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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7년후 (3)
게시물ID : cyphers_133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계개혁
추천 : 2
조회수 : 34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20 20:02:37


7년후 



# 02. 돈을 위해 일하는 악당이 사상으로 움직이는 정의의 사도보다 낫다. (2)




 그 무렵 알베르트 시오네는 데미안이 부탁한 일을 하기 위하여 빌노시티에 도착했다. 눈은 여전히 심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거대한 세계수의 그늘에 가려진 빌노시티에 설치된 가로등에 발사된 빛들이 강가의 사원에 집중되고 있었는데 시야를 가로막는 눈들 때문에 마치 그물로 된 커튼을 통해 사원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사원엔 루이스가 있었다. 예상외로 찾기 쉬웠다.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터라 왠지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참이었다. 시오네는 주먹을 불끈 쥐며 뭔가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선 루이스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루이스는 좁은 선창가를 따라 걷다가 모퉁이를 돌아 모습을 감추었다. 모퉁이 너머엔 연합의 근거지나 마찬가지인 비단고래 항구가 있었다.




 비단고래 항구엔 물건들을 싣기위한 짐배들과 다양한 종류의 보트들이 정박해 있었고 현관 문 위에는 <덩어리 & 대포>라고 쓴 간판이 걸려 있었다. 시오네는 창문을 통해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 봤다. 안에는 자기 좋을 정도의 최소한의 조명만이 켜져 있었고 푹신한 담요가 깔려있는 바닥에는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천사같은 표정으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시오네는 다시 걸어가다 뼈를 파고드는 추위에 잠깐 눈을 피할 수 있는 조그만 테라스로 들어갔다. 안타깝지만 루이스는 놓쳐버린 듯 하였다. 마침 근처에 공중전화도 보였다. 그는 즉시 수화기를 들고 주머니를 뒤적거려 10센트 동전을 찾은 뒤 집어넣었고 곧 데미안의 사무실 번호를 눌렀다.




 문득 차가운 얼음이 순식간에 얼어버린 듯한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루이스가 자신의 왼쪽 손을 시오네의 오른쪽 귀에다가 세게 갖다 박으며 물었다. 덕분에 밤색깔을 띄던 시오네의 짧은 머리카락은 서리덕분에 하얗게 변색되었다.





 "으아아아아아…! 진정, 지,지, 진정해요!"




 시오네는 적잖이 당황하여 들고있던 수화기를 덜컥 내려놓았다. 여차하면 그의 결정검이 자신의 목에 깊은 혈선을 그으리라 생각하니 말 또한 더듬거렸다.




 "…여자? 간단하게 대답하도록, 넌 누구지?"



 "시오네, 알베르트 시오네 입니다."



 "무슨 일을 하고 있지? 헬리오스에 소속되어 있나?"



 "음, 그, 그렇다고 해둘까요. 하하.."



 "데미안과는 무슨 사이지?"



 "그 양반이야 그저 믿기 힘든 친구, 관심 없는 적 정도?"




 그 순간 시오네가 들고 있던 수화기에서 말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친구가 대답을 갈구하는 듯 하는 군. 있는대로 대답해."



 "시오네 양? 그 친구 어디 있나?"




 데미안이었다.




 "바로 제 옆에서 프로즌 그립을 제 관자놀이에 겨냥한 채 서 있는데요? 뭐라고 대답하죠, 인사과장님?"



 "전화 좀 바꿔주지."




 시오네는 수화기를 루이스에게 전해주었다.




 "그래, 이렇게 꼬리표 까지 달아두다니, 무슨 용건인지 다시 한번 들어볼까."



 "우리를 위해 움직여주지 않겠습니까, 보수는 500만, 어떻습니까?"



 "500만? 달러 인가 파운드 인가?"



 "원한다면 파운드로 해서."



 "내가 어떤 일을 해주기를 바라는거지?"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우리 헬리오스가 전 세계 어디에서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일."



 "이미 헬리오스는 바늘부터 전투기까지 손을 대지 않는 영역이 없는 걸로 아는데? 최근 운수업까지 건드렸다던데?"



 "…헌터들도 꽤 쓸만한 정보통을 가지고 있나보군요. 여튼 생각이 있다면 시오네 양과 글림듀로 오시지요. 함께 의논할 게 많으니까요."



 "내 생각은 좀 다르군. 난 당신이 이곳으로 직접 행차해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럼 그렇게 하죠, 루이스씨가 있는 곳을 말씀해주시지요."



 "비단고래항, <덩어리&대포>라고 써 있는 고아원 옆, 기다리고 있지."



 "아뇨.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순간 근처에 초록빛의 섬광과 함께 포탈이 하나 생겨났다. 거기에선 데미안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나타났다. 그는 은으로 된 담뱃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불을 붙였다.




 "호오, 데미안 당신 꽤나 유용한 힘을 가지고 있구만."



 "지금 시오네 양이 처한 위기에 딱 유용한 힘이지요. 자, 이런 곳에서 할 이야기는 못 될 것 같으니 저희가 마련한 자리에 참석해주시겠습니까?"



 "잠깐만 내 볼일 마저 끝나고 나서."




 루이스는 그렇게 품안에 편지봉투를 하나 꺼내고는 <덩어리&대포>로 되어 있는 우체통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편지봉투는 아주 단단하게 얼어있었다. 해동이 불가능 할 정도로.




 "자, 그럼 가볼까."



 "자 그럼 제 포탈로 오시지요. 시오네 양은 내가 부를때 까지 기다려주게."



 "아, 예. 알겠습니다. 데미안님."




 뭔가 아쉽다는 표정, 하지만 어느 집단에서나 상급자의 지시는 절대적이었으니 시오네는 고개를 숙여 순응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뇨, 가는 건 이 아가씨도 함께입니다. 제가 한 무례를 술기운을 빌어서라도 사과를 하고 싶거든요."




 시오네는 빙긋이 웃기만 했고 대신 데미안이 나서서 말했다.




 "시오네는 윈체스터 칼리지와 샌드러스트 (영국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동시에 영국 비밀 정보부 MI7의 일원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아주 독실한 신자이기도 합니다. 알코올은 일절 입에 대지 않지요."



 "호오, 신자라고요? 하하, 아름다운 밤색깔의 머릿카락을 가진 여인에게 축복을, 저는 원칙을 지닌 사람을 존경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걸론 저의 무례함을 사과 할 기회를 무너트리는 건 저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하는군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데미안씨?"



 

 루이스는 여우처럼 교활하게 웃었다. 데미안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시오네 양도 동석하도록 하지요."



 "데미안님의 은혜가 잔에 넘칩니다."




 시오네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입가에 뜻 모를 미소가 그려졌다.




*   *   *






  루이스는 프랑스식 창가에 서서 글림듀와 디시카를 나누고 있는 빈부의 선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디미스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음산한 느낌을 주는 곡조로 휘파람으로 불어댔다. 여리고도 아주 나직하게,




 "부동산 업자들이 좋아라고 할 만 한 자리군."



 "한 잔 어떻습니까? 루이스씨?"



 "훌륭한 에일 맥주라면 여간 반갑지 않을 것 같은데요."




 루이스가 그렇게 말하자 데미안이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홀의 문이 열리고 그 문으로 음식들과 술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고 있는 하녀들이 대여섯 들어와 커다란 연회용 테이블에 음식들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요즘 같은 전쟁통에 구하기 힘든 독일산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더 좋아하는 게 있으면 말씀하시지요."



 "오, 모든 걸 다 갖추고 계시는군. 하지만 술은 나중에, 일단은 일 이야기부터 하지."



 "좋습니다."




 데미안이 하녀들에게 고갯짓을 하자 하녀들은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고는 즉시 빈수레를 끌고 방을 나왔다. 루이스는 입고 있던 두터운 코트의 단추를 풀고는 입을 열었다.




 "저 여린 군사학도를 나에게 몰래 붙일 정도로 댁이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데?"




 루이스는 벽난로가에 몸을 기댄 체 불을 쬐고 있는 시오네를 턱으로 가르켰다.




 "더 없이 중요한 일인가 봐. 보수는 오백만 파운드고, 자, 내가 할 일이 뭐지?"



 "저도 정확하게 이거다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어쨋든 매우 특수한 성격의 일이라 할 수 있죠. 헬리오스가 어디서나 적을 응징할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알릴 만한 일."




 "당신들 정말 난처한 처지에 빠졌더군. 연합이 몸뚱이를 불리는 동안 대체 뭘한건지."



 "조그만 사건따위는 관심 없습니다. 뮌헨의 독일 특수부대원들을 대여섯 날려버리자는 이야기 정도가 아닙니다."




 루이스는 빙긋이 웃었다.




 "그러면 앤지 헌트의 목을 원하는 건가? 연합의 수장의 뒤통수에 얼음 탐을 한 방 먹이자구?"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일까요?"



 "미안하지만 프로즌 그립은 한쪽만으로도 충분히 불편해서 말이지."




 루이스는 푸른빛으로 반짝거리는 왼쪽 팔의 얼음 의수를 과장되게 흔들었다.




 "당신으로도 안 된다면 지금으로선 그 누구도 스노우 퀸 근처엔 얼씬도 못하는 이야기 아닙니까?"



 "사탕 발린 말은 그만."



 "그렇다면 소련의 스탈린은 어떻습니까?"



 "늙은 독재자양반 죽여서야 위신이 설리가 있나? 그 양반도 영 난처한 일에 빠졌어. 일이 잘 풀려 나갈 것 같지 않아. 2차 대전때 워낙 독일이 세게 뒤통수를 때려서 말이지. 곧 알아서 사라질거야."




 잠시 침묵이 감돌았고 데미안은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그 침묵을 깨트린 건 시오네였다.




 "그렇지만 열강의 지도자들 중 가장 경호망이 약한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시오네 양."



 "최근 포트레너드의 독립을 주장하는 혁명 세력에 대해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지요 데미안님?"



 "그래, 얼핏 들은 기억이 있군. 이름이 뭐라 했더라?"



 "하이시커(High seeker). 혁명단의 수장 웨슬리 슬로언은 어떻습니까? 그는 유럽 전역을 순방하며 사이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며 저희를 압박하지 않습니까?"




 루이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저 아가씨의 말이 맞아. 비밀 공작면에서는 영국이 가장 뛰어날테지. 잭의 정체를 간파해 낸 MI7을 보면 알 수 있지. 모두가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 그러나 서로를 너무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는 바람에 실수가 끼여들 여지가 있어."




 루이스가 말했다.




 "그 점이 영국 지도자들의 경호를 소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하지만 이해할 수 없군요. 방금전까지 우린 웨슬리 슬로언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미국인입니다!"



 "당신 비서는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당신 책상위에 올려 놓지 않는 모양이군."



 "예?"



 "어이, 거기 혹시 오늘 조간신문 있나?"




 시오네는 루이스의 물음에 아랑곳 않고 말했다.




 "가져올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모든 정보는 내 머릿속에 있으니까요. 그러면 루이스씨가 원할 만한 내용을 말씀드릴게요. 최근까지 유럽 전역을 돌며 포트레너드의 독립을 외치던 그가 여왕의 손님으로 하룻밤 묵을 예정이다. 빅토리아 여왕과 웨슬리 슬로언은 포트레너드의 독립 문제로 다음주 월요일 다시 회동할 예정이며…."




 "잠깐, 그럼 당신은 바로 이 기회를…?"




 데미안은 시오네의 말을 자르고 루이스에게 물었다.




 "도로망 지도를 갖고 있겠지? 그걸 좀 갖다주지?"




 데미안은 루이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맙소사! 루이스! 당신이라 해도 그건!"



 "왜 안 돼?"




 루이스는 조용히 반문하고는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영웅시절의 부드러운 눈빛과 현재의 차가운 눈빛이 오묘하게 뒤섞여 난잡한 빛을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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