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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기의 달인.
게시물ID : military_617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8
조회수 : 152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15 12:06:27
군대있을때 나는 뽑기운이 더럽게 없었다.




신교대때도 아침저녁 휘적휘적 빗자루질만 하고 들어오는 땡보직에 걸릴수도 있었는데,
그놈의 조추첨을 잘못 뽑아 나부터 내 뒷번호 4명은 배식조로 5주내내 몸쓰는 일만 해야했다.(밍나...고멩...)




자대라고 뭐 달라질게 있나...

중대로 온 첫 날. 
중대에 딱 3대있는 공중전화에 동기들이 한대씩 붙잡고 가족들 친구들 아직 만난적이 없어 전화번호도 모르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는 동안,
전화할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내 앞에 검은색 카니발과 은색 소렌토가 멈춰섰다. 
다들 경례를 하는게 뭔가 높은 사람인가 싶었는데, 그들이 내게 묻는다.
"신병??? 야. 너 카니발이 좋냐. 소렌토가 좋냐???"
영문도 모른채 질문을 받은 나는, 당시 카니발같은 패밀리카에 좀 꽂혀있어서 카니발을 선택했고,
카니발차주는 쉐끼 차 좀 볼 줄 아네!!!!라며 웃었고, 소렌토차주는 ㅋㅋㅋㅋㅋ하고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중대장 이취임식때 
카니발차주는 전역하여 카니발을 몰고 집으로 갔고,
소렌토차주는 우리 중대의 새 중대장으로 취임했다. 
(중대장횽은 1년 뒤, 중대에서 막내 분대장이 된 나를 이리저리 굴려먹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분대장.

자대에 처음와서 어버버버하며 본부내무실에 앉아있자니, 웬 키크고 미남형의 고참이 들어선다. 
얼굴이 댑따커서 안타깝게도 비율에서 꽝을 먹은 이 고참님은 나 X소대야. 누가 우리 소대 올지 모르겠지만, 다들 잘해보자. 우훗. 하고 우리 손에 시원한 맥콜까지 한캔씩 쥐어주고 갔다.

오~괜찮은 고참인듯???
그렇게 소대배치 받고 들어가니, 우리 소대에 그 고참이 드러누워서 테레비를 보고 있었다. 저 자연스러움은 신병놀릴려고 일이등병이 어설프게 취하는 액션이 아니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병장포스였다.
니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며, 그 고참은 우리에게 분대를 선택할 기회를 줬고.
가위바위보에서 가위로 첫 판에 바로 승리를 거둔 나는, 가위로 이겼으니 병장님이 있는 2분대로 가겠다고 했다.
(워낙 임팩트있는 발언이라 지금도 기억남. 타임머신타고 과거를 돌릴 수 있는 기회가 3번 주어진다면 반드시 돌리고 싶은 일임.)
주위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나오고 어리둥절해 있는데 내무실문이 발칵 열리더니, 아까까지 행정반에서 공손하게 전화를 받던 상황병이 들어왔다.

"뭐야!!!!! 소대에 모여있으면서 딸딸이 주기 똑바로 안맞춰놔????"
라며 발길질 한번에 슬리퍼와 활동화를 다 걷어차버린 그는 우리에게 눈을 돌린다.
"분대장. 우리 분대 신병 누굽니까???...너냐??? 하필 이런 비리비리한 애를 뽑았습니까???...뭐??? 니가 골랐다고???"
잠시 멍해져서 나와 분대장을 번갈아 쳐다보던 그 고참은 옆에 있던 일병에게 전후사정을 듣더니 썩소를 날렸다. 
"이 새끼 속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주일도 안가서 깨달았다.
그 선해보이던 분대장은 소대에서 알아주는 개객끼였고...
들어오자마자 슬리퍼 활동화 다 걷어차던 그 상황병은 권력의 최정점 상병말호봉 우리 분대 부분대장...소대에서 첫 손가락에 드는 악마새끼였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다가 내 사수는 경호학과 출신의 아들군번 들어오면 악랄하게 갈구면서 키우겠다던 아버지군번이었고 초소올라가면 진짜 뒤질뻔했다.
바로 윗고참은 같은 이등병 주제에 고참들 없는데서는 병장보다 더 빠져서 졸라게 거들먹거리던 장차 훌륭한 개객끼가 되는 놈이었다.
그 위의 일병급고참이 진짜 좋은 사람이었기에 망정이지, 또 그 위의 일병급고참도 남들에 뒤지지 않는 개객끼였다.

이런 분대를 내 발로 걸어 들어갔다ㅋㅋㅋㅋㅋㅋㅋ

그 뒤로 나는 가위바위보할때 절대 처음에 가위는 안낸다.(진짜로 안냄)




그리고 그 날 밤.
저녁밥먹기전 갑자기 복통을 호소한 동기가 의무실로 실려갔다가 맹장터지기 직전인게 확인되어 입실이 후송으로 바뀌었고,
홀로 남은 신병이 된 나는 모두의 관심거리가 되었다.
점호하려고 건너편 관물대 상단의 시선전방 15˚ 방독면만 보고 있던 나를 분대장이 건너편에서 야. 신병. 신병.하고 부른다.
내 건너편에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어휴. 저게 뭐야. 지지네 지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듯한 비쥬얼소유자 둘이 서있었다.
"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둘 중에 누가 더 못생겼냐???"
올게 왔군. 훗. 하지만, 나는 이미 학교에서 복학생형들에게 들은 해결책이 있지. 가까운 계급을 골라라.
하지만, 비가 오려고 더럽게 습하던 초여름 밤. 점호 복장은 속옷상의 반바지활동복이었고, 그 어디에도 그들의 계급을 가늠할 표식이 없었다.
된 똥과 무른 똥 중, 앞으로의 쾌변을 기원하며 된 똥을 골랐고,
환호하는 된똥과 달리 무른 똥은 썩소만을 지을 뿐이었다. 
환호하는 된 똥은 후임들에게 장난도 잘 치고 소대 분위기를 띄우기도 잘하는 뒤끝없고 성격좋은 고참이었고(이 쪽을 골랐어야했어ㅠ.ㅠ)
썩소를 날리는 무른 똥은 점호시간대에 그 정도로 안면근육만 씰룩일 수 있던...이등병고참이었다.

그 뒤로 걸레빨고 확인차 짰을때 물방울이 하나라도 떨어지면 지옥도가 펼쳐졌다.
위에서 말한 장차 훌륭한 개객끼가 되는 이등병 고참이 이 새끼임.




그렇게 내 언젠가 이 소대 중대 소원수리로 폭파시키고 떠나련다.라며 이를 갈며 군생활하던 어느 날.

중대 보급계이던 고참이 나와 옆소대 동기를 가만히 불러냈다.
뭔 작업을 시킬라고 부르나 하고 갔더니, 자기가 곧 본부로 전출을 간다. 그러니, 급히 부사수를 뽑아야하는데 너희 둘 중에 한 명을 뽑으려고 한단다.
군번이 개같이 꼬인 소대에 있던 내 동기가 강력히 원했지만, 역시 소대생활에 불만이 많던 나도 서로 하겠다고 투닥거렸고,
보급계고참은 귀찮은데 솔로몬처럼 몸뚱아리를 반으로 갈라 접붙혀서 그 놈을 부사수로 뽑을까하다가 
보급육개장박스에서 나무젓가락을 하나 꺼내 갈라서 하나를 살짝 끊고는, 멀쩡한 거 뽑은 놈을 부사수로 뽑겠다고 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내가 멀쩡한 놈을 뽑았고, 그 고참은 행보관님이 소대장이랑 조율하기 전까진 말하지말라고 하곤 우릴 돌려보냈다.  

하지만 인원수 120명 안팎의 독립중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만 
보급계 부사수로 내가 됐다는 말이 반나절도 안되서 온 중대에 퍼졌고, 
안그래도 군생활 졸라 못한다는 말 듣던 나는 거기에 근무인원도 없는데 소대버리고 떠나는 배신자 유다로까지 찍혀버렸다ㅎㅎㅎ

그리고 그 고참의 본부전출은 10일도 지나지않아 나가리 되었고...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기겠음.




옆소대에서 코골이심한 병사 후들겨까버린게 발각되어 상병장급이 영창및 전출로 초토화되어,
그 나와 보급계부사수를 다투던 6개월내 고참이 소대에15명이던 군번꼬였던 동기는, 
6개월내 고참이 소대에 5명뿐이던 나만큼이나 군번이 확 풀려버렸다. 

그리고 제대로 열받은 중대장횽의 파격실험으로 전격적으로 분대장에 임명된 나는, 바로 이어진 분대개편때 부분대장으로 군종병후임을 뽑았다.

그리고 군종병이 부분대장이라고, 우리 분대는 중대 그린캠프가 되어버렸다.
그때까지 저는 하나님을 믿는 어린양입니다. 고참님들 종교행사간다고 너무 뭐라하지마세요.라며 징징거리던 이 놈은...
병장급고참들도 우르르 전역해나가고, 남은 상병장고참들도 소원수리 후폭풍으로 몸사리고, 분대장은 걸레빠는 이등병생활 같이 한 후임들은 자유방임주의로 풀어버리는 놈이 걸리자 본색을 드러내었다.

소대에서 아~무것도 안함.

야. 이 관심병사들 관리는 니가 해야해. 나는 다른 소대일로도 바뻐.(중대장이랑 소대장이 그렇게 업무분담하랬음)랬는데...
나는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지, 애들 돌보는 보모가 아니라며 즉시 손을 떼버리고, 니가 하십쇼라며 내 뒷목을 잡게했다.
그 관심병사들 관리하다가 편두통과 식탐, 위궤양까지 걸려 피똥싸는 동안 우리 군종님은,
수,토,일은 종교행사한다고 경계 다 째고 나가고도 월 화 목 금도 종교행사 핑계로 빠져나가려다가...
목사님이 보다못해 행보관님께 찔러주셨고...그 새끼는 그렇게 군종 짤릴뻔함ㅋ

주말에 군종병안시키고, 평일에 목사님 혼자 나오셔서 의자흔들리는거나 고치러 오셨는데, 교회자물쇠는 따져있고, 군종들 대기하는데서 모포덮고 쳐자빠져 자다가 걸린거임ㅋㅋㅋㅋㅋ 
아~목사님이 작업하게 오랬단말입니다~라는데 보내줬다가 소대장 행보관님 나는 뒤통수를 거하게 맞았고, 
장차 훌륭한 개객끼에서 현재 훌륭한 개객끼가 된 그 고참분대장의 분대로 강제로 잡혀가서 그 분대에서 관심병사들 관리하게되었고,
물론 지 할 일도 후임들에게 떠넘기는 스킬은 아주 도가 튼 새 분대장 밑에서 분대장일까지 떠 맡게 되었다.
(그 전까지 자고로 분대장은 저렇게 악랄해야합니다ㅋㅋㅋ 라고 하던 놈임. 좋겠다. 지옥간 김에 어린양들 구원 좀 해라.)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저는 거짓을 모릅니다.라던 군종님은, 행보관님 화가 풀릴때까지 이 놈은 경계나갈때랑 잘때빼고는 완전군장메고 생활해야했다.




그렇게 다른 고참분대장들이 야위어가는 나를 보고 일잘하고 똘똘한 후임을 부분대장으로 붙여줘서 겨우 한시름 덜게 되었다.




그 뒤로도 뽑기의 신은, 소개팅나온 그녀들처럼 나에게만 쌀쌀맞았다.
작업이 걸려도 빡쎈데 걸리고, 훈련이 걸려도 사다리 잘못타서 탄박스들고 뛰고, 시범식교육은 12개 분대 중에 높은 확률로 우리분대가 걸렸다.
낮은 확률로 안걸릴때는 대개 내가 휴가나 업무나 경계로 중대에 없을때 저 똘똘한 부분대장님이 대신 추첨할때가 대부분이었다.




전역 3일 전, 전역예정자들 모여서하는 부대장님 간담회가 있어 본부에 모였더니 부대장님은 일이 바쁘셔서 참석못하시고 주임원사님이랑 PX에서 냉동돌리고 이야기나누다가 전역신고 누가할거냐는 말이 나왔다. 서로 니가 해라 전역신고.라며 겸양의 미덕을 선보였다. 

그렇게 20여명의 입대동기들 중, 중간에 피아노연주여행을 다녀온 같은날 입대해서 같은날 전역하기로 했던 약속을 깨버린 관우 장비같은 두 놈을 빼고 서로 니가하세요. 라며 양보하다가 군번 제일 빠른 놈이 하자는 말이 나왔다. 그게 나임.

꺼져 미친 놈들아. 조시나까좝사. 내가 니미랄 분대장도 우리 중에 제일 먼저 달고 피똥싸고 혼자 조기진급했다고 졸라 시기질투하고, 
여기서까지 음해와 왕따를 저지른다며 주임원사님께 여기 이 새끼들 저 관우 장비빼고 다 피아노연주여행 보내어 저 혼자 쓸쓸히 전역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징계위원회 열기 귀찮다.며 주임원사님은 매몰차게 거절하셨다.

하기싫어 하기싫어 단비안할꼬야 나 낯가린다고 이 쉐키들아ㅏㅏㅏㅏㅏㅏㅏㅏ빼애애애액!!!!하고 PX가 떠나가라 징징거렸더니, 
그래 그냥 사다리 타자.는 말이 나왔다.(미션썩쎄쓰)

이게 뭔짓거리냐며 구경중이던 PX관리관이랑 PX병아저씨들이 대충 사다리를 그려주었고,
맨날 군번빠르다고 총대매게해놓고 이번에는 나한테 양보하지???라고 내가 제일 먼저 고르게되었다.
당연히 럭키세븐. 7번을 골랐고, 당연히 내가 전역신고자로 걸렸다. 바로 따라따라딴딴하고 사다리타니 오잉??? 정확히 꽝에 떨어짐ㅋㅋㅋㅋㅋㅋ
PX관리관이 자기가 그려줘놓고, 어???? 진짠가????라며 다시 따라내려갔지만 여지없이 나님이었다. ㅆㅃㄹ(작성자의 멘탈이 파괴되었습니다.)

야이!!! 그냥 니가 하지!!! 괜히 종이낭비했네!!! 아마존열대우림에 사과해 이새끼야!!!라며 모두의 비난을 들어먹었고,
주임원사님은 딱하니까 내 부대장님께 포상휴가건의할께.라며 말씀하시는데...
입가가 씰룩거리는게 터져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는 중이었다. ㅂㄷㅂㄷ




전역 전 날, 마지막 일조점호를 받던 동기는 오후에 다가오는 체육대회 축구예선으로 끌려갔고, 
다른소대 동기들은 마지막으로 에어리어본다며 작업가는거 따라간동안,
밖에 나가면 누가 본다고 룰루랄라 전투복 줄잡겠다며 정비실에서 다림질을 하던 나는, 분대장 간담회에 다녀오셨다ㅋㅋㅋ
(베스트갔던 나의 전역 전날 이야기 : http://todayhumor.com/?humorbest_781121)




그리고 전역날. 비가 오던 금요일 아침.
어제 나랑 동기가 그 난리를 쳐놔서 울컥한 후임들이 짬통을 꺼내다놓고 그 위에서 행가래를 해주었고(...)

본부로 갔더니 부대장님이 또 바쁘셔서 전역신고는 개뿔. 
위병소가니까 인사관님이 전역증 나눠주고, 잘가 빠이빠이. 부사관생각있음 지금 말해ㅋㅋㅋ라며 오는대로 보내주셨다.




그리고 집에 가는 기차타러 기차역에 갔는데 
동기가 어후. 고생이 지 혼자 다했지. 야. 니 앞머리에 새치있다. 라고 알려주었다.
뭐??? 이제 겨우 23살. 만 22살인데 새치라고???라며 기겁을 하고 역사화장실로 가서 앞머리를 살펴보니 진짜 하나가 보였다.
말년병장이라고 틈틈히 길러봐야 그게 그거인 짧은 군인머리인지라, 그 새치놈은 쉬 잡히지 않았고,
다가오는 기차시간, 병장달고 몸에 익은 귀차니즘이 엮이어, 아이씨. 귀찮게라며 
그냥 잡히는대로 으드득 잡아뽑았더니, 새치는 고대로 있고 검은 머리만 손가락끝에 잡혀있었다.

이 놈의 뽑기운은 참 더럽게 없다.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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