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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낮아 고통스러우신 분들께.
게시물ID : gomin_15985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로나나
추천 : 14
조회수 : 1611회
댓글수 : 63개
등록시간 : 2016/03/01 16:59:37


자존감이 낮아 고통스러우신 분들께.

안녕하세요.
자존감이 낮아서 힘드신 분들께 제 경험담을 들려드리려고 글을 써봅니다.
물론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고 제 경험일 뿐입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선 저는 아직 자존감이 바닥입니다.
웃기죠? 바닥인데 이런 글 쓰고있고ㅋㅋㅋ
하지만 저는 바닥에라도 올라와 앉아있는 제 자신이 대견해요. 그리고 조금씩 더 올라갈 거고요.
저는 한참 동안 바닥이 아닌 구렁텅이에 빠져있었거든요.
어떻게 올라와야 할지도 몰랐고 결정적으로 내가 구덩이에 빠진 줄도 몰랐어요.

그래서 이 글은 그냥 조금 남들의 말에 위축되고 이 정도인 분들보다는
저처럼 끝없는 구렁텅이에 빠져있다고 느끼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아마 그런 구렁텅이에 빠진 적이 없는 분들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고
뭐야 이게 뭐라고 구구절절 써놨어? 할 수도 있어요.


제 얘기부터 할까 합니다.
저는 지금 25살 여자이고 약 18살부터 20살까지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저는 온갖 심리적 문제는 다 앓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울증, 환청, 이인증, 공황장애, 불안증, 대인공포증, 강박증, 먹고 토하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고, 
자해는 기본, 몰래하는 자살시도, 충동적인 자살계획과 시도, 각종 공포증...
그야말로 미친x이 아닌가 싶네요;;

제 인생의 목표는 말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요절이었습니다.
미친 거 같죠ㅋㅋㅋ
제일 끔찍한 게 장수하는 거고요ㅋㅋㅋ
그래서 건강식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요.
건강해져서 장수할까봐;;
솔직히 지금도 이 생각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냥 내가 그렇구나, 고쳐야할 생각이긴 한가보다 하고 생각하게 된 저를 칭찬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 20살에 심한 우울증은 극복했지만 다리가 부러졌던 사람이 뼈가 붙었다고 해서
그 전처럼 똑같이 뛰어다니기는 힘들듯이
가만히 앉아서, 앉아있는 걸 버티기만 하는 것도 힘든 시간을 오래 보냈어요.
그래도 우울지옥에 빠져서 타버리는 듯 비명을 질러댈 때보단 가만히 있는 지금은 천국이지 하면서요.
24살 때쯤부터 조금씩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조금씩 걷기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네요.

그리고 저는 엄마에 대한 감정이 매우 큰 편이었습니다.
엄마는 매우 이성적이고, 저는 엄청 감정적이라 너무 다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감정놀이 하지마! 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라기도 했고.
그래서 밝은 것도 나고 우울한 것도 나인데 우울한 나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불만도 많았어요.
사실 지금 말하니 불만이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건 제 자신에 대한 혼란감이었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나에게는 신 같은 절대적인 존재가 나의 절반을 부정하니까요.


뭐... 저런 세월을 겪다보니 자존감은 추락해 있더라구요.
근데 첫번째 문제는 저는 제가 자존감이 낮은 줄 몰랐습니다.
18살 전까지 저는 밝고 재능있고 창의적인 아이였거든요.
어릴 때 미술에 재능이 있는 편이었고, 예고 미술과에 수석입학했고, 언제나 긍정적인 편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림이라면 꼴도 보기 싫네요..ㅋㅋㅋㅋ)
자존감도 높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제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알고 보니 끔찍하게 증오하고 있었더라구요.
어떻게 그걸 착각할 수 있었냐고 하면
글쎄요... 제 나름대로 찾아낸 원인은
엄마는 내가 나를 사랑할 때 예뻐해. 그러니까 그런 모습을 보여야해. 그래야 내가 버림받지 않을 수 있어.
하는 생각에 계속 겉으로
나는 나를 사랑해~ 하는 티를 냈어요.
그거 때문에 착각에 빠진 게 아니었나 싶어요.

여기까지가 짧게 줄였다고 줄인 제 이야기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약간의 충격을 받았고
이게 내 온갖 문제의 뿌리가 아닐까, 내가 그토록 찾던 해결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한 건 ★감사일기, 칭찬일기★였습니다.
감사일기, 사실 전에도 매일 썼었어요.
너무너무 벗어나고 싶어서 나름의 노력을 한 거예요.
하루 3개씩 억지로 썼죠.
대체로
 
1. 오늘도 살아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2. 오늘도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3. 맛있는 비빔국수를 먹은 것에 감사합니다.

뭐 이런 내용으로요.
아주 바람직해보이죠?
하지만 알고보니 저 뒤에는 이런 생각들이 숨어있었습니다.

1. 오늘도 살아서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 근데 나는 그 하늘 보고싶지 않은데. 나는 죽지도 못하나.

2. 오늘도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 나는 건강하고 싶지 않은데 왜 감사해야하지? 그냥 병에걸려 죽게 해주세요.
3. 맛있는 비빔국수를 먹은 것에 감사합니다.
-> 먹을 가치도 없는 내가 뭔가를 맛있게 먹었다니 죄책감이 든다.

이런 식의 억지 감사일기는 적어도 저에게는
1년을 써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더군요.
저에게 필요한 건 아직은 감사가 아니라 자기비난을 멈추는 거였습니다.
저에게 감사란 저를 끌어내리며 다른 것들을 올리는 행위였거든요.
감사를 할 힘이 없는 상태에서는 감사조차도 제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독이 됐던거죠.
그래서 저는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
1.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결심한 나에게 감사합니다.

2. 깨끗하게 자해를 하려고 새 커터칼을 사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누르고 그냥 집에온 내가 대견합니다.

3. 죽고싶다는 생각을 평소보다 조금만 한 내가 기특하고 감사합니다.

4. 내 마음을 직면할 용기를 가진 나에게 감사합니다.

***

이렇게요.
바깥, 타인이 중심이 아니라 내가 중심입니다.
우선은 나에게 감사하고 나를 칭찬하는 겁니다.
물론 여기서도 이미 습관이 된 자기비난이 따라옵니다.
그리고 그걸 솔직하게 바라보고 적어봐요.


***
1.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결심한 나에게 감사합니다.
 -> 그동안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내가 밉다.

2. 깨끗하게 자해를 하려고 새 커터칼을 사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누르고 그냥 집에온 내가 대견합니다.
 -> 자해를 하고 싶어하는 내가 정신병자같다. 죽어버리고 싶다.
3. 죽고싶다는 생각을 평소보다 조금만 한 내가 기특하고 감사합니다.
 ->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이렇게 많이 하는 내가 거지같다.
4. 내 마음을 직면할 용기를 가진 나에게 감사합니다.
 -> 그깟 걸 용기라고 써야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

나를 해치는 나와 끝없이 싸우는 거죠...
그래서 여기에 한 줄 더 덧붙입니다.
세 줄 딸랑 쓸 때와는 달리 총 3단계라 굉장히 길어집니다ㅋㅋㅋ


***
1. 나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하기로 결심한 나에게 감사합니다.
 -> 그동안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내가 밉다.
 ->하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미워하기 보단 노력을 하기로 한 나를 칭찬해주겠다.
2. 깨끗하게 자해를 하려고 새 커터칼을 사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누르고 그냥 집에온 내가 대견합니다.
 -> 자해를 하고 싶어하는 내가 정신병자같다. 죽어버리고 싶다.
 -> 하지만 정신병자같다는 생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인내심과 자제력을 발휘한 오늘의 나를 칭찬해주겠다.

3. 죽고싶다는 생각을 평소보다 조금만 한 내가 기특하고 감사합니다.
 ->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이렇게 많이 하는 내가 거지같다.
 -> 하지만 죽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나를 비난하기보다는 조금 나아진 나를 기특하다고 껴안아주고 토닥여주겠다.

4. 내 마음을 직면할 용기를 가진 나에게 감사합니다.
 -> 그깟 걸 용기라고 써야하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 하지만 나를 한심해하기보단 정말 용기라고 생각하고 고마워하겠다.

***

너를 칭찬해! 넌 괜찮아! 너에게 감사해! 하지 않고 뭐뭐 하겠다. 라고 쓴 건
아직 그게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라 그래요.
아직은 진정으로 저를 칭찬하기가 힘든데
그런 저의 면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무턱대고 널 칭찬해! 하지 않으려는 거죠.
그건 비난은 아닐지라도 나에게 공감해주지 못하는 거니까요.
그렇게 조금씩 하다보면 난 정말 나를 사랑해, 넌 괜찮아 라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날도 오지 않을까 해요.


저런 식으로 계속해서 나를 보듬어주는 거예요.
상처받고 아직 크지 못한 나의 어린 아이에게 너무 잔인하게 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남들에게 할 수 없는 말은 나에게도 하지 말라>
라고 합니다.
명쾌해보이지만 실천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저같은 경우 이미 자기비난이 중독이 되었고 남들한테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나에겐 너무나 하고 "싶어" 하거든요. 
비난을 퍼붓고 온갖 욕을 하고 저주를 하고...
그걸 멈춰야 해요. 혼자 멈추든 병원에 가서 도움을 받든 그건 꼭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한번 더 알아차리고 나아가는 거죠.
그 작은 아이를 학대하고 있는 "나를" 비난하지 않기.
넌 어떻게 스스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라고 비난하는 나를 알아차리고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저는 저런 식으로 감사칭찬일기를 쓴 후로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매일 쓴 것도 아니고 내킬 때만 썼는데도 효과가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와서 거기에도 놀랐구요.


저처럼 자기비난이 습관이 된 분이 계시다면요.
우리는 노력을 해야합니다.
그 노력은 긍정적이 되기, 나쁜생각하지않기, 부정적인 생각이 들때 전환하기.
이런 엄청 어려운 게 아니라ㅋㅋㅋ
나에게조차 공감받지 못해 슬퍼하고 화를 내고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알아차리고 안아주고 달래주는 노력이에요.
하지만 그것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니죠ㅋㅋㅋ

그러니까 상담사가 있는 거예요.
아픈 사람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감기 정도는 집에서 약먹고 잘 쉬면 되지만 심하게 아플 땐 혼자만의 노력으로 병이 나을 수 없어요.
저는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여러분은 적절한 도움을 받고 더 빨리 일어나시길 바래요.


제 경험에 따르면 감정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알아차리고 달래줘야 하는 거죠.
(무조건 오냐오냐 하라는 건 아니에요.)
감정을 달래줄 수 있는 건 공감과 사랑밖에 없다고 봅니다.
우는 아이를 윽박질러서 조용히 만든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듯이 우리의 감정도 조절하려하고 
들어가있어! 나오지마!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 같아요.
니가 여기 있구나 하고 알아줘야 그때 진정하고 들어가는 거지요.
그 유일한 방법인 공감을 저는 타인에게 갈구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그러셨을 거예요.
엄마, 남자친구 등등...

그런데 타인은 나를 절대 100% 이해할 수 없습니다.
100%는 커녕 조금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 사람과 저는 완전히 다르고, 그 사람은 자기나름대로의 고민으로 이미 틈이 없을 테니까요.
저는 한참동안 엄마에게 내 우울한 감정을 조금만 인정해달라고 바라왔고 단 한번도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실망하고 원망하고 더 우울해지는 반복...
이제야 생각할 수 있게 된 건데 그건 그냥 제가 방향을 잘못 잡은 거였어요.

그리고 저는 엄마에게 인정받는 바람을 놓아버릴 수 있게 되기까지 정말 한참 걸렸습니다.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그치만 누구때문에 내가 이런거야" 하는 생각이 자꾸 올라오신다면 
저처럼 오랫동안 혼자 힘들어하지마시고 꼭 용기내서 병원이든 심리치료센터든 찾아보시길 바래요.
그런 생각을 하는 자기를 비난하지도 마시고요.
그건 그냥 아파서 생각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의사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해도 아픔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공감능력이 없다거나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경험이 달라서 그래요.


그리고 남을 바꾸는 건,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변엔 자존감 도둑이 득시글거리고, 세상은 살아가기엔 너무 힘들고, 나가면 상처받을 일 투성이입니다.
하지만 타인이 우리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평생 나는 가치없는 인간이야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봅시다. 그게 하나뿐인 방법이니까요.
그 노력이 힘들고 막연해 보이면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고요.
저도 더 노력할게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마지막으로 제가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여러분에게 할게요.




이 글을 보고있는 아파하는 당신.
당신은 괜찮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심지어 악독한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당신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 사랑받기 충분한 존재예요.
우리가 그걸 까먹었을 뿐이에요.
남들도 대부분 그걸 까먹어서 자기도 모르게 상처를 주고 받고 하고요.
우리는 성장하는 과정일 뿐이에요.
이 아픔은 반드시 끝이 나요.
실컷 아파해도 괜찮아요.
뭘 해도 괜찮아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며칠, 몇 달이 되더라도, 
당신이 이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꼭 안아줄게요.
펑펑 울어도 좋아요.
막 울면서 내 어깨에 콧물 다 묻히고 그래도 좋아요ㅋㅋㅋ
누군가 당신을 비난하나요?
우리는 자존감 높은 사람처럼 비난하라지! 라고 넘겨버릴 힘이 없어요, 그쵸?
그러니 그냥 그 상황을 되도록 빨리 피하고 놀란 나를 안아주세요.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라고 해요ㅋㅋㅋ
놀란 자신을 안아줄 힘도 없다면 내가 안아줄게요.
토닥토닥.

그리고 내 말이 믿기지 않겠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어요.
당신은 너무너무너무 정말 너무너무너무 소중한 존재예요.
무가치하고 쓸모없고 지구에 막 피해만 끼치는 것 같고 그런가요?
그거 정말 완벽한 오해예요.
당신은 너무나 소중해서 꼭 필요한 존재예요.
내 말이 믿기지 않아도 한번쯤은 정말 오핸가... 하고 생각해봐줘요ㅎㅎ
왜냐면 그건 정말 사실이니까.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래요.
정말 진심으로 가슴깊이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크게 위로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나랑 당신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남이니까.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는 이 긴 글을 쓰고, 읽는 동안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눴고 
그래서 나는 당신이 남같지가 않네요.
당신의 아픔이 빨리 덜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존재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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