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외국어 습득... 넋두리
게시물ID : emigration_11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펄럭펄럭
추천 : 5
조회수 : 10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22 22:31:33
옵션
  • 본인삭제금지
  • 외부펌금지

어학교 수업 시간 이외에는
딱히 따로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 수업시간 마저도 어영부영 보내는 때가 다반사(공짜수업의 폐해)
내 인생 가장 총명한 시절조차도, 그토록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영어 단어들을 외웠더랬는데,
지금은 그것의 백분의 일도 따라하지 않으면서,

어휘가 딸리니 상대가 뭐라해도 못 알아 먹고, 내가 하고픈 말도 할 수가 없다.
총알이 없으니 총이 나갈 턱이 있냐,
며 표어처럼 내뱉고 다녔다.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이라도 빙의된 듯, 
쓸데없이 과하게 당당하다..........

아둔하다.
늙고 게을렀으며 뻔뻔하다.
게다가 소심하기까지 해서, 확신이 가지 않는 언어는 결코 입밖으로 꺼내질 않는다.
무슨 사춘기 산골소녀의 첫사랑 고백도 아니고 이다지도 쏟아내기 어려운 걸까.
말할까 말까, 하는 언어들이 입 안에 차곡차곡 쌓여 병목현상에 시달리다가 
침 한 번 꿀꺽 삼킬때마다 허무하게 우르르 쓸려내려간다.
그러다 또 차오르고.또 속으로 삼켜져버리고.
그렇게 늘상 우물우물 입안에 뱉어내지 못한 말들을 가득 담고 다니니
내 나이 마흔 둘에 입가의 팔자 주름도 날로 깊어진다.
이건 시술로도 못 펴.

영어를 잘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영어가 걸림돌이다.
영어로 말하면 그나마 더 속도감 있고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으니
이 변방의 언어는 늘 골방신세를 면치 못한다.
언젠간 되겠지, 하고 우두커니 있다가 삼년이나 어물쩡 지났다.
이 곳에서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으로 살았어요, 하고 회고록을 쓸 정도.
시어머니도 없는데 하게 된, 의문의 시집살이.

갑자기 오사카 지하철에서 있었던 이 나라 여행객과의 조우가 떠올랐다.

기실 대화내용은 어린이집 참새반 수준도 못 벗어난 정도였으나
내 주변을 에워싼 무수한 니혼진들은 짐작도 못할 외계어 같은 거라 조금 신이났던 게 사실이다.

프리미엄 리미티드를 소장한 기분이랄까....

범인들이 추정불가능한 어휘를 구사한다는 사실은 꽤나 매력적이다. 
지구상에 꼴랑 육백만명 밖에 안 쓴다구요, 이 언어를요. 후훗.
나바호어를 쓰는 순창 궉씨에게는 좀 밀리겠지만.
어쩐지 잘난척 할 때 내놓기 좋은 카드 같다.
나만의 비장의 무기 뿅.

이런 마성의 언어를 좀... 한 번... 좀 정말 잘 해내봐야겠다.. 뭐 그런 결심이 섰다.
살아남으려면. 
뭐 우주가 날 좀 돕기도 하고 그런다면... 더 잘 풀릴 터인데...
내게선 전체적으로 언어를 잘 못할 것 같은 기운이 뿜뿜하지만, 
간절함이 닿는다면 가능하겠지............


제 언어가 얼마나 늘게 될지 1년 뒤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출처 내 마음 깊은 곳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