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건 어디건 대한민국 땅에 사드 배치는 안됩니다

대구건 어디건 대한민국 땅에 사드 배치는 안됩니다.

이게 맞는 말 아닌가요? 대구 사는 야권 지지자들 안그래도 충분히 힘듭니다. 그런데 사드 배치 반대에 다들 한목소리 내야 할 야권 지지자들이, 박근혜 정권이 사드배치 강행한다고 나오고 그 유력 후보지가 대구라는 소리가 나오니 '대구라면 뭐 하던가ㅋ' 태도를 바꿔 조롱을 합니다. 물론 어떤 심정으로 그런 말 하는지는 알겠습니다만, 대구 지역 야권 지지자들은 졸지에 동지들한테 뒷통수 맞고 님비 취급을 받게 됐습니다. 대구는 대한민국 땅 아니던가요?

사드 대구 배치 이슈를 가지고 대구 변화의 기회로 삼자는 말은 백번 공감합니다. 그런데 그런거라면 지금 전략이 잘못됐어요. 다들 대구라면 배치하던가, 만약 대구가 님비 현상 보이면 비웃어줘야지, 여기서 그치면 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대구 사는 야권 지지자들은 여전히 대한민국 땅에 사드 배치는 안된다고 외치는데 이 사람들은 버려두고 저런식의 조롱과 비웃음만 던져서 얻어 낼 수 있는게 대체 뭘까요? 이런식으로 우리끼리 싸우고 분열해서 힘이 빠지고 사드 배치건을 저렇게 방치하면 결국 사드는 대한민국 땅에 배치됩니다. 다른 후보지 한 둘 더 골라서 주민투표네 뭐네 쑈 하며 대구랑 거기랑 주민들끼리 님비현상 보여주고 꼴사납게 싸우겠죠. 결국은 정부에서 대충 보상안 퉁쳐서 던져주고 어딘가 배치가 될겁니다. 어쩌면 진짜로 대구에 배치될 지도 모르죠. 그럼 대구는 사드로 피해보고, 그 이슈로 대구를 변화시켜볼 기회는 놓치고, 대구는 툴툴거리면서도 여전히 새누리 찍어댈겁니다. 그 결과와 대구가 님비현상 보이며 개싸움 벌이는 꼴을 보며 야권 지지자들은 통쾌해하고 비웃겠죠. 근데 그래서 뭐가 바뀌었을까요? 대구는 하나도 바뀌는게 없고 사드는 결국 대한민국에 배치된 후에 야권 지지자분들 개개인의 통쾌한 기분 이외에 남는게 뭐가 있을까요?

사드 대구 배치 이슈를 가지고 대구 여론의 변화 기회로 삼으려면 말입니다, 아래와 같은 프레임을 짜야 합니다.

1.사드가 배치되면 그 주변 지역에 피해가 크게 가는 유해시설이다.

2.그런데 새누리당이 그걸 도입하려 하고 대구를 유력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3.그래서 야권은 사드 도입을 반대한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요? 표 긁어모아보겠다고 대구지역 새누리 후보들은 다들 '사드 대구에 배치 막는다'는 뻥을 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뭔가 좋아보이는 걸 도입하는데 그게 우리 집앞은 아니게 해준다' 이거 되게 꼴사납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에요. 새누리에서는 이런걸 짜고 있는데, 명색이 야권 지지자란 분들은 '사드 그거 졸라 해로운건데 니네집 앞에 설치해야함 ㅇㅇ' 이런 소릴 하고 있으면 대구 민심이 잘도 변화하겠습니다...

감정적 통쾌함 이전에 뭐가 더 효과적일지, 뭐가 더 대의에 가까울지를 생각해주세요.. 답답하고 답이 없어보여도 TK 또한 대한민국의 일부입니다. 변화의 대상이지 배척의 대상이 아니에요. 피아를 나눠서 상대의 잘못을 비웃고 조롱하는 것은 쉬울지 모르나 그렇게 나눈 상대도 우리와 한몸입니다.

우리 몸에 간이 평소 병이 들어 있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렇게 병들어 약해져 있던 간에 세균이 침투했어요. 여러분은 그럼 '간 저 새끼 평소에 맨날 병들어서 우리 몸 전체를 힘들게 하더니 세균 잘 걸렸다' 하고 비웃고 끝내실겁니까, 아니면 힘을 합쳐 세균을 쫓아내고 이참에 기존 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로 삼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