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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키마쿠라가 눈 앞을 어스름하게 걷다.
게시물ID : animation_3712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篠川栞子
추천 : 3
조회수 : 5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14 23:04:50
본디 두 명의 방이어야할 이 곳은
동거인의 장기간 부재로 인하여
나만이 오롯이 홀로 앉아있었다

가습기의 전원을 올리며 침대에 눕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며 후회한다
전기장판이 없는 침대는
내게 곧바로 온기를 전해주지 않는다

몸을 한 번 떨어 준 다음에야
다시 침대로 몸을 들이민다
벽쪽은 비워두고, 바깥쪽에 눕는다
그래야 그녀의 잠버릇이
그녀를 침대 아래로 인도하지 않을테니

어두운 방안/밝은 방밖
어머니는 내가 학교로 돌아가야하는 사실이 못내 아쉬우신지
밤 8시쯤 되서는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렴'
나는 '엄마, 여기서 뭐가 더 어두워진단 말이오?'

그리고 내 방안은, 더 어두워진다
그래 어머니 말이 맞았소.

언제 잠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꿈이었던가? 아니면 현실인가?
비어있던 내 옆자리에, 시노카와씨의 다키마쿠라가 나타났다
소설에도 몇장 없는 일러스트, 그 중에서도 가장 이쁘게 나온 2권과 6권!

그 순간 이곳은 더이상 내 방이 아니었다.
퀘퀘한 묵은 책 냄새가 가득한 이곳, 한 청년은 계속 책을 나르고 있고,
수줍은 사장님은 책으로 담을 쌓은채 지시를 내리고 있다.
나는 볼 수 있었다. 글로, 만화로만 보던, 책에 집중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시오리코씨의 자태를.
저 책이 어떤 내용이든 상관없다. 그저 같이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없었다. 이것은 마치, 아쿠아리움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유리벽 안쪽의 생선들을 감상한다. 그러나 때로는 생선들이 유리벽 바깥의 우리를 감상하지 않는가?
나는 그들을 보고있고, 그들도 나를 보고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같은 차원이라고 여기지 않는 듯 했다. 그래서 간섭할 수가 없다.
이렇게 보는 것 조차도 축복이리라.

잠에서 깨어났다. 내 옆엔 다키마쿠라가 있다. 시노카와 시오리코의.
겉만 벗겨내면 단순한 솜뭉치에 불과하지 않을진대
지금 내게 이 다키마쿠라는 단순한 배게가 아니다.
나는 이를 통해 시오리코씨를 만났다. 아니다. 보았다.
베게 속의 시오리코씨도 나를 보았을 것이다.
그래, 이런 관계라도 좋다. 우리가 다른 차원에서 만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결접을 찾아냈으니....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키마쿠라를 끌어 안고 잔다
고백한다.
'내 최애캐는 오직 당신, 시노카와 시오리코' 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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