일이라, 짧은 평화는 가버렸구나...라며. 
당시 일이등병도 병장들이 테레비안보면 마음껏 만질수 있던 리모콘을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

"분대장님. 내 장기 가르쳐주시지말입니다."
취미가 절대 운동이 아닌, 꽤 친한 후임이 내게 말을 걸었다.
"장기? 갑자기 왜?"
"내 요즘 한자공부하잖습니까. 장기알에 한자가 쓰여있으니까 공부삼아 해보려고 말입니다."
"내 가르침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데 괜찮겠냐?"
학창시절, 공부를 나보다도 안했던 이 후임은, 
어느날 중대장횽의 명으로 소대원들 이름을 붓펜으로 한자로 적고 있었는데, 
와~분대장님. 한자 읽고 쓸 줄 압니까로 시작된 질문이, 한자는 각자 뜻을 가진 글자들이 모여 한 글자로 뜻을 가진다.라는 나의 말에 충격을 받아, 
집에다가 천자문책을 보내달라해서 공부하던 아이였다. 
공부에 취미가 없다뿐이지, 머리는 좋은 친구인지라, 외우기는 금방 외워대서 다들 깜짝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소대물통받침대로 쓰고 있던 습기 잔뜩 먹어버린 장기판이 몇개월만에 본래 역할을 하기 위해 꺼내졌고,
몇개가 사라진 장기알은 PX에서 라면상자를 뜯어내어 대충 오려붙이고, 파란색 붉은색 매직으로 적어넣어 보충했다.
한쪽 마상포차를 다 떼어주고, 각자 가는 길과 몇몇 수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하며 몇판을 진행하다보니...
나조차도 오랜만에 하는 장기에 푹 빠져버렸고, 이 후임도 슬슬 요령을 알게되자 내 부연설명을 안 듣고도 착착 공수를 해나갔고, 
우리 주위에는 몇명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XXX-XXXX번입니다...아. 야. 잠깐만. X병장님. 소대 휴가복귀자 전화입니다."
"어. 줘봐. 어. 니 분대장이시다. 집에서 출발했냐??? 충성은 와서 하시고, 너 지금 얼마있냐??...어. 너 올때 읍내 문방구가서 장기알 3세트. 장기판 그 반으로 접어지는거. 싼걸로 3세트 사와. 돈줄테니까. 부족하면 같이 복귀하는 애들한테 빌려서라도 사와. 돈줄테니까. 야. 너 복귀 몇시간 빨리 할 생각없냐???...아니, 너가 보고싶은게 아니라, 장기판이랑 장기알이 필요해서 그래."



겨울에 공도 못차, 너무 빨리 월급소비해버려 PX도 못가, 테레비는 보는 채널만 봐서 물려...
우리에게 장기라는 이 오락은 신선을 뛰어넘어 컬쳐쇼크급의 파급력을 보였다.

소대당 하나 밖에 없는 장기판과 장기알로 부족해 종이로 판과 알을 만들어서 장기를 두기 시작했다.

이등병때, 내무실 바닥장판 쪼가리로 화투장을 만들어 보일러실과 수공구실을 오가며 연초나 PX를 걸며 상습도박을 벌이던, 
병장파일당들이 행보관님에게 일망타진 당한 이후로, 유희는 오직 공놀이뿐이던 이 중대에 장기열풍은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처음에는 행보관님도, 다시 병장파의 부활인가???라며 잠시 경계를 하셨지만,
그때가 마침 연초도 월급도 떨어지던 때라, 걸것도 없어서 비슷한 짬에서나 딱빰이나 손목때리기 정도 밖에 판이 안커져있었기에 그 의심을 푸셨다.
그리고 처음에 장기를 두던 멤버들이 내기같은걸 싫어하던 퓨어한 인물들이라 내기나 도박같은게 성립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간부들도 중대원 소대원들과 장기를 두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병력관리도 수월해지는것을 느껴, 중대에 장기열풍이 아니 불 수가 없었다.  
1주일쯤 지나서 행보관님이 트렁크에 공들을 다시 풀어주셨지만, 이 장기열풍은 가실 줄을 몰랐다.




'음...여기서 마를 전진시키면...이 쫄보가 포를 물리겠지??? 고럼 저쯤에 상을 올리면 외통수네ㅋ.'
"자. 간다."
"으흠.으흠!!!"
"에헤이!!!!"
"하..."
"뭐??? 왜???"
"아. 생각안합니까? 그렇게 마올려버리면, 쟤가 차로 밀어버리면 어쩔려고 그럽니까."
"어...어...ㅆㅂ 진짜네...고맙다. 근데 고참한테 뭐 임마???"

전국팔도에서 모인 놈들 아니랄까봐, 전국의 온갖 장기꾼들이 우리 중대에 모여있었다.
차마상-마상차, 차마상-상마차...등등 처음에 놓는 스타일도 제각각이고,
나같이 처음부터 왕 앞에 포로 막아놓고 시작하는 스타일이 있는가하면,
최강희 감독님이 전북현대감독을 맡아 아시아축구에 "닥공"이라는 개념을 선보이기 전부터, 
시작과 동시에 다섯 졸을 계속 전진시키며 닥공을 시전하는 스타일등등...
온갖 사파가 난무하고, 내 문파가 전통오리지날이라며 입배틀이 벌어지고...
남의 플레이에 훈수질을 하며, 아바타놀음에 빠진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면 딱밤이든 손모가지든 맞는건 플레이어지만, 이기면 내가 훈수둬서 이겼으니 내가 때리마.라며 나대는 놈까지 나타났다.
장기는 히카루 혼자 두는데, 후지와라노 사이는 몇놈씩 빙의해서 달라붙으니, 
한몸뚱아리를 차지하겠다고 지박령들 몇놈이 지들끼리 싸워대고, 장기두는 놈은 신병이 들려 죽을 지경이었다.

축구도 입축구가 제일 쉽고 재밌고,
스타도 입스타가 제일 쉽고 재밌고,
바둑도 입바둑이 제일 쉽고 재밌다.
이건 앉아서도 누워서도 일어나서도 할수 있을 정도로 동작에 제약이 없고, 
혓바닥이랑 자존심만 있으면 되니 체력소모도 적었다.
내 말대로 해서 잘되면 내탓이고, 안되면 히카루, 니가 못난 놈이라고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용이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고 싸이월드에 핵폭탄을 냅다 꽂아버렸고,
내가 스타를 그만둔 이유가, 안그래도 못하는데 PC방에서 개초딩놈들이 뒤에서 비웃으며 조언질을 해대서이고,
바둑은 뒤에서 진심으로 알려줘도 할줄을 몰라 들어처먹질 못해 아바타 구실을 못해 그만 둔거였다. 나는 히카루가 아니거든ㅋ
나는 게임도 누가 훈수질하는 온라인게임은 일절 안하는데, 그나마 하던게 테트리스였다.
다들 막대기만 꽂아넣느라 키배를 안해서 조용히 게임을 할 수 있어서였다.
이런 멘탈이라 게임만 하면 모르는 사람이 부모님 안부를 여쭙는다는 LOL같은 게임은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그때 나는 중대에서 쓰리고던 상태라 잣같으면 짬으로 밀어버리기라도 했지만...
 
"야? 니들 장기안두냐? 소대에 장기판 남아있던데?"
전반야나가기 전, 빨래는 해두고 가려고 한 겨울 찬물에 손 호호불어가면 브레이브맨 빤스랑 양말 대충 빨아 빨래건조장에 널러가는데, 
평소에 내무실에서 장기를 참 재밌게 두던 이등병애들이 벤치에 앉아있길래 말을 걸었다.
"충성. 경계작전나가십니까?"
"어. 형은 전반야여. 니들이 장기판안잡고 있으니까 뭔 일 있나해서. 누가 분대장들 몰래 이등병들 장기통제했냐???"
"아...아닙니다!!!"
"야야. 형한테는 사실대로 말해도 돼. 웃고지낼일없는 군대에서 겨우 장기로 중대가 대동단결하여 웃고지내는데 어떤 새끼여?"
"저...그게 아니고 말입니다..."

이등병 하나가 내 동기랑 장기를 두고 있었다.
항상 운동만 해대다보니, 두뇌까지 그뉵그뉵하게 되서 머리가 참 안 굴러가는 내 동기인지라, 승패는 뻔하지만...
모든 운동이 통제된 상황이라 할 건 이것밖에 없고, 그런데 하다보니 이게 또 꽤 재미있는지라 내 동기도 장기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온 몸뚱아리가 그뉵그뉵한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승패는 깔끔하게 인정하는 친구라, 이등병애들도 내 동기랑은 뒷끝걱정없이 장기를 두곤했다.
"...야. 차 전진해."
"잘못들었습니다???"
"아. 거기서 차를 저기 상옆으로 보내면 C병장 외통몰리잖아."
"야. 저리 안꺼져? 나랑 애랑 두는데, 왜 와서 쥐뢀이야?"
"보고있자니 갑갑해서 안 이랍니까? 그래두면 한방인데, C병장 잘못한다고 장난치는것 같아서 그랍니다."
"못하는 놈이랑 하면, 잘하는 놈이 장난질쳐가면서 할 수도 있는거지. 
그리고 그렇게 들리게 알려줘버리면 나도 피하겠다. 이렇게 포 올려버리면 어쩔건데???"
"어???...그게 그렇게 되네???"
"훈수둘거면 가서 니 주특기나 공부해라. 오늘 점호때 한번 개털어줘?"
하지만, 그렇게 멘탈이 흔들려버린 이등병애는 계속 실수를 반복하다가, 내 동기의 사상 첫 승 제물이 될뻔했고, 
동기는 이등병애 흔들리는 멘탈을 보다가 아이씨!!!! 저새끼땜에 흥 다 깨졌네!!!라면서 장기판 엎어버리고는 내 관물대에서 새 연초빼서 담배피러 나갔다고 한다.
잡았다 요놈. 어째 한 갑이 비더라...



"X분대장님. 행정보급관님이 각 소대 선임분대장 중대장실로 오시랍니다."
2주에 한 번. 행보관님은 화장실 똥간마다 배치된 "마음의 소리함"을 따서, 영창보내야 할 놈은 누구누구인가 파악하시고, 경을 치신 후에,
사소한 것들은 선임분대장들 불러 이런저런 불평불만이 재기됐으니, 조치하라. 고 명을 내리셨다.
물론, 그걸로 뒤처리가 아닌, 뒤끝이 발생하면 선임분대장은 행보관님과 일대일 맞춤식 미니유격훈련을 하게 된다.
"분대장들"이 아니라, 각 소대 "선임분대장"만 부르시는 이유였다. 빠르고 쉽게 조지기 위해서.

"어뗘? 분대원들 불만은? 그동안 행정보급관이 공 못차게했다고 심심해 죽겠다고 안해?"
"요즘 다들 장기에 빠져있지 않습니까ㅋ. 춥기도 하고...운동하는 애들은 다시 볼 풀어주셔서 알아서들 하니까 별 불만은 없습니다."
"그려?"
행보관님은 "마음의 소리함"에 접수된 내용을, 당신의 필체로 다시 옮겨적은 것들을 보여주셨다.
(필체알아볼까봐, 우리한테 보여줄때는 자기가 옮겨적은걸로 보여주시는 꼼꼼한 분이셨음.)
예전같이 어떤 새끼가 갈궈요. 어떤 새끼가 욕해요. 어떤 새끼 너무 안 씻어서 냄새나요. 집에 가고 싶어요.같은 내용은 한 줄도 없고,
장기둘때 훈수대는 놈들, 승패가지고 뒤끝쩌는 놈들 때문에 죽겠다는 일이등병들의 불만사항들이었다...
"행정보급관이 말여, 니들이 오순도순앉아서 머리써가며 장기두고, 내무실에 웃음꽃이 펴서 참 흐뭇해. 보기도 좋고.
그런데 요즘보면 이등병들은 내무실 밖에 돌아다니고, 상병장들만 장기판붙잡고 앉아있더라고."
행보관님은 절.대.로. 일이등병들은 제재하고 상병장만 풀어지는 그런 꼴은 못봐주시는 분이라, 
이거 잘못 걸리면 군장내지는 휴가통제까지 가기 때문에 식은땀이 흐르고 손발이 차게 식는게 느껴졌다.
"잘혀. 내가 니들은 다 믿으니까, 이번 건은 길게 말 안하겄어. 금지도 안 시킬거고...
그런데...사적제재걸다 걸리고 애들 노는데 훈수두고 하면...다들 알아서 혀."
"아...알겠습니다...;;;;;;;;"



하지만 이 놈의 훈수질은 아편과도 같은지라, 자기도 당하면 좀 짜증나는걸 알면서도 하게 된다.
이 놈의 시아가 성불을 못하고 중대에서 떠도니, 훈수질은 멈추지를 않았고,
옆소대에서 훈수질에 일병이 짜증을 냈고, 훈수하던 상병이 쳐돌았냐며 뭐라하다가 걸려서, 걔네 둘은 사이좋게 군장을 돌며 화해했다.
그 일이 터지자 나는 점호 때, 행보관님이 요즘 장기둘때 생각없이 훈수두는 거, 지켜보고 계시니 주의하라고 알려야했다.



그렇게 중대의 장기열풍은 윗선의 개입과 내부의 문제, 봄이 다가오며 다시 공놀이로 관심이 쏠리자 열기가 조금씩 사그라 들었고...
어느 말년이 장기두다가 흥분하여 "장군이요!!!"하며 알을 탁!!!내려놓다가 손톱이 부러져 장기판에 피를 보는 일이 발생하여, 
행보관님이 잠시 중대의 장기알과 판을 모두 수거하시며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 말년의 상대가 행보관님이었다는게 함정.



참고로 이 장기열풍은 겨우 3주를 못 갔다. 그리고...
출처 군시절,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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