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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의 문자
게시물ID : humorstory_443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10
조회수 : 1311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6/01/17 17: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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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동안 내게 구애의 눈길을 보냈던 남성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몇명은 지나친 관심과 구애로 나를 힘들게 했었다.
 
 
20대 중반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나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문자가 날아든 적이 있었다.
 
"뭐해?"
 
저장된 번호도 아니었고, 낯익은 번호도 아니었으며
누군지 밝히지도 않은 채 '뭐해' 단 두글자만 덩그러니 도착했다.
 
평소 모르는 번호는 전화도 받지 않고, 답문도 하지 않았기에
잘못 보낸 문자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잠시 후, 문자 폭탄이 날아왔다.
 
"뭐하냐니까?"
"씹냐."
"뭐하세요? 어디?"
"왜 대답안해?"
 
조금 무서웠다. 하지만 혹시나 번호를 바꾼 친구이거나, 내가 미처 저장해두지 못한 번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답문을 보냈다.
 
"누구세요?"
 
전송버튼을 누른지 10초도 되지 않아 다시 메세지가 왔다.
 
"내가 누군지 알건없고. 뭐하니?"
 
누군지 알거없는데 너는 내가 뭐하는지 알아서 뭐하게.
라고 보내고 싶었으나, 순간 느낌이 이상해서 답문은 접어두고 그 이후 메세지를 읽지 않았다.
 
반나절이 지나고 문자함을 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 진짜 싸가지 없다. 왜 답을 안하냐?"
"아, 미안해. 방금 실수였어. 나는 그냥 니가 보고싶어서 그런건데."
"너 진짜 답안할꺼야? 뭐하는데~~?"
"뭐해?"
 
누군지 모르지만 장난이라면 너무 지나쳤고, 장난이 아니라면 제대로 미친놈이 분명했다.
그냥 지나쳤어야하는데, 당시만해도 그냥 잘못보낸거라 답을 해주는게 나을것같다는 판단에 정중하게 문자를 보냈다.
 
"죄송한데, 잘못보내신거 같아요. 다시 확인해보세요."
 
문자를 보내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그 번호였다.
받을까말까 고민하다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
"야 싸가지 없는 년아. 너 한송이 아니야? 어디서 모른척이야."
 
내 이름을 알고있었다.
하지만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내 나이또래보다 조금 많아보였고, 걸걸했으며 경박스러운 말투였다.
 
"누구신데 그러시죠?"
"아..내가 누군지는 알거없고. 뭐해?"
 
내가 뭐하는지 뭐가 이리도 궁금한걸까.
무서워진 나는 한마디 말만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번만 더 이런 연락하시면 신고할거에요."
 
그후로 미친듯이 전화벨이 울렸지만 절대 받지 않았다.
전화기는 이내 잠잠해졌고, 다시 문자가 쏟아졌다.
 
"이년 이거 또라이네? 전화를 그냥 끊어?"
"미안해. 내가 갑자기 열받아서. 너는 나를 모를거야. 그냥 연락해봤어. 니가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어서. 사랑해"
"미친년아. 문자씹냐? 뭐 신고? 신고해봐. 이게 진짜 죽을라고."
"휴.. 미안. 내가 잘못했어. 나랑 만날래? 나 진짜 잘할자신 있는데."
 
또라이라니....
나를 확실히 아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미친년은 아니었기에 답하지 않았다.
누군지도 모르는채 바로 인터넷으로 번호를 변경했다.
너무 무섭기도 했고, 피곤하게 엮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번호를 바꿈과 동시에 스팸차단과 수신거부를 했다.
아직까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내게 왜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속에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그 일이 잊혀갔다.
 
그리고 몇년 후...
어느날부터 모르는 사람에게 다시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송이씨 번호 맞죠?"
 
모르는 번호였지만 정중한 물음에 친절히 답했다.
"네 맞는데요.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아서 그런데 누구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
"저 지금 홍대에요. 나오실래요? 바에서 한잔하고 있는데 송이씨 생각이 나네요."
 
갑자기 몇년전 기억이 떠올랐다. 느낌에 같은 사람 같지는 않았지만 엮이면 좋을 것이 없는 건 분명했다.
그 이후 매일 저녁 8시면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지금 뭐하시나요? 저는 송이씨 생각중입니다. 어디세요?"
"저녁 드셨어요? 저는 퇴근했어요. 어디 계신지 알면 제가 그리로 갈텐데..."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저녁 드셨어요? 저 지금 홍대에요. 나오실래요?"
 
참다참다 문자를 보냈다.
"누구신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연락하시는거 조금 불편하고 불쾌합니다. 연락하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그 말이 먹힐리 없었다.
사진 한장이 도착했다.
 
의료기구가 있었고, 병원 진료실같아보였다. 그리고 어떤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제 사진이에요. 저는 의사구요. 키는 180. 차는 렉서스 타고다녀요. 서울대 나왔어요.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만나실래요? 송이씨 얼굴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치료를 받아야할 사람이 의사라니. 거짓말이든 사실이든 무서웠다.
렉서스 타고다니면 어쩌라는건지. 보험료 내달라는건가.
나도 서울대 가본적있거든. 거기 엄청 크더만?
키가 180이라니. 나는 반올림하면 2미터야.
내 얼굴에 반해서 연락하다간 큰코가 다칠것이야.
 
혼자 중얼거리다 소름이 돋아 휴대폰을 꺼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이러저러한 문자가 온다고 말을 꺼냈다.
당시 남자친구는 피식 웃더니 전화번호를 달라고 했다.
 
"알려주면 어쩌게? 안돼. 괜히 일커지면 어떡해."
"일이 왜커져. 그냥 알고 있으려고. 번호 알려주고 앞으로 오는 문자 나한테 그대로 전송해줘. 너는 절대 답하지말고."
 
남자친구의 말에 번호를 알려줬고 그후에도 그 남자의 문자는 계속 됐다.
 
"저 퇴근했어요. 뭐하세요? 여기 홍대 바에요. 나오실래요?"
"저 괜찮은 사람인데. 한번 만나보실래요?"
"오늘은 와인을 마시고 있네요. 진한 와인향을 맡으니 보고싶네요. 같이 마시면 좋을텐데."
 
그러기를 며칠. 어느날부터인가 더이상 메세지가 오지 않았다.
지쳐서 포기했나 생각할때쯤 남자친구가 물었다.
 
"요즘 연락안오지?"
"응. 어떻게 알았어? 니가 뭐라고 했어?"
"뭐라고 한건 아니고 그냥 매일 8시에 문자했지."
"뭐라고?"
 
남자친구가 그동안 그 이상한 남자에게 보낸 문자들을 보여줬다.
"저는 지금 퇴근했어요. 저 송이 남자친구에요. 뭐하세요? 홍대 바에 있는데 한번 만나보실래요?"
"저는 오늘 비지찌개 먹고 있네요. 콩이 아주 잘 갈린 것이. 같이 갈아버리면..아, 아니. 같이 먹으면 좋을텐데."
 
남자친구는 사진도 한장 보냈었다.
일하는 곳에서 찍은 자신의 뒷모습 사진이었다.
"제 사진이에요. 저는 환자구요. 몸무게는 180. 렉서스는 비싼차 . 서울대는 10수정도하면 들어갈 수 있어요.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요? 송이씨 얼굴에 첫눈에 반했다는게 말이야 방구야."
 
사람은 끼리끼리 논다더니.
남자친구가 또라이일줄은.
어쨌든 당시 남자친구의 이상한 구애에 그 남자에게서 더이상 연락오는 일은 없었다.
 
아직까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못한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정말 알기는 하는지 조차 알 수 없다.
그냥 미친놈이라는거 밖에는.

내 얼굴에 반하다니. 미친놈이 분명하다.
 
 
출처 손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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