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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19禁-
게시물ID : readers_237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큰반지
추천 : 1
조회수 : 32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1/29 1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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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 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마지막으로 여기에 온 게 2년 전이었나? 그래 결혼하기 1주일 전 그날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었지..

역시나 금방 들어설 수는 없었다. 핸드백을 양손으로 꽉 잡고 심호흡으로 숨을 고른 다음에서 문을 밀 수가 있었다.

여전히 잠겨있지 않은 문

2년 만에 처음 방문이지만 역시 그는 그대로였다. 

멋지게 웨이브 진 머리칼 세밀하게 새겨진 무늬가 있는 반 무테 안경 너머로 침착한 눈빛과 어색할 만큼 단정하게 구겨진 곳 하나 없는 옷 매무새..

잊었다고 이제는 시간이 충분히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냄새가 배어있는 이곳에 들어설 때부터 이미 그랬지만 애써 부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1mm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매끄러운 곡선을 그리는 미소 짓는 그의 입술을 지근 거리에서 바라보자.. 마지막으로 여기를 나섰던 그때가 지금처럼 생생하게 떠 올랐다.

참느라 꼭 잡았던 손수건은 이미 땀으로 축축하기 까지 했고 눈에는 눈물까지 그렁 그렁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서던 그날.. 힐끔 힐끔 나를 쳐다보는 길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이며 다시는 이곳을 오지 않겠다고 나 자신에게 얼마나 다짐했던가..

하지만 2년여의 노력은 헛수고였다. 다시 그 앞에 이렇게 와 버렸으니..

2년이란 시간도 그날의 아픔도 그에겐 아무것도 아닌 듯 했다. 의례적인 인사와 안부가 끝나자 나는 다시 그에게 이끌려 방으로 들어갔다.

적당히 딱딱하지만 몸에 딱 맞게 만들어진 소파에 친절하게 그가 나를 눕히자, 조금 있으면 닥칠 몸서리 쳐질 상황에도 나는 얼굴이 살짝 붉어 지기 까지 했다

이 방에만 오면 더 냉정한 얼굴로 변하는 그 사람.. 누워있는 내게 조금씩 다가오는 그의 얼굴.. 나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콧잔등 위에 살짝 느껴지는 그의 날숨.. 잔뜩 팽팽해진 신경에 귀 뒤 솜털까지 곤두서고.. 내 손은 저절로 무릎 위 치마를 움켜 잡았다.

익숙한 소음.. 익숙한 진동이 감은 눈 위를 지나 내게 점점 다가 왔다. 잠시 후면 나는 신음소리를 참으려고 얼굴을 찡그리겠지..

"너무 긴장하지 말고.. 힘 빼고.."

너무 부드럽고 정확한 발음 때문에 비현실적인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타이밍까지 그날과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몸에서 힘이 빠진단 말인가.. 그의 손이 내 뺨을 스치고 웅웅 거리는 진동음이 내게 점점 더 가까이 오자 내 교감신경은 잔뜩 당겨진 활처럼 내 몸 근육들을 미친 듯이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어깨가 움 추러 들고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 무릎이 서로 부딪혔다.

"자~~ 힘 빼고.. 조금 더~ 벌려요"

점점 다가오는 진동...눈을 뜨면 덜 힘들까? 고통스러워 하는 내 표정과 부끄러운 내 속살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 없는 얼굴을 볼 용기가 내겐 여전히 없었다.

점 점 감은 눈에 힘이 더 들어가고 있었다.

"허나경씨 이러면 그때처럼 또 혀 다쳐요.. 힘 빼고 자 아~~~~ 하세요. 내가 양치질 거르지 말고 하라고 했는데 오늘은 왼쪽 위만 치료하구요.. 스케줄 잡아서 한 한달 나오셔야 겠어요"
출처 http://chenjy.tistory.com/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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