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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둘, 남동생 하나40-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게시물ID : humorstory_4437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울메이커
추천 : 58
조회수 : 6847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6/01/26 23: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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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고 해서 잘 안다고 말하는 것 만큼 경솔한 말이 있을까?
우리 엄마는 자식 넷을 낳았어도, 아직 자식들을 잘 모른다고 말하신다.
아빠는 자식 넷의 속이 다 달라서 가끔은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 하고 속으로 삼키신다고 한다.
부모님도 그러하신데, 형제들은 오죽할까. 우리는 서로를 모른다.
 
큰오빠는 속에 있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도 큰오빠 표정이나 말투에서 지금 어떻구나 하는 느낌이 온다.
근데 큰오빠처럼 온순한 사람이 계속 표정으로 기분을 창고대방출 하듯 뿌려주고 있는데,
우리는 늘 분노게이지가 끝까지 갈때까지 모르는 척하다가 혼이 난다.
 
큰오빠는 주로 혼내는 입장이라 잘 싸우지 않기도 하고 나이터울이 있는 나와 막내한테는
오빠로써, 형으로써 보호자라는 느낌인데... 연년생인 작은오빠랑은 거의 친구나 다름없다.
그런 두 사람이 싸우면 집안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된다.
둘이 뭘로 싸우느냐. 진짜 유치하기는 한데, 큰오빠가 고집을 부릴 때 둘이 싸운다...
 
고집을 부리는 건 주로 나와 작은오빠의 몫이다. 막내는 어지간하면 형들이 나나가 하는대로 할게! 하는 타입이고
큰오빠 역시 엥간하면 동생들이 편한대로 하자 주의이다.
이 모든 것은 엄마한테 선물을 해주자... 하는 것에서 시작.
 
본가에 갔을때 엄마가 작은 앉은 뱅이 탁자가 갖고 싶다고 했고, 큰오빠와 작은오빠는 흔쾌히 "사줄게!" 라고 했다.
작은오빠는 인터넷으로 몇가지를 큰오빠에게 보냈지만 큰오빠 눈에는 별로 차지 않았다고.
 
작은오빠: 싸잖아.
큰오빠: 중국 산이잖아.
작은오빠: 싸잖아.
큰오빠: 돈 내가 내잖아, 이 자식아.
 
라고 투덜거리다가 저저번 주말에 오빠 둘과, 내가 함께 가구 매장에 들렀다.
여러가지 모델을 꼼꼼히 보다가, 큰오빠는 뭔가 결심한 듯 집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난 탕수육을 먹자고 했고.
그리고 그 다음날 큰오빠는 작은오빠에게 그림을 그린 종이를 보여줬다.
 
작은오빠: 뭐야. 이게?
큰오빠: 탁자, 만들게.
작은오빠: 뭐?
큰오빠: 내가 만들수 있을 거 같아.
작은오빠: 야 이 또라이야. 그걸 어떻게 만들어?
큰오빠: 못질하고... 자르고..
작은식빵: (분노폭발)
 
전직 미대생과 이과생의 치열한 탁상공론이 이어졌다. 큰오빠의 논지는 그린걸 보고 만들면 된다 이거였고
작은오빠는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 우리가 기술도 없는데! 이거 였다.
큰오빠가 고집을 부리기 (만들수 있을 거 같은데!!! 왜?!!!) 시작하자 작은오빠는 조용히 겉옷을 챙겨 나갔다.
 
나: 오빠, 그림은 좋은데...
큰오빠: 어려우려나.
나: 뭐, 좀? 기분도 그러니까 탕수육 시킬까?
큰오빠: (그림을 심각하게 보고) 안 어려울 거 같은데. 
 
잠시후, 작은오빠가 작은 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작은오빠: 내가 샀으니까, 아무말 마. 나나 너, 그거 아주 찢어버려!!!
 
하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 됐고, 작은오빠는 엄마에게 "큰식빵이 미쳤다"며 하소연을 했다.
큰오빠가 놓고 간 종이를 발견한 막내는
 
막내: 우와, 이거 뭐야? 큰형 이거 되게 좋다!
 
라고 말했다가 작은오빠한테 닥치라는 소리를 듣고 입다물었다. 눈치 좀 보지...ㅉㅉ
사실 큰오빠는 특별하고 예쁜 탁자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한다. 자식들 다 내보내고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고지서들 볼 때 필요한 작은 탁자를 만들어 드리려고 했는데, 그 표현 방식이 잘 못 됐는지 동생들이 하나도 이해를 못했다고.
 
이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매번 투덜거린다.
안다고 생각하면서, 어쩌면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넷이고, 식빵이 셋이다.
출처 알다가도 모를 형제님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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