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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약더러움)
게시물ID : military_621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찍소
추천 : 1
조회수 : 8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03 13:05:56


에피소드1 -입소대대-

2006년 4월 나는 특기병으로 지원하여 논산으로 입대를 했다.

날씨가 좋은 4월에 입대를 하면 훈련받기도 편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원들을 보면서 나만 그런 생각을 한게 아니라는걸 실감했다.

입소대대라는 3일간 임시로 머무르는 곳이 있었는데 입고온 옷을 집에 보내고 편지도 쓰고 군용품등을 지급받는 그런 곳이었다.

생활관은 크게 불편한건 없었던거 같았는데 처음으로 행동에 통제를 받게 되니 참 힘들었던 것 같다.

특히나 전우조활동이라는게 있는데 어딜갈때마다 셋이서 뭉쳐다니는 것과 취침전, 취침후 30분인가(?) 화장실도 못가게 이동병력 없는거..

그게 가장 짜증이 났다.

하필 그 시간에 소변이 굉장히 급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친해진 동기들과 얘기를 하다보니 나와 동기 2명이 급하다고 했다.

조교한테 얘기했는데 절대 이동병력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생활관이 2층이었는데 창문열고 셋이서 그냥 오줌을 쌋다.  이미 어두워진 하늘밑에 멀리서 반짝이는 건물을 보면서 싸는데

그 순간만큼은 내가 지금 사회에 있다고 느낄만큼 잠시 착각을 할  정도로 황홀했다.

문제는 세면장이었다. 세면대와 쭈그려 앉아서 일 보는 구형 수세식좌변기가 세면장이라는 곳에 같이 있었다.

세면장에 북적북적한 사람들틈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물이 배수구로

빠지질 않고 계속 차오르는 것이었다. 물은 어느새 복숭아뼈까지 차올랐는데 얕은 개울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흙탕물개울이지만 말이다. 그러던중, 원효대사 해골물이라고 했던가.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화장실좌변기가 생각이 났다. 분명 좌변기는 발목보다 낮았다.

그럼 이물이 흙탕물이 아니라...똥물 일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분명 지금 똥을 싸는 전우들은 나보다 훨씬 심각 할 것이다.

어쩌면 엉덩이와 물이 닿았을 것이다. 수중에서 싸는 것도 색다름 경험이겠지...

X됐다. 사회에서 이렇게 더러운 적이 있었던가..?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얼른 발을 씻고 싶어서 한 쪽 발을 올리고 씻어도 다시 내리면 무용지물..

새삼느꼈다. 군대가 더럽고 비위생적이고 시설이 후지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입대한터라 효과는 굉장했다.

과연이로다...발목에서 찰랑찰랑거리는 똥물에 발을 담그고 이런저런 생각으로 거울을 보는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날 밤 생활관에 누워 이틀간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이제 이틀 지났는데 2년을 버틸 수 있을까?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기도하면서 잠이 들었다.

그날 생활관에는 그윽한 밤꽃향기와 은은한 똥내음이 가득했다고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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