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박근혜, 물에 빠뜨려 놓으라는 생각없는 비유
게시물ID : sisa_664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릉동글쟁이
추천 : 3
조회수 : 106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2/19 15:56:35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블로그 창작글입니다. (http://writingsforyou.tistory.com/9)
전문을 가져옵니다.

---

o-4-facebook.jpg
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 (출처=연합뉴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10개월 가량이 지났다. 사건 발생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유가족들이 그토록 원했던 진상규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만을 반복하고 있다.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정황 증거들이 포착되었음에도 정부가 조사에 쉬쉬한 탓이다. 여전히 유가족들은 자식을 잃은 슬픔에 고통스러워 하고 있고, 여전히 광화문광장에는 세월호 농성장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정상적인 사회인이라면 화재로 자식을 잃은 사람 앞에서 불에 타 죽는다는 둥의 말을 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걸 사회화 과정을 거친 사람이라면 누구든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붕괴 사고로 죽은 사람의 장례식장에 가서 상주의 면전에 대고 ‘깔려 죽는다’느니 ‘파묻혔다’느니 떠벌댔다간 상주의 분노를 산 채 쫓겨날 게 당연하다.

 

그렇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국민들에게 큰 비난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신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의심이 되면 정부 입맛에 맞게 골라서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 두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모든 규제를 풀되 타당성이 인정될 때에만 규제를 남겨두겠다는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전파를 타자마자 사람들은 분노했다. 세월호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부실한 사고 대처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받는 정부의 수반이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유를 사용한 데 대한 분노였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나서 무려 7시간 동안이나 사건 대처를 지휘하기는커녕 행방이 묘연했던 대통령이다. 특히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 두도록’이라는 어구는, 해경이 선체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음에도 진입하지 않고 학생들이 침몰하는 배 안에 갇혀 있도록 내버려둔 채 이준석 선장 등만을 구조했던 행동을 연상시킨다.

 

일부 네티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무의식중에 세월호 사건 당시의 본심을 드러내는 실수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방 안에 갇혀 있던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꼭 살려내야만 할’ 존재가 아니었기에 내버려두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확증 없는 음모론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의심을 하기에 충분했다.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비유하려거든 얼마든지 다른 비유를 할 수 있었다. 아니, 굳이 비유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뜻을 전달하는 데 무리가 없을 터였다. 아래 두 문장 중 과연 무엇이 ‘무역투자진흥회의’라는 스테이지에 더 어울리는지, 대통령이라는 직무에 더 어울리는지, 그리고 현재 한국 사회의 상황에 더 알맞은지 생각해 보자.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내야만 할 규제만 살려 두도록 한다.”


“일단 모든 규제를 풀고, 꼭 필요한 규제만 유지하도록 한다.”

출처 http://writingsforyou.tistory.com/9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