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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부조리 어마어마하죠 FM이란건 일개 병사들에게나 쓰는 빛좋은 말이죠.
게시물ID : military_614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윈스턴
추천 : 8
조회수 : 92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2/24 11: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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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군 병크에 관한 글을 읽고 떠오른건데 말이죠.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09050

주소는 이거였구요.



뭐, 전역한지 오래고 민방위 한창인지라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싶어서 조금 풀어 봅니다만.

저는 여단본부 지휘통제실에서 근무했었습니다.



중위~소령급 되시는 장교분들과 함께 근무를 했죠.

여단장실도 바로 옆에 있고, 사단장님 어디 가시면 곧잘 따라가기도 했고...


그래서 비리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이 접한 편이라서 ㅎㅎ



그냥 간단한거 하나만 조심스레 말해보려구요.

위 주소 보면 수하 무시하고 초병말 씹고 그냥 차끌고 들어갔다가 지뢰폭발해서 사망한 연대장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수하는 정말 중요하죠.

군 부대 내에는 각종 화약들도 있고 군 기밀도 쌓여있는지라...

사실 일반병사들이 휴가때만 집에 갈 수 있고 평소에는 군 부대 내에서 갖혀 생활해야하는 대외적인 이유가 보안문제 때문이라고도 하잖아요?



다른 부대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나봅니다만..

어쨌든 저희 여단은 수하란걸 하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낯 선 차가 오면 수하를 하지만 말이죠.

여단 본부라서 드나드는 장교차량도 꽤 많은데.



제가 지휘통제실 근무 서면서 제일 먼저 배운 것 중 하나가, 장교들 차량 번호 외우기.

본부 내의 장교들 차량은 물론이요, 일 때문에 자주 방문하는 타 부대 장교들 차량까지 전부 외우게 했습니다.


물론 수하는 다른 보병부대 관할이라 제가 하진 않았지만.


CCTV라는걸 지켜보면서 차량확인을 해야했거든요.


그리고 무슨 차가 들어왔는지 일지에 시각까지 정확하게 기입해야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병대에서 수하를 안하고 그냥 통과시켜요.

그럼 지휘통제실은 CCTV를 확인해서 차량번호나 차종을 파악해 어떤 장교인지 알아맞춘 후(?) 기입합니다.



원래는 보병대에서 무슨 차량이 들어왔다고 보고를 해줘야 하고, 그럼 그걸 받아 적는게 수순입니다만.

보병대는 으레 장교들 차 번호판 달고있으니 그냥 통과시키고, 지휘통제실은 CCTV가 있으니 그걸 보고 판단해서 알아서 적어라.

이런 식입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확실히 해야겠다 싶어서, 초소에 연락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방문했고 인원이 몇인지 등을 말해달라고 요구했었죠.

돌아온 말은



"ㅎㅎ 너 새로왔냐? 니 선임한테 물어봐라~"



하고 끊습니다.

제 선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야, 돌았냐? 너 하나때문에 저 높은 장교분들이 차에서 내려서 얼굴도장 찍고 확인을 시켜줘야 하겠냐? 좀 유도리있게 살아라 응?"




그때 당시도 그렇고 여지껏 이해가 안가는건.


만약 장교 차량을 탈취한 괴한이 그대로 수하없이 군부대 내에 진입하여 군의 화약고를 털거나 여단본부의 군사기밀을 탈취하여 도주하더라도 막을 방도가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선임은 이런 저의 물음에 답답하다는 듯이 윽박지르기만 했습니다.


"야 입장바꿔 생각해봐. 매일같이 출근하는데 일일이 차에서 내려서 별로 할 필요도 없는 귀찮은 일을 하면 좋겠냐? 이런건 사병들이 알아서 하는거야. 그렇게 FM으로 군생활 하고싶으면 내가 너 FM대로 갈궈줄까? 내가 시키는거나 똑바로 해."





뭐, 장교들도 인식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등병 시절, 전화 보고받는건 더 심했죠.




장교들의 목소리를 외우게 했거든요 ㅎㅎ

우리 여단 내의 장교들 목소리도 헷갈리는데(대게 '어 난데 00해와' 하고 짧게 얘기한 뒤 끊으니 외운 목소리라도 파악할 시간이...), 타 부대의 장교들도 굉장히 많이 연락을 하곤 했습니다.

하루에 몇 십명이 연락을 하는지....



사실 우리 부대 내의 장교들은 그래도 금방 외웠지만서도 타 부대들의 장교들은 솔직히 얼굴도 모르는 인간들인데......





애초에 말이죠..


원래 자기가 누군지 먼저 밝히고 용건을 말해야 하는게 정식인데, 장교들이야말로 그런 규칙은 전혀 지키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어 난데'



군부대는 피치못할 군사적 사정으로 철수할 때, 규정상 옮길 수 없는 모든 기밀문서나 군 부대 관련 물품들을 신속히 소각한 뒤 일반 민간건물로 위장시키고 철수합니다.(그런 훈련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기밀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수하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장교들인거죠.




하여튼, 그때 당시 일반 이등병이었던 저는 당연히 소개받은 적도 없는 장교들 목소리를 알 턱이 없었지만.

그런건 당연히 고려사항이 아니었죠.



'어 난데' 라는 질문에 누구인지 어떤 용건인지 물어보면


'ㅋㅋㅋㅋ 야 그냥 니네 작전장교 바꾸라고 그럼 안다고 전해 ㅋㅋㅋ'


그래서 작전장교한테 이런 전화가 왔다고 이야기하면


'이런 미친새끼. 상대가 누군줄도 모르고 나를 바꿔? 이런 정신나간 새끼를 봤나?'


하고 갈군뒤 통화는 아주 잘 합니다. 껄껄껄 하면서.


그리고 시작되는 맞선임의 갈굼.

담배를 피우며 일과가 끝난 시간에 한 시간에 걸치는 갈굼 갈굼.


그 다음에는 절대로 파악한뒤 연결해야겠다 싶어서



어떤 분인지 알아야 연결해 드릴 수 있다고 하면





절대 말 안합니다. 무슨 똥 자존심인지 절대 말 안합니다.





오히려 '야 니 아직도 장교들 목소리 못 외웠냐? 군생활 참 편해졌다. 그치?'


이딴 개소리나 지껄이더라구요.

거의 모든 장교들이 다 그래요.



그러다가 주변의 장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니 뭔데 수화기 붙들고 내려놓질 않아?'



이러면서 뺏어들고 통화 잘 한 뒤에.



'이런 미친새끼야, 장교가 연락을 했으면 빨리 연결해주고 처리를 해야지 장교 이름만 주구장창 물어보고있냐 이 개념없는 새끼야!?'



하고 욕지거리를 합니다.




네, 제가 적응할 때까지 무한패턴이었습니다.

선임들도 '니 스스로 알아내야지 ㅎㅎ 그래야 값진거야 임마. 니 스스로 알아내고 배워야 안까먹어. 내가 쉽게 떠먹여주면 너 금방 까먹는다?' 라면서 알려주지도 않는 장교들의 신상을 제가 목소리만으로 파악한다는게 가능하기나 한가요.

다른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일병까지나 되서야 장교들을 어느정도 파악하고 적응했습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이름 안알려줌 > 빨리 연결 안한다고 장교가 갈굼 > 다음전화때 이름 또 안알려줌 > 그냥 연결함 > 이름도 모르고 연결하냐고 갈굼 > 또 이름 안알려주고 연락함 > 이름 알려달라고 반복하면 빨리 연결 안한다고 또 갈굼 > 또 이름 안알려줌 > 그냥 연결함 > 이름도 모르고 연결하냐고 갈굼




무한 패턴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매일같이 내려오는 선임들의 갈굼은 보너스 ㅎㅎㅎㅎ




아니 뭘 알려줘야 외우고 배우죠 ㅋㅋㅋㅋㅋ

알아서 익히고 외우라니 무슨말입니까 ㅋㅋㅋㅋㅋ




그따위로 후임교육 시키면서 갈구기는 X나게 미친듯이 갈굽니다.

갈굼받고 자다가 눈물 펑펑 흘려 눈알 빠질거같이 울게 만들정도로 갈굽니다.

그리고 또 시작되는 지휘통제실 상황근무 ㅎㅎㅎㅎ

역시 연락오면 이름 안알려주는 장교, 그 누구도 이 장교의 이름을 안알려준다 ㅎㅎㅎ

그냥 연결하면 이름모르고 목적도 모르고 연결했다고 갈굼받고 ㅋㅋㅋㅋ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으면 상대도 안알려주고 우리쪽 장교는 빨리 연결 안한다고 갈구고 ㅋㅋㅋㅋㅋㅋ



결국 일병 때 까지 타 부대 장교들 이름 알아내는건 ㅎㅎㅎㅎ

어쩌다 작전훈련같은거 생기면 '이거 00대위 번호인데 연락해서 00준비하라고 해라' 라고 가끔가다가 흘리는 이름 생길때 수첩에 00대위 적어놓고 연락해서 들려오는 목소리 막 외워놨다가 되뇌고 또 되뇌고 ㅋㅋㅋ 이런 주먹구구식으로 ㅋㅋㅋㅋㅋㅋ



훈련이나 시찰 등등 타부대 방문때 장교들 명찰보고 우리부대 장교들하고 대화하는 목소리 열심히 듣고 외웠다가 되뇌고 되뇌고 ㅋㅋㅋㅋㅋㅋ




비정상이잖아요!!!!

원래 통신보안 규정은 정해져있다구요!!!


자기 이름과 계급 직책 이야기한 뒤에 어떠한 용건 때문에 연락했는지 전달하고, 그다음에 지휘통제실의 답신을 들어야 맞는거라구요!!!!!

이게 대한민국 군대의 정식 지침 규정이라구요!!!!







모르겠어요.

어쩌면 제가 고문관처럼 보일수도 있죠?

에이 설마 진짜 그러겠어? 싶을수도 있죠.


하지만 어쨌든 제가 겪은건 전부 사실이고, 뭐 간단하게 끄적여보려다 좀 길어지긴 했는데 제가 이런일로 거짓말 할 이유도 없고..



하여튼 정말 죽고싶었다니까요.



이건 정말 군 복무기간의 일상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고 더 큰 병크와 부조리도 많았지만..

뭐.. 나중에는 다 어떻게든 처리했습니다.


인맥이란게 참 좋더라구요.

진작 썼어야 했는데, 싶었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제가 쓴 글이 문제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고...

군 기밀 누출로 문제되지는 않나 싶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그래서 만약만약에 다음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그건 좀 눈치를 보고 나서요 ㅋㅋㅋㅋ;;;


결국 모든 갈등과 문제와 고통의 해소는 마지막에 가서 너무나도 간단히 전부 풀어지더라구요..



사병은 일생 목숨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할 만큼 고통을 받지만 그 해결은 장교가 마음만 먹으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랬던거죠.






문제시 자삭하겠.... 습니다...?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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