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의 이상한 판단
게시물ID : law_160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펠라군드
추천 : 4
조회수 : 28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1/19 00:29:51


통상임금은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에 대해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모든 추가 수당 산정의 기초가 됩니다. 원래 기업체들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아왔는데,

2013년에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의 정의를 내리면서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습니다.

유명한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판결이죠. 그런데 대법원은 미지급된 통상임금 청구권에 대해 이상한 판단기준을 들이밉니다.

대법원판례 2012다89399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지 아니한다고 하는 노사합의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임이 원칙이나,
임금협상 당시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유를 들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요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면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

일단 법원이 이렇게 판단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기본급보다 상여금이나 성과급이 더 많은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상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왔던 항목을 소급적용해서 청구한다면 거의 수백억에 달하는 추가 인건비 지출이 발생하니 그런 종류의 청구를

신의칙이라는 법리로 배척한거죠. 그런데 그렇다면 그중 일부만 받을 수 있게 해주거나 회사 사정에 따라 나눠서 지급하기로 하거나 할

수 있는데 무조건 체불임금 청구권을 배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과연 체불임금 청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지 제대로 판단하고 있을까요?

바로 그 갑을오토텍에서 2년 후에 일어난 일입니다.


제목 없음.jpg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697215.html


통상임금 판결 2년 후 체불임금 주는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법원이 판단한 바로 그 회사에서

신규 정규직 채용을 하는데, 이들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고용된 전직 특전사 경찰 출신의 용역들이었습니다.

즉, 법원이 체불임금 청구권을 '신의칙'으로 배척함으로써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면했던 회사는 2년만에

아낀 돈으로 노사간 '신의'를 무력으로 박살낸 것입니다.

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적용되는 마법의 만능키인 신의칙은 며칠 전 현대중공업 항소심 판결에서 또 나타납니다.

고법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급분 안줘도 된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726065.html


이 판결에서는 2013 대법원이 체불임금 청구권을 배척한 바로 그 논리를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의 경영상황이 정말로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나쁜지 아닌지를 법원이

과연 제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년간 회장 한명에게만 297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가운데 그동안 평균 임금상승률은

고작 3.4%(동기간 평균 물가상승률 3%)에 불과했고 현재 사내유보금은 15조에 달합니다. 그런데 임금이 체불된

기간에 해당하지도 않는 최근 몇년 사이의 경영실적이 안좋다고 해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강행법규인 임금 전액불의 원칙을 깨뜨리는 신의칙의 논리는 단지 계약상의 부수적 의무에 불과할 뿐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나, 대법원이 신의칙으로 체불임금 청구권을 배척한 이후 통상임금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고 있던 기업들은 저마다 법원에 가서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정말로 어려운 기업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사내유보금을 15조나 쌓아놓고 기업총수는 3천억을

받아먹은 회사에게까지 경영상 어려움을 인정한다면, 신의칙의 법리는 임금지급을 회피하는 마법의 주문이 될 것이며,

임금지급의 원칙은 사실상 몰각되고 한번 지켜지지 않은 원칙은 두번, 세번 다시 깨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앞으로 미지급된 통상임금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거나, 사용자가 멋대로

강변할 수 있는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 말고 다른 기준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현재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입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