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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에 대한 저의 감상..(긴글/뻘글주의)
게시물ID : drama_389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in_Arang
추천 : 0
조회수 : 2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18 15: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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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에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던 응팔이 끝이났다.

10대부터 부모님세대까지 유행이었던 응팔에 대한 내 비루한 감상평이다.



나는 80년대에 태어났지만 너무 어렸던 때라 90년대부터는 어찌어찌 이야기가 가능하다.
그나마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서 옛 물건에 대한 (쌀통이라던지, 조약돌정수기라던지) 추억도 있긴 하다.
하지만 10대였던 주인공들과 같은 추억을 공유하며 그 땐 그랬지라며 공감하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태어난 학생들까지 이 드라마에 열광을 하게 된 이유는
비록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드라마 내내 느껴지는 '따뜻함'때문인 것 같다.

30대,40대들은 흘러간 옛 노래에 대한 추억도 컸을 것이다.
신해철, 들국화, 강수지, 이문세, 변진섭 등 주옥같은 가사의 노래들이
드라마에서 다시 흘러나오는 것이 그렇게도 반가웠을 것이다.

또한 50대들이 이 드라마를 사랑했던 이유는 '가족'일 것이다.
그 당시에는 자녀였던 세대가 이제 나이가 들어 부모가 됐고
그 때 부모님의 마음을 적극 공감해서 더더욱 눈가가 젖어왔을 것이다.



물론 '따뜻함'은 내 기억의, 그리고 기성세대들 기억의 미화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그 때가 그리 좋았던 시절만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데모가 연일 있었고 88올림픽을 위해 판자촌 강제철거도 있었고
90년대로 넘어와서는 겉만 번지르르했던 경제 고성장에 서서히 멈춰가며
명예퇴직, 구조조정이 점점 늘어나다가 98년 IMF가 터졌으니 말이다.



마지막 화에서 어른이 된 택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딱 하나 돌아가고 싶은게 있다면,
친구들이랑 내 방에 모여서 놀던 그거 하나만 돌아가고 싶다."

예전처럼 무작정 친구 집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면 만날 수 있고
그냥 방바닥에 앉아서 비디오 하나 틀어놓고 수다 떨며 밤새지낼 수 있고
저녁시간이면 따뜻한 아랫목에 온 가족이 모여 TV를 보며 즐거워하던
불편한 것들이 많았을지언정 따뜻했던 그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학원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온 아이와 부모는 대화의 시간이 없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그저 귤 몇개만 있어도 재미있게 놀기에는
너무 삭막하고 답답한 세상이 되어버렸기에 이 드라마는 더 따뜻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나는 이 드라마가 주는 따뜻함, 가족애가 너무 좋았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잘 몰라서 그래'
'형은 정환이 네가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
'대룡이 동룡이 엄마로만 사는 게 참 힘들어서'
일일히 다 적기에는 칸이 너무 부족하리만큼 많이 울고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아쉬운 건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려했다는 것이다.
남편찾기가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통이긴 하지만 너무 매몰되어 후반부에서는
비중있던 캐릭터들이 보라 결혼 이후 단체로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남편이 누가 되었건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추억을 갖고 살아가는
정환이, 선우, 택이, 동룡이, 덕선이, 보라, 노을이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

마지막회를 보고서 아쉬웠던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으리라
택이던 정환이던 누가 남편이 되었건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아이들을 다시 등장시켜 1화와 같은 느낌으로 추억 속 쌍문동을 보여주며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옛 추억이여 안녕을 외치고 싶었던 마지막회는
어른이 된 덕선이, 택이, 보라, 선우(전화통화), 노을이만을
남겨둔 채 그 많던 추억속 인물들을 식스센스 유령처럼 만들어버렸다.


유명 일본만화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온다는 둥
말도 많고 구설수에도 많이 오르는 응답하라 제작진이지만
매번 지치고 힘든 현실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와 아련한 추억을 끄집어 내주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많은 사람들에게 활력소 같은 드라마이다.

부디 다음 작에서는 남편찾기 심리극으로 전국민을 프로파일러로 만들기보다는
추억찾기로 시작해서 모두가 공감하며 따뜻함으로 끝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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