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집에 들어와 순간 올라오는 격한 감정에 사기그릇을 내던져 부숴버리고 눈에 들어오는 가장 큰 조각을 왼편 손목에 가져다 댄다. 이미 알고있다. 조각의 두께도 두껍기는 물론이고 의지가 부족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생채기 정도다.
철제 옷걸이를 펼쳐 목에 딱 맞게 구부려본다. 나머지 부분을 욕실 문고리에 둘러 걸고 바닥에 기댄 양팔에 힘을 뺏다. 마지막 후회의 순간과 상관없이 몸무게가 알아서 되돌릴 수 없게 해줄 거라 믿었건만 목에 압박감을 느낌과 동시에 발버둥 쳐 일어나 포기했다. 꼴에 천장을 사용할 용기는 없었나 보다.
혼자지만 술을 들이부으러 기어 나왔다. 술기운을 빌려 다시 한 번 해보고자... 사실 이런 상황에 누굴 부를 수 있겠는가?
가만히 생각해본다. 육감이란 거 굉장한 것이구나 스스로 비웃어지는 감탄과 함께 왜 이 지경이 된 걸까 내 못난 구석을 찾아보려 하지만 이해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싸구려 자기방어만 하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