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인어공주의 결말은/앨리스의 하룻밤/Red Ridding Hood
게시물ID : panic_864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풍선
추천 : 18
조회수 : 3717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6/02/21 21:46:04
옵션
  • 창작글
다른 사이트에 올렸었던 자작 공포 소설들 올려 봅니다.
세개 다 동화를 패러디? 한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어공주의 결말은
 



 
 
 
 
 

 
 
고 있었잖니, 인어공주야.
네가 사랑한 남자는 인간인 것을.
물 밖에서 숨쉬는 두발로 걸어다니는 인간인 것을.

 

네가 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다 깊숙한 곳에는 인어공주들이 살고 있었는데,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 그리고 일곱째인 막내 이렇게 일곱이었지.

 

마지막 막내는 17살 생일이 되던 해에 물 밖으로 나왔는데,
하필 그때 왕자의 탄신일 축하 연회가 배에서 벌어지고 있었어.

 


인어공주는 한눈에 왕자에게 반하고 말았다네.

 


늠름하게 벌어진 어깨.
저는 가질 수 없는 밝게 빛나는 금발.
마치 하늘을 박아놓은 듯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빛나는 저 두 눈.

 


인어공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왕자님, 생일 축하드려요.
저도 오늘 생일이랍니다, 왕자님.
이건 혹시 운명일까요?

 

 

 
그리고 바다에는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쳤지.

 
배는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산산조각이 나 버렸고,  

왕자는 갑작스런 폭풍우에 휘말려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어.

 

 

 

 

 

 
인어공주는 곧장 마녀를 찾아갔어.

 

 
마녀는 항상 그렇듯이, 싱긋 웃었어.

 

 
「깊고 깊은 해저 궁전에 여섯 언니들과 함께 사는
바다의 고귀하신 피를 이으신 막내 공주님,
저같이 미천한 마녀에게 어떤 일로 오셨나요?」

 
나는 왕자님을 내 것으로 하고 싶어.
왕자님 곁에 항상 있고 싶어.
왕자님이 나만 바라봤으면 좋겠어.

 
「소원이란것은 대가가 필요한 것.
왕자님을 손에 넣는 댓가는 공주님의 목소리랍니다. 」

 
상관없어, 왕자님은 항상 나만 바라볼 테니까.

 
「좋아요, 공주님.」

 
마녀는 분홍빛 작은 크리스탈 병을 담아 인어공주의 목소리를 가져갔어.

 
그리고 인어공주가 데려 온 기절한 왕자를 한번 보더니 주술을 시행했지.

 

 

 

 

 

 
왕자는 눈을 떴어.
처음 보는 동굴이었지.
당연스럽게도 폭풍우로 인해 표류했나? 정도였어.
그런데 기묘하게도, 동굴 안은 하늘빛으로 가득 차 있었어.

 
당연하지, 동굴은 바닷 속에 있는 곳이었으니까.

 
왕자는 물이 주는 기묘한 느낌에 놀랐어.
그리고 자기 다리 대신 붙어 있는 유선형의 매끈한 비늘.......

 
두 다리는 없었어.
단지 은빛으로 빛나는 물고기의 하반신이 달려 있었을 뿐이야.

 
물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왕자는 전혀 기쁘지 않았어.

 
목에 달린 쇠 목걸이는 부식되 있었지만,
그와 연결된 사슬이 동굴에 메어져 있었지.

 
왕자는 절규했어.

 

 

 

 
인어공주는 싱긋 웃으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어.

 
이제 왕자는 평생 그녀의 것.

 
항상.
영원히.
언제까지나.




고 있었잖니, 인어공주야.
네가 사랑한 남자는 인간인 것을.
물 밖에서 숨쉬는 두발로 걸어다니는 인간인 것을.

너의 그 욕심 때문에 왕자는 망가질 테지.

네가 아무리 원해도 너는 완전한 왕자 그대로는 가질수 없는 것을.

 
 
 
 
 
 
 
 
 
[앨리스의 하룻밤]



「앨리스, 앨리스. 정신차려.」

 라며,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앨리스는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습니다.

「이제야 일어난거야?」

상냥한 토끼씨가, 앨리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습니다.
시계토끼씨의 그 다정한 한마디, 한마디가 좋습니다. 애정이 뚝뚝 배어나오는 웃음도 좋습니다. 나를 아끼는 그 손길도 좋습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품도 좋습니다.
시계토끼씨의 시계바늘은 항상 째깍째깍째깍, 앨리스를 정신없게 만들지만,
일단 저를 보고 나면 그는 시계를 내려놓습니다.
보드랍고 보드랍고 따스한 몸을 가진 시계토끼씨가, 앨리스는 좋습니다.
그가 주는 애정도, 애정도, 사랑도, 전부, 앨리스는 좋습니다.

「앨리스, 앨리스, 이쪽은 보지 않을 셈이야?」

시계토끼씨의 맞은편에는, 나른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모자장수 씨가 있습니다.
앨리스는 그 또한 좋습니다. 단정하지 못하고 무언가 살짝 모자란 듯한 옷 맵시도, 결이 좋지 않은 머리결도, 전부 좋습니다.
일단 저를 보고 나면 그는 모자를 내려놓습니다.
단단하고 기대고 싶은 몸을 가진 모자장수씨가, 앨리스는 좋습니다.
그가 주는 애정도, 애정도, 사랑도, 전부, 앨리스는 좋습니다.

「하-암. 앨리스, 더 자도 될 것 같은데.」

뒤쪽에서는 잠자는 쥐 씨가 있습니다. 하품을 하며 제게 기대어, 다시 잠을 청하는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약간 곱슬거리는 머리카락과, 부드럽고 하얀 피부와, 길쭉길쭉하고 잘 뻗은 단정한 하얀 손까지.
가지런한 하얀 이까지, 앨리스는 그가 정말 좋습니다.
일단 저를 보고 나면 그는 잠을 내려놓습니다.
부드럽고 두근거리는 몸을 가진 잠자는 쥐 씨가, 앨리스는 좋습니다.
그가 주는 애정도, 애정도, 사랑도, 전부, 앨리스는 좋습니다.

아아, 다들 주는 사랑이 너무 과분해. 앨리스는 생각합니다. 그들이 주는 사랑은 너무 많다고.
그들은 저를 너무 사랑합니다. 그래, 사랑하기에 그런 겁니다. 앨리스는 전부, 전부, 전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사랑과, 사랑과, 아픔과, 사랑과, 앨리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고통, 고통, 고통.
이것도 사랑의 일종일까요? 이상한 나라에 존재하는 댓가일까요.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부드럽게 굴려지는 이름입니다. 항상 앨리스란 이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어? 그럼 언제는 갖기 싫었던 걸까요. 앨리스가 아니었던 걸까요. 앨리스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시계토끼와, 모자장수와, 잠자는 쥐는 저를 앨리스라고 불렀습니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Alice.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A가 유독 눈에 띄네요. 예쁘게 쓰면 곡선을 가진 알파벳입니다. A, A, A. 어쩐지 익숙하고 그리운 느낌이 나는 글자입니다. 어머니의 글자가 A였던가요? 모르겠습니다.

하룻밤만, 하룻밤만 하여서 이상한 나라에 머물었습니다만, 이제는 모르겠습니다.
앨리스는 이제 돌아가고 싶습니다. 가족이, 가족이 보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앨리스는 말 할수 없어요. 앨리스니까요.

「앨리스, 왜 그래? 뭐 갖고 싶은 것 있어? 사다 줄까?」
「앨리스, 앨리스, 어딜 보는거야, 날 보렴.」
「앨리스, 사랑한다고 말해 줄래?」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아 아아아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앨리스 얠리스 엘리스 애엘리스 애니 에이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앨리스는 더 이상 생각하기 싫어요 더 이상 이곳에 있기 싫습니다 아아 하룻밤 하룻밤만이라면 하룻밤이 아아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이곳은 아아 이상한 나라 이상해 정말 싫어 나가고 싶어 앨리스는 앨리스는 앨리스는 앨리스는
.
.
.
.
.
예, 맞아요. 그렇습니다. 무슨 말이든지 긍정할께요.
앨리스는 언제까지고 너희의 앨리스입니다.
다시는 너희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계속, 계속, 앨리스는 앨리스가 될 것이고 앨리스가 앨리스가 될 거에요.
 
 
 
 
 
 
 
 
 
 

Red Ridding Hood and Wolf


처음부터 늑대란것은 없었다.





 오늘은 내 차례다.

 마을 어른들도, 이미 이 일을 겪은 이웃 언니들이나 내 또래들도 전부 괜찮을 거라며 날 위로해주었다.

 그래, 별거 있겠는가. 오늘은 그저 저 숲속 깊숙한곳에서 요양을 하시는 할머니께 가져다드릴 포도주와, 약간의 먹을거리들 그리고 쪽지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그래, 저 깊은 숲 속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그 뿐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일을 겪지 않은 자의 최후를 알고 있지 않은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녀로 몰려 화형당할지도 몰라.

 이 일을 겪지 않으면 나는 결국 도태되어버리고 만다. 모두에게 무시당할 것이고, 어른으로서 인정받지 못할거야.

 내 탐스러운 금발을 좋아라했던 모든 남자아이들이 숲 입구 쪽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나는 어렴풋이 눈치챘는지도 모른다. 언니들 등과 어깨의 그 .....


  후드가 달린 하얀 망토는 이제 없다. 그것은 어제부로 붉게 변한 것이 되었다. 어머니가 분명 나를 위해 염색약에 담아 주신 거지.

 어머니 또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지만, 상관 없다. 나는 꿋꿋하게 이겨낼 것이다.

 붉은 그것을 쓰고, 숲 입구에서 어머니의 말을 듣는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등 뒤에 숨어서 날 훔쳐본다.
 곧 너희들도 겪을 일이야.


"자, 이제 '빨간모자' 야, 저 숲속으로 들어갈 시간이야."
"너가 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알고 있지? 포도주를 할머니께 드리렴. 그리고 음식도 드리는거야."
"숲속의 늑대를 조심하렴. 늑대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들을 것이 못 되니까."


 바구니를 힘껏 잡는다.
 후드를 더욱 깊게 눌러 쓴다. 숲으로 발을 내딛는다.
 이 숲은 어째서인지 음침하고 괴기스럽다. 어둡고 무서워. 빽빽한 나무에 둘러싸여서 소리도 들리지 않지.
 언니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분명히.

 원래 어른이 되기 위한 것은 다 그렇다고 마을 어른들이 설명했어.

 죽은 사람도 여럿 있다고 언니들이 수군거렸지.
 
 저 숲에서 죽은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는 아무도 몰라
어른들은 그런 말을 일체 해주지 않으니까. 모두 숨기기에 급급하지.

 나도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무서워, 무섭지만 참는다.

 앞으로 더 무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야.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니, 늑대는 혼자가 아니다. '늑대들' 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언젠간 마을을 떠난 오빠가 설명한 적이 있었다.

 사실 늑대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아내만 생각하는 로맨티스트야. 너도 그런 사람을 만나면 좋겠는데.
 그리고 우리 마을 숲에는 .... '늑대' 는 살지 않아.

 그때 오빠를 따라갈걸.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오빠를 따라갈걸.
 이건 너무하잖아. 이건, 이건 진짜로 너무하잖아.

 남자아이들은 숲속 깊은 곳에 매우 아름다운, 황홀경과 같은 꽃밭이 있다고 수군거렸다.
 그리고 여자아이들이 그 꽃을 따다가 할머니께 바쳤다고 그랬지.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아는 것일까? .... 나는 어렴풋이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차갑고 큰 손이 내 머리채를 잡았다.
악 하고 비명 지를 틈도 없이 내 입을 막았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내가 숲 입구에 서 있을때, 남자아이들이 뭐라고 수군댔더라?
오늘은 저 애야? 금발이 예쁘네. 금발같은건 상관없잖아?
애초에 이 의식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야 뭐 본능에 충실하면 되니까.
늑대가 되는건 기분 좋은 일이야.

킬킬거리는 웃음소리와 차가운 숲속의 땅바닥. 나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꽃밭같은건 없잖아?
내 옷을 억지로 벗겨낸다. 차가워, 차갑다. 무섭고 두렵다.

"워, 얘 떠는것좀 봐. 샐리는 안 떨지 않았냐?"
"진정해, 우리가 뭘 널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아? 뭐, 다른 의미로 잡아먹는 건 맞지만."
"일단 빨리 시작하자고. 그렇게 울음 섞인 눈으로 쳐다봐도 소용없어."
"맞아, 이건 엄연한 .......-'성인식'이라고. 어쩔 수 없잖아?"

 맞아. 성인식. 계속해서 들어왔던 그 성인식 말이야.
 사실 할머니는 안 계시다는 것도, 숲속에 집이 없다는 것도.
 숲속에 늑대는 없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어.

킬킬대는 웃음소리가 점점 커진다. 내 바구니 안에 있는 포도주는 이들을 위한 것이었나. 
 꽃밭도, 할머니도 없었어. 그저 가련하게 깔아뭉개지는 빨간모자만 있었을 뿐이야.
 애초에 왜 붉은색인데? 피가 나기 때문일걸.
 자, 자, 빨간모자야, 이겨낼 수 있을까.
 자, 자, 빨간모자야, 어른이 되기 위해서야.


바보같아.
어른이 되기 위해서 이런 멍청한 짓을 해야 한다니.
이미 내 눈에선 눈물이 줄줄 흘러나오고 있고, 늑대들은 더더욱 달려든다.

헉헉대는 소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 끈적끈적한 땀냄새. 살과 살이 닿는다.
꽃은 꺾였다. 아름다운 꽃밭에 다가가 꽃을 꺾는건 빨간모자가 아니라 늑대들이로구나.
그 꽃을 '내가' 할머니에게 바쳤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날 이렇게 만든건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이 합동해서 날 이렇게 만든거야.

 
숲이 왜 이렇게 어두운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이제야 알겠는걸.
소리가 들렸었어도 마을에서는 분명 무시했을 거지만.

성인식이라는 목적으로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할까.

이젠 전부 질린 느낌이다.

이걸 그냥 방치하는 마을 어른들, 언니들, 그리고 어머니까지 전부 이상해.



나는 생각했다. 이미 더이상 초반의 이겨낼 수 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런 짓을 당하고도 살 수 있어?

이 일이 끝나면 나도 소리소문 없이 묻혀버리는 죽은 이들중 한명이 되어버려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그것뿐이다.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는데 어찌하리오?

 
온기가 빠져나간 가련한 꽃이 꺾인채로 그 자리에 놓여있다.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치울 생각도 하지 않고 다들 떠나가버렸지.
바구니 안쪽 깊은 곳에 숨기듯 들어있던 옷과 수건은 이런 의미에서였나.

끔찍한 기분이 온몸을 휘돌아 감싸고 있다.
목에는 무언가 턱 하니 걸려있는 느낌이고, 나는 엉엉 울고 있다. 단지 절망스러울 뿐이다. 
이제 곧 마을사람들이 와서 날 데리고 갈 터지만, 나는 순순히 마을로 따라갈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러한 종류의 소설의 엔딩은 전부 다 알고 있잖아? 나는 곧바로 실행했다.
처음부터 늑대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했었는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