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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머리로 해주세요."
게시물ID : humorstory_4433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걍하자
추천 : 22
조회수 : 1863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6/01/11 08: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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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제 아내는,
머리스타일에 대해서 아주 예민합니다.
그래서 머리를 할 때는 꼭 LA에 있는 헤어살롱에 예약하고 몇 시간씩 운전을 하고 다녀오곤 하지요.
아내는 여행중 잠깐 들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글쎄요.
뭐 그럴수도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저는 집 근처에서 깍아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내는 제 머리를 누가 더 많이 보냐며 항상 저를 그 여행에 끼워 넣고 말거든요.

이번에는 연휴에 타주에 살고있는 아들이 집에 와서 오랜만에 셋이 함께 LA로 여행을 온 것이었지만, 그래도 미용실에 가는 일을 빼 놓을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미용사들이 많은 꽤 큰 헤어살롱에 들어섰습니다.
아들인 제이가 먼저 깍았고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펌을 하느라 떨어져서 머리를 말고 있던 아내가 우리를 보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김수현 머리로 해주세요~"

제 머리를 깍을 준비를 하고 있던 미용사가 대답했지요.
"아드님 머리는 벌써 끝났는데요?"

"아들은 함께 안 사니까 상관없구요, 항상 함께 있을 남편이 김수현 처럼 하고 있어야지요. 제가 김수현이 팬이거든요."

아내의 말에 주위의 미용사들이 저를 쳐다보며 쿡쿡 웃었습니다.
제 머리를 깍는 미용사도 웃음을 참으며 최선을 다 해 보겠다고....

그리곤 제 머리를 깍기 시작하는데, 미용사의 손 놀림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손하고 가위가 거침없이 날라 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라도 이 미용사가 환상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진짜 김수현 머리하고 똑같이 만들어 놓으면 곤란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조그만 목소리로 미용사에게 속삭였습니다.
"미용사님, 저기 뒷 머리요, 너무 김수현처럼 보이게 깍으면 안 돼요. 잘못하면 아내와 얘기할때 마다 저는 벽보고 얘기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거든요."
미용사는 결국 웃음이 터트리며 걱정하지 말라는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귀도 밝지,
"걱정마, 선글라스하고 핑크색 마스크 준비 해 놨어."

갑자기 살롱 안에서는,
집안에서 선글라스끼고 핑크색 마스크를 하고 지내는 늙다리 아저씨를 상상하는것이 즐거웠는지, 분위기가 화창한 봄날에 꽃까지 활짝 피어난듯 했습니다.
가재는 게편이 맞더라고요.

미용실을 나오면서,
제 머리를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 아내를 보자, 저의 눈 앞에는 선글라스를 낀 핑크색 마스크가 춤을 추며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집에 돌아왔고 샤워를 하고 나온 저를 본 아내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리고는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한 시간을 넘게 설쳤지만,
한 번 사라져버린 김수현의 머리는 다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휴우~
그런데,
이것이 과연 집안에서 선글라스끼고 핑크색 마스크하고 지내게 될 불쌍한 아저씨에 대한 환상적인 실력을 가진 미용사의 측은지심 이었을까요?  
출처 사실 저는 텔런트라는 김수현의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나이든 여류 드라마 작가가 생각날 뿐이지요. 아내가 그토록 좋아하는걸 보면 보나마나 김수현의 얼굴이 저의 젊었을적 얼굴을 닮았겠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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