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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망의 그럴 듯한 이야기. '불 꺼진 버스'
게시물ID : readers_237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아헤
추천 : 1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28 23: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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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안녕하세요 신년 계획으로 평소 하고 싶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는데요
페이스북 페이지도 하나 만들고 본격적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졸필이고 그냥 써내려 본 것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자식같은 글들이라 이렇게 올려보게 됐습니다 ㅎㅎ

종종 뵙겠습니다
페이지는 http://www.facebook.com/somewriting 입니다 
광고 등 영리적인 뭔가는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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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버스

기다리던 버스가 문 너머에 서있다는 것을 조금 늦게 알았다.
매표소에서부터 뛰어온 여자가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잠긴 문이였다.
시골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번 온대도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유리창이 비로 얼룩져 버스의 문이 닫히고 있는지 닫혔는지 보이지 않았다. 덩달아 나도 마음이 급해져서 좀 떨어진 문을 밀고 잡아당겼다. 문은 당겨서야 열렸다. 
허둥대는 우리를 봤는지 버스 기사는 오가는 사람이 없는 문을 계속 연채로 잠시 기다렸고, 나는 그 10초 남짓한 시간을 아쉽지않게 누렸다.
실내에는 버스 중앙부분만 불이 켜져있었다. 요 네스뵈의 추리소설을 들고 탔기에 집을 가면서도 책을 마저 읽으려고 버스 가운데 앉았다. 매번 그렇게 멀미를 하지만 지금 이 책은 멀미도 감수할 만큼 재밌게 읽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이내 불은 곧 꺼졌다. 나도 읽던 페이지에 손가락을 끼운 채로 옆 자리에 내려놨다. 도서관 책이라 그런지 책 날개가 풀칠 되어 있었다.

이제 버스 안에는 아무 불빛이 없었고 그저 앞쪽 천장에 달린 디지털 시계가 빨갛게 깜박거렸다. TV가 없는 버스는 오랜만이었다. 7 : 30을 가리키던 시계에서 줄곧 : 가 깜박거렸고 그 깜박임과 바깥에서 바뀌는 풍경을 제외하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비가 오는 깜깜한 밤이라 풍경이 정말 바뀌고 있는 지도 자신이 없었다. 정면에서 버스 안으로 들어오는 파란 불과 빨간 불, 길 옆 상가의 간판 조명과 가로등의 노란 불로 미루어 우리가 어디쯤 가고 있구나 짐작만 할 따름이었다. 
커널형 이어폰으로 양쪽 귀로 꽉 막은 채 노래를 듣던 참이었다. 이어폰을 빼더라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적막함 때문에 무서울 것 같았다. 
내 앞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 상태로 앉아 잠을 자는지 미동이 없었다.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람이 타고 있는 자리와 사람이 타지 않은 자리의 경계에 내가 앉아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버스의 맨 마지막 승객이라는 새로운 기분으로 앞 사람들의 뒤통수로 짐작되는 의자 위 지점을 한참 쳐다봤다. 내 쪽에서 비추는 빛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 그냥 검은색이었다. 색도 없고 아마도 소리도 없을 성 싶은 이런 흔들리는 바퀴 위 공간이라면 아마도 운구차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점 멸  점 멸  점 멸 
빨갛고 작은 시계는 내내 깜박거리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어딜 지나요 라고 보낸 문자는 
사실 한참 전에 보냈어야 했던 문자였다

비 오는 도로에서 미끄러지며 달렸는지 버스는 예상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 신북입니다.
다시 실내등이 켜졌다. 버스의 승객 절반이 터미널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이 작은 면소재지의 정류장에 내리고자 표를 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의 뒤통수는 모두 똑같이 까맸다. 그러나 유리창 바깥에서 빛을 받았을 때 이 승객들의 얼굴들은 그 찰나마다 각자 다른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을 것이다. 곧 도착할 도착지를 앞두고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 지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내내 어떤 생각을 했던가.

나는 아들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는 어머니를 둔 아들과 
내 이야기를 남에게 하고 싶지 않는 청년의 사이에서 
둘 다 만족할 수 있게끔 지난 3일을 날조하고 포장하는 데 몰두해있었다. 그리고 3일의 시간을 막힘없이 재조립하기에 30분이라는 시간은 충분했다. 

출처 http://www.facebook.com/some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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