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환의 갑작스런 고백에 나는 덕선이 굉장히 동요할거라 생각했다.
혹은 이마저도 정환의 상상이 아닌가하며 제작진을 의심했다.
그러나 덕선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덕선이 정환의 말을 어떤 입장으로 받아들였는지보단, 분명 덕선은 진정으로 정환의 말을 가슴으로 담고 있는듯 보였다.
스물네살의 덕선은 이제 마냥 왈가닥소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내겐 그 무엇보다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정환의 장난같은 고백이 끝나고 덕선이 선우에게 메뉴판을 넘겨주는 그 순간 가게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친구들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지만 덕선만이 종소리가 울릴때마다 문을 바라본다. 아마도 택이를 기다리는 것이겠지.
그리고 화면은 그렇게 문을 바라보는 덕선을 지켜보는 정환을 클로즈업한다.
정환은 아마도 이미 느끼고 확신이 들지 않았을까? 마음을 정한 것 아닐까?
비오는 날.
차 안에서 느꼈던 그 감정들과 생각들이 이제는 결론지어졌을 것이다.
거지같은 타이밍때문에 언제나 기회를 놓쳤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결국 그건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는 변명일 뿐이었고 그저 자신보다 택이가 더 절실했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결정했을거다.
어떤 마음으로 정환이 고백한건진 모르겠지만,
덕선에겐 진심으로 닿았을 그 고백앞에서도 덕선은 자신이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참으로 고백마저도 마지막까지 거지같은 타이밍이었다.
맥주를 한모금 들이키고 내려 놓으며 핀이 나가는 앵글 속 정환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는듯 했다고 느낀건 내가 너무 감정을 이입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정환이 사랑해. 라는 말을 한 뒤 덕선은 정환의 눈을 잠시 피한 뒤 다시 바라본다.
그 망설임의 시선이 과연 그저 민망함 때문인지 아니면 미안함 때문인지는 다음주가 되야 알 수 있겠지.
돌이켜 보면 정환의 시선은 언제나 망설임없이 곧은 방향으로 덕선을 향했었던 것 같다.
아~~~ 새벽에 감수성이 폭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